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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Dec 07. 2023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저 양반이 혁신을 한다고 정치 무대에 뛰어 들었을 때, 과연 뭘 어떻게 하나, 많이 궁금하고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여러 단어들이 있지만, '통합', '험지 출마', 이 두 단어만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될 듯 싶다.


다 좋은 얘기이다.

통합도 좋고, 험지 출마도 참 좋은 얘기이다.

그런데, 확성기로 캐치프레이즈만 크게 키웠지, 구체적인 어떤 원리와 제도 개편이나 쇄신안으로 실현시키겠다는 내용은 접할 수 없었다.

아직 초기니까 조금 더 지켜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도 기다려 봤는데.

이제 혁신위가 해체를 앞둔 상황에서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냥 막연했다.

너무 막무가내 식이었고, 순진한 느낌마저 들었다.


통합을 위해 중진들이나 사이가 틀어 진 이준석 전 대표, 홍준표 시장을 만나서 낮은 자세로 의견을 경청하는 것은 참 좋은 모습이었다.

배우고, 자신을 낮춰 상대 의견을 듣는다는 자세는 인 위원장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정치판에는 저마다 다 저 잘났다 판인데, 인 위원장의 "한 수 배우러 왔습니다.", 이 말 한 마디 참 오랜 만에 들어 본 것 같다.


처음부터 나는 이준석 전 대표가 절대 여당과 화합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그럼에도 인 위원장의 이 전 대표를 향한 친화적 접근은 못마땅한 것을 넘어, 속으로 "정말로 이 전 대표를 마음을 열기 위해 저러는 것인 지, 알면서도 '나는 충분히 할 만큼 했다.'의 명분을 쌓기 위한 제스추어인 지 모르겠다."고 줄곧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만일 혁신위원장이라면, 멀어 진 이 전 대표를 끌어 당기려는 게 아니라, 빨리 멀리 보내서 신당 창당하게끔 부채질을 했을 것이다.

얼른 자진 탈당을 하든, 자꾸 대립각을 세운다 싶으면 제명하는 쪽으로 진행했을 것이다.

정리할 건 얼른 정리해서 당의 다음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게 결단력있다고 생각한다.

집 안의 변 덩어리는 얼른 치워야 파리가 안 끓지, 자꾸 방치하면 벽지에 냄새 박인다.


결국, 인 위원장도 도저히 이 전 대표를 사람 아니라고 판단했는 지, "아픈 사람이 환자.", "예의가 없다.", "부모 잘못."이라는 감정서린 표현으로 본심을 드러 냈다.


"거 보쇼... 내 그럴 것 같더라니까..."


뜻이 맞지 않으면, 서로의 뜻을 인정해 주면서 떠날 때 깨끗하게 정리하고 내 갈 길을 가야 하건만.

그래야 다음 일이 잘 될 텐데.

어떻게든 할퀴어서 조사 놔서 자기 당한 것 보복하 듯이 본전 챙기려고.


인 위원장이 말한 통합은, 어떻게든 싫은 소리 들어 주면서 달래 줘서 다시 당기는 것 밖에는 되지 않는다.

이런 낮은 방법으로 되지 않는다.

경청하는 자세까지는 좋았는데, 해결이 될 것 같은 것은 수용해서 트라이해 보고, 안 될 것 같다고 판단되는 것은 빨리 손절하고 다음 프로세스를 진행시켜야 한다.


당이 존재한다고 해서 이 사람들이 전부 한 마음 한 뜻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각자의 계산법과 이해타산의 주판을 튕기면서 모인 자들이다.

무소속은 힘이 없으니까, 당의 딱지를 붙여야 당선이 되니까.

당연히 특정 수장을 중심으로 계파가 형성될 수 밖에 없고, 당 내에서도 각자 셈법에 따라 자신에게 유리하게 다양한 목소리를 내면서 불화는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 이런 정당의 모습이 정상이냐?


당과 국가가 나아 가야 할 방향, 다수에 묻힌 소수를 대변하기 위한 목소리를 낸다면, 이는 바람직한 현상인데, 지금 어떤 빌미로 불화가 있는가 하면, 총선을 앞두고 이 것은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둥, 특정 계파가 권력을 독점하려 한다는 식이다.

정치를 하러 왔으면, 나라와 사회의 병폐를 진단해서 바로 잡고, 더욱 발전적인 방향의 '국민 일꾼 활동'을 해야 하는데, 일들은 안 하고 사사로운 자리 다툼이나 하고 있다.

당마다 당헌과 당규가 있을 진데, 책 속의 글자로만 존재할 뿐, 이를 축으로 당원들을 모으는 리더도 부재하고, 당이란 집합체로 말미암아 권력 투쟁으로 모인 집단들이다.

