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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속선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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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Aug 02. 2024

한동안의 절필, 모처럼만에

살면서 누구나 힘든 시기는 있기 마련이다.

나에게 절반을 넘긴 올 한 해는 힘든 시기였다고 말하기 보다는, 참 다사다난했다고 하고프다.

정말이지 시간이 어떻게 흘러 가는 지 모를 정도로, 한 사건을 처리하면 연이어 또 다른 일이 발생하는 식이었다.

그 와중에도 나도 내 생활을 해야 했고, 체력적 한계 때문에 항상 힘겨워했다.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 꼽자면 송사를 겪은 것이라할 수 있다.


하나의 사건은 년초에 발생했던 일인데, 중고 거래 중, 내가 판매한 물건의 상태에 대해 불만을 품고, 상대방이 심한 욕설을 한 것이 발단이었다.

한동안은 그냥 묵과하고 넘어 갈까 싶다가, 몇 달 뒤, 한 차례 나에게 시비를 걸더라.

처음 경찰서에 진정을 낸 것은 아예 진정인 조사 단계서부터 종료되었다.

모욕죄는 공연성이 있어야 하는데, 상호 1:1 문자 교환은 공연성이 없다는 탓이었다.

그 정도 법리는 알고 있었고, 결과도 짐작을 했다.

그보다 민사소송으로 소액재판에서 당위성을 호소하고자함이 컸다.

법원에 소장은 5월 하순에 제출했는데, 상대방의 주소지가 명확하지 않은 탓에, 여러 차례 뺑뺑이를 돌고 있다.

현재는 중고거래 사이트에 문서제출명령 신청서를 법원을 통해 요구했고, 지난 말일에 회신이 왔다.

나에게 곧 법원으로부터 주소보정 등기우편이 도착할 것이다.


다른 한 가지는 나에게 참 부끄러운, 사기를 당한 것이다.

이도 마찬가지로 중고거래를 통해 핸드폰을 사려다가 당했다.

처음에 하도 싸게 팔길래, 나 역시도 의심을 많이 했는데, 내 욕심이 너무 큰 탓에, 욕심 때문에 눈이 가리워져 덜컥 덫에 걸리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나는 중고거래 경력이라면 경력이랄까, 나는 사회초년생부터 했으니까, 베테랑이었다.

수천 건을 사고 팔면서 혜택을 봤으며, 개 중에는 내 잘못도 있고, 상대방 잘못도 있었지만, 하여튼 많은 경험을 하면서 나름 중고거래에 있어서는 도가 텄다고 자부해 왔다.

예전에, 한 8년 되었을 것이다.

그 때도 25만 원을 카카오톡 아이디의 중국인인 지, 연변 사람인 지한테 당했던 것도 원숭이가 나무에 떨어진 격이었다.

카카오톡 아이디로는 절대 거래하지 말라는 말들이 많았는데, 설마 다 그렇지는 않겠냐는 방심에 당한 것이다.

그 후로는 항상 조심을 하고, 정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거래를 접든가, 하는 식으로 사기와는 거리가 멀게 안전하게 거래해 왔다.


고가 상품이나, 최신 가전제품, 인기가 있는 것들, 명품들은 항상 사기의 위험이 크다.

요새는 더치트를 통해 전화번호가 뜨니까 간파하기 쉽고, 사기꾼들은 자기도 모르는 허술한 실수, 사진과 설명이 앞뒤가 안 맞는 오류점들이 자세히 보면 보인다.

제품에 대해 잘 모르면서 어설프게 글을 쓴다든 지, 실제 물건은 있지도 않으면서 다른 데서 퍼 온 사진을 올리면서 사진과 설명이 앞뒤가 안 맞는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들이 많은데, 내가 당한 사기는 이런 유형들과 좀 달랐다.

실제 물건을 보유해서 찍었고, 정말 베테랑인 나도 깜빡 당할 정도로 정직한 판매자로 보이게끔 위장을 아주 잘 했다.

계속 차일피일 핑계를 대며 발송을 미루고, 나중에는 환불을 요구하니까 마지 못 해 물건을 보내는데, 엉뚱한 물건을 보내면서 오배송을 주장한다.


택배를 받자마자 택배 상자를 개봉하는 영상을 미리 찍어 두었다.

핸드폰이 아닌, 전혀 엉뚱한 모조품 팔찌가 왔다.

그리고, 진정서와 캡처 자료를 챙겨 들고 곧장 경찰서로 갔다.

내가 있는 관할에서 상대방 관할을 특정하는 데 한, 한 달 가량 되었을 것이다.

문제는 서울에 있는 관할 경찰서로 가고 나서 난관에 봉착한다.

자료를 건네 받은 서울 경찰관이 제대로 자료를 보지도 않고, 오히려 나를 불량 민원인의 시각으로 추궁한 것이다.


"돈을 돌려 주겠다잖아요, 이 게 어떻게 사기에요!"


그냥 받고 끝내란 것이다.

각 경찰서마다 청문감사실이라고 있는데, 거기다 전화를 걸어서 "담당 수사관이 사기 피해를 당한 진정인한테 팔찌를 계속 갖고 있으면 지금 횡령죄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느냐고 하소연했다.

"수사관 기피 신청을 할 수도 있지만, 수사팀장한테 얘기해서 다른 수사관을 배당하는 방법도 있다."고 한다.

