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에 의해 조선을 건국하게 된 이성계는, 집권 초기, 차후에 반역의 불씨가 될 수 있는 왕 씨 후손들을 모조리 숙청하였다.
학창시절 때 배우기를, 왕 씨 후손들에게 어떤 섬에 가서 살게 해 줄 것처럼 속여, 모두 배에 오르게 한 뒤에 물에 빠트려 몰살시켰다고 한다.
이성계가 몰락한 고려 왕족 후손들이 무슨 힘이 있다고 두려웠겠으며, 어찌 사사로운 유감이 있으랴.
다분히 새 나라의 보위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로부터 이성계는 나날이 악몽을 꾸게 되는데, 어떤 장군 차림, 혹은 어떤 왕의 의복을 한 누군가로부터 호통과 꾸지람에 시달리게 되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것은 고려 태조, 왕건이 이성계의 꿈에 나투어, 무고한 자신의 후손들을 몰살시킨 것에 대한 분노의 일갈이었던 것이다.
이런 게 있다.
인간은 자신에 대한 공격보다, 자신이 지극히 아끼는 혈족, 배우자에 대한 공격에 더욱 가슴 아파한다는 것.
글쎄, 고려의 왕건이 자신이 세운 나라를 무너 뜨린 것에 대해 원망을 하고자 했다면, 이성계가 왕 씨 후손을 몰살시킨 이전 시점에 괴롭혀도, 언제든지 괴롭혔을 것이라고 본다.
헌데, 이성계가 고려를 무너 뜨렸을 때는 잠잠하다가, 정작 촌수가 멀디 먼 후손들을 몰살시켰을 때는 분연히 이성계의 꿈에 나투어 괴롭혔다.
그만치 핏줄에 대한 애착은 자신보다 더 강하기 때문이 아니련 지.
많은 시간이 지났고, 때는 지난 민주당 경선.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구속이라는 초유의 국면을 맞는 대선이기도 하다.
보수 여당은 안철수의 등극과 유승민의 바른정당 분당으로 지리멸렬했고, 정권 탈환을 노리는 민주당에서는 경선 승리자가 실질적으로 대통령이나 다름 없는 호기 중의 호기를 맞이했다.
당시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의 아들, 문준용 씨의 취업 특혜 의혹, 이재명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씨의 트위터 논란과 관련해서 서로에게 악감정이 싹 트기 시작했다.
코 앞의 경선과 대선은 문재인이 모두 승리하여 모두 아는 바와 같이 19 대 대통령으로 남게 되었고, 이재명은 20 대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석패했으나, 민주당 대표, 국회의원이란 디딤돌을 밟으며,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다.
22 대 총선을 앞둔 현재, 연이어 민주당에서는 비명, 곡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이재명 대표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공정하다고 하지만, 이재명 개인에게 충성할 자들은 공천을 주도록 뒤에서 종용하고, 이제는 비주류가 되어 버린 문재인 전 대통령과 가까웠던 자들은 전부 쳐 내는 데 한창 중이다.
둘이 문 전 대통령 양산 자택에서 겸상하면서 "우리는 明文정당."이라고까지 천명했음에도.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그의 계파들을 용납할 수 없었나 보다.
바보가 아닐 수가 없는 이재명 대표가, 이토록 노골적으로 비주류를 솎아 내고, 자신의 측근들만 공천을 주면서 우군을 만드는데, 반발을 예상치 못 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순도 100 %의 '이재명 당'을 만드는 길을 멈출 수도 없을 터.
그 것은 지난 국회 체포 동의안에 표결 과정에서 겪은 배신감, 분노였다.
이래서 이재명 대표는 내홍을 감내하더라도, 철저히 자신을 법리적으로 지켜 줄 우군을 만드는 데 혼신을 다 하는 것이다.
많은 혐의의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측근들도 유죄를 받기 시작하고, 당시 관계자들도 서서히 등을 돌리면서 이 대표에게 상당수 불리한 진술까지 나오는 늪에 빠지고 있다.
검찰의 두 번의 체포동의안은 어찌저찌 가까스로 물리 쳤다 치더라도, 여전히 여러 혐의 재판들을 2심, 3심까지 모두 뛰어 넘어야 한다.
아마, 이재명 대표는 가능한 한 대선까지 재판을 미루다가, 대통령만 되고 나면 모든 혐의는 자신에게 더이상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고, 그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대 놓고 노골적인 공천 대학살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자신을 지켜 주는 것은 힘있는 개딸, 권력있는 개딸들, 자신의 재판에 대해 유리한 법리적 해석과 방어를 해 줄 개딸들을 국회에 보내서 대항력을 키우겠다는 것.
나부터 살고 봐야 당이 있는 것이고, 당이 있어야 대권 재도전도 가능한 법.
당장 욕 좀 먹는 것이 대수랴.
이 대표가 가지고 있는 기획은, 실질적으로 민주당을 이재명 대표 개인의 거대한 '공룡 로 펌'으로 만들어서 자신이 대통령될 때까지, 되고 나서도 재판으로부터 보호받으려는 목적.
이를 비롯하여 과거 경선 때 자신의 마누라를 건드린 악감정도 있겠다, 대장동 사태 폭로도 이낙연 측으로부터 기인한 것이고, 여러 분풀이를 하기 위해 親 문재인 계 당원들을 축출할 수 밖에.
그런데, 이 대표가 결정적으로 親 문재인 계를 숙청하려는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두 차례 체포동의안 사태로 벌어 진 반기였을 것이다.
자신은 절대 구속되고 싶지 않은데, 구속되면 모든 대통령으로 가고자 하는 정치 커리어는 끝장인데, 가까운 집 안에서 등을 떠 미는 자들이 있다라.
결정적으로 그래서 비 이재명 계들을 민주당 내에서 모조리 숙청하려는 핵심적인 이유.
방금 문득 노곤함을 느껴 잠시 낮잠을 자고 일어났다.
잠결에 이재명 대표가 말로는 '시스템 공천'이다, 공정한 심사를 하겠다고 하면서 안심시키는 장면이나, 몰락한 고려 왕 씨 후손들을 저 섬에 가면 안전할 수 있다며 배에 타라고 안심시키는 역사 속 장면이 교차되었다.
그러면서 불공정한 공천 배제에 줄줄이 탈당하는 비 이재명계 의원들이 아우성치며 대란이 벌어 지는 기사들, "아무개는 0 점, 10 % 이하."라는 명목으로 이 대표가 미소를 짓는 장면부터, 왕 씨 후손들이 탄 배가 물 한 가운데서 뒤집히면서 모조리 몰살당하는 장면까지.
역사적으로 완벽하게 매칭이 되려면, 이제 문 전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의 꿈에 나타 나서 "어째서 자신의 계파들을 모조리 쳐 내냐."면서 호통을 쳐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런 일은 벌어 지지 않을 것 같다.
다만, 머지 않은 미래, 문 전 대통령이 양산 자택에서 이재명 대표의 구속 뉴스를 접하면서 미소를 짓는 모습이 훨씬 현실적일 것이다.
과연 이재명 대표는 이렇듯 갈 수록 절망적이고 어두운 상황을 타계하고 다시 대권에 재도전할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엔 이제 이재명 대표도 기운이 쇠해서 꺾이는 시점에 이르렀다고 본다.
앞으로 어찌 될 지는 지켜 보면 알게 되겠지.
잠이 덜 깨 몽롱한 와중에도 완벽하게 역사는 되풀이되고 있었음을 느꼈고, 빠듯한 일상의 한 가운데이지만 이 꿈결의 기억을 글로 남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