이 사람들이 정치인들인가?

이 사람들이 당의 가치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일꾼의 정신으로 모였는가?


감투라는 먹이감은 한정돼 있는데, 이를 탐내는 자들은 많으니, 자연히 힘 센 사람, 교활하고 말 잘 해서 지지층을 많이 끌어 모으는 자가 승리할 수 밖에.

싸울 수 밖에 없는 구조,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싸울 사람들한테 자리와 권력을 주려고 문을 연 게 현재 기성정당이다.

아무런 이념도 없고, 한 자리 해 보려는 자들 뿐.

비 정상적인 사람들이 모여서 비 정상적인 구조로 만든 것이 기성정당이며, 이 것이 오늘 날 우리 정치의 현실이다.

인 위원장도 사회 어른이고 이를 모를 리 없을 텐데, 그래도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셨나 보다.


험지 출마도 그래서 아무런 내용도 없기 때문에 설득이 안 되는 것이다.

사실, 험지 출마론은 굉장히 좋은 이론이다.

여러 지역에서 지지율이 박빙이 일어 나야 정치가 발전하고, 국민의 정치 관심과 참여가 올라 간다.

험지 출마는 정말 좋은 정책이고, 인 위원장을 참신하게 보게 됐다.

그런데, 내용이 없다.

왜 다른 지역구에 출마하라고 하는 지, 왜 적임자가 자기여야 하는 지, 그렇게 했을 적에 위원장 권한으로 어떻게 도울 것인 지, 설령 낙선하더라도 어떤 것을 얻을 것인 지, 이런 구체적인 설계와 프리젠테이션이 없이, 그냥 험지 나가라고 하면?

그냥 중과부적 전쟁터 나가서 장렬히 죽으란 소리 밖에 더 되나?


정치를 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 아니라, 권력과 자리를 얻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정치를 위해 자신을 헌신하고 희생할 각오는 커녕, 어떻게든 살아 남아서 전리품을 얻기 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을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한테 험지에 출마하라?

순진하리 만치 택도 안 먹히는 소리이다.

얻는 것도 없이 죽을 거면 왜 입당해서 생고생을 해야 하는가?


인 위원장은 참 좋은 뜻을 가진 분인데, 너무 구체적인, 현실적인 방안과 아이디어가 없다.

뜻만 있고 현실적인 방안을 연구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제시하지 못 할 수 밖에.

단순히 낮은 자세, 친절한 태도, 착한 자세, 경청만 가지고는 되지 않는다.

그렇게 인 위원장이 생각하는 만큼 컨트롤할 수 있고, 순진하고, 단순한 사람들이 아니다.

거기 정치판에 잔뼈가 굵은 자들은.

굉장히 치열하게 복잡한 이해타산을 계산하고, 할퀴는 데 능숙하고, 할큄을 당해도 참고 반격을 하는 데 이골이 난 사람들이다.

웃으면서 착한 낯으로는 되지 않는 자들인 것이다.


그래도 대단한 분이다.

사람은 자신을 낮출 수 밖에 없을 때 낮추는 것과 낮출 필요가 없을 때도 낮추는 것은 전혀 다르다.

인 위원장도 사회 어른이고, 나름 배움을 갖춘 분이다.

이런 분일 수록 자존심이 있어 겸손이 안 될 법도 한데, 큰 뜻을 위해 자신을 굽힐 수 있는 분이다.

인 위원장의 혁신위가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한 가닥한답시고 큰 소리나 치면서 체면 치레나 하는 정치판에 이런 인재를 발굴했다는 것만으로 우리 정치는 새로운 희망의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정당의 혁신 뿐이 아니고, 정치의 혁신이 필요하다.

양당이란 거대한 고래에 우리 국민들은 너무 오랫동안 새우등이 터 져서 아프다.

허나, 인 위원장이 했던 것처럼의 혁신은 처음부터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나는 인 위원장을 좋게 본 것이, 여태까지 해 왔던 혁신의 활동들 중에서 그래도 가장 혁신적이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혁신이 실패했다고 해서 이를 무의미하다, 절대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여태까지 내가 봐 왔던 혁신은, 틀린 오답을 계속 반복해서 써 냈던 오답인 반면, 그래도 이 번에는 전과 같은 오답은 찍지 않았다는 것.

결과는 마찬가지로 틀렸지만, 그래도 같은 오답을 제출하는 기성 정치인들보다 현저히 똑똑하고 현명한 분이었다.

이 분의 실패는 실패가 아니다.


"한 수 배우러 왔습니다."


이 말은 인 위원장에서 나올 게 아니라, 오히려 기성 정당인들이 인 위원장한테 했어야 했다.

나는 인 위원장의 예상치 못 한 카운터에 벌써 턱이 얼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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