후자의 방법을 선택했고, 팀장과 통화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다행히 팀장은 "저도 사건을 봤는데, 지금 그 쪽(사기꾼)은 오배송을 주장하지만, 오배송인 척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한 가능성도 열어 보고 수사를 하라고 했습니다."며 내 입장을 헤아려 주었다.


"팀장 님 말씀은 알겠는데, 그 수사관 말고 팀 내의 다른 수사관에게 맡겨 주셨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다른 수사관에게 자료 넘겼고, 그 사람은 진짜 경험이 많은 사람이에요."


난 돈이 문제가 아니라, 사기죄가 있으니까 사기꾼을 형사 처벌을 해 달라고 하는 것이 내 입장인데, 경찰들은 이런 소액 사건에 대해 귀찮아한다.

초기에 합의를 종용해서 일을 키우지 않고, 사건을 종결시키면 좋을 것이다.

난 사기꾼이 돈을 돌려 줄 의지가 있었으면 진작에 돌려 줬지, 왜 많은 시간이 지나도 돈을 안 돌려 주느냐, 그 말도 거짓말에 불과하다, 의도성을 가지고 돈을 뜯은 사기죄는 돈을 돌려 주는 것과 무관하게 무조건 형사 처벌 대상이 되니, 반드시 처벌해 달라는 뜻을 관철했다.

새로운 수사관이 배정되고 나서, 상호 일부 작은 오해가 있어, 오히려 나를 의심하기도 했지만, 내가 성심성의껏 다시 고소장을 쓴다는 심정으로 자료정리를 해, 사건발생 일자부터 알아 보기 쉽게 내 견해와 설명을 아주 상세하게 써서 등기 우편으로 제출했다.

나도 몰랐는데, 우연히 분명히 보내 주기로 한 스마트폰을 사기꾼 본인이 계속 쓰고 있다는 증거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이 밖에도 의심 정황과 자료가 무수히 많지만, 이 게 결정적일 것이다.


얼마 후, 수사관의 전화를 통해, "예, 제가 봐도 계획성이 있다고 보거든요."라는 답변을 들었다.

애초에 팔 생각이 없이 사기를 목적으로 글을 올린 사실을 수사관이 비로소 믿어 준 셈인 것이다.

그 때 비로소 안도감이 들었고, 수사도 내사에서 정식으로 입건이 되어 내가 고소인이 되었다.

모르겠다, 수사하는 데 몇 달이 걸리고, 수사관이 그렇게 말할 정도면, 아무래도 검찰로 넘어 가지 않겠는가.

돈은 나중에 최종 공판 결과가 나오면, 그 걸 통해 민사소송을 별도로 진행할 것이다.


나는 법을 잘 모르는 한 국민 개인으로써, 모든 것을 인터넷 검색이나 여러 관련 기관에 문의하면서 주먹구구 식으로 사건을 진행해 나가야 했고, 탓에 이런저런 일들이 겹치면서 참 심적으로, 신체적으로 분주하게 보냈다.

아마, 바쁘게 살아 가는 다수의 사람들은 이런 일을 겪으면, 마음 같아선 법적으로 끝장을 보고 싶어도, 너무 신경을 뺐기니까, 법적 절차를 몰라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그래도 비록 속앓이했다지만 그래도 법원, 경찰서를 들락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것만 봐도, 나는 그래도 형편이 괜찮은 듯 하다.

돈이 많으면, 변호사를 써서 사건을 위임시키면 알아서 다 대응하고 경과도 알려 준다.


이런 일련의 일들을 겪으면서 법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요새 법과 윤리, 사회적 질서라는 것들에 대한 화두를 많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놀라운 얘기일 수 있지만, 나는 내년에 정식으로 법학을 전공하는 계획까지 세워 놨다.

정규 대학에 입학할 형편은 아니고, 사이버 대학에라도 입학해서 훗날에 법조계에 투신할 뜻이 생기게 되었다.

법률가가 된다면 좋지만, 그에 준하는 직업이나, 관련 직종에라도 일할 뜻을 가지고 있다.

깐깐하고, 논리로 따지고 논박하길 좋아 하는 내게 적성이 잘 맞는다.


이상한 일이다.

난 그 전까지 법을 좋아 하지 않았다.

법은, 인간의 추악하고 흉한 측면을 다루기 때문이었다.

물론, 법이란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기 때문에, 인간이 만든 것 중에 가장 존엄하고, 위대한 가치이기도 하다.


어쨌건, 내가 올 해에 이런 사건들에 휘말리면서 법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법을 들여다 보면 볼 수록 어렵고 난해한 것이 아니라, 참 재미있게 체득이 되는 것이 신기했던 것이다.

난 그저 내 자신을 법을 통해 지키기 위해 알아 보려 했던 것인데, 대학에서 강의하는 내용들이 그다지 어렵지 않고, 오히려 이해가 잘 되고, 즐기면서 강의를 접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난 여태까지 제도권 공부를 좋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올 해도 벌써 반년이 지나가 버렸다.

숨차게 달려 온 지난 시간을 되돌아 보고 정리하며, 그동안 뺑뺑이를 돌면서 어영부영 보낸 시간들에 대해 어떻게 벌충할 지를 생각하고 있다.

지금의 준비기를 잘 보내야 내년에 힘차게 스퍼트를 치고 나갈 수 있으니까.


2024 갑진년의 뜨거운 하루를 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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