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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선 Jul 11. 2023

록의 정신에 대해

2020-12-30 15:08:46

나는 학창 시절부터 록의 강렬한 전류에 감전되었다.

록의 강렬함이 나를 감싸고 돌아, 압도하고 말았다.

점점 록 밴드를 알아 가기 시작하고, 록에 대해 더욱 넓고 심도 있게 접근하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록 음악에 빠져 든 것이다.

지금은 록 음악 매니아라고 하기에는 다소 록의 영역에 탈피를 하였지만, 지금도 록은 나의 푸근한 고향과도 같이 느껴 진다.


과거에는 록 음악에 대한 대표적인 구호, '저항정신'에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으며, 지금까지도 마찬가지이다. 

그냥 단순히 록 음악이 신나고, 힘을 느꼈기 때문이다.

대부분 영어라, 그냥 뜻도 모르고 음악만 즐겼다.

지금 다시 되새겨 보는 저항정신이란 내적 가치에 대해 다뤄 보니, 여전히 무관심해도 되겠다는 것이 결론이다.

록 음악의 태동이 저항과 관련 없어 보이고(자료를 검색해 보진 않았지만), 영국과 미국에서 록이 부흥할 때, 기성 권력에 저항하는 밴드들이 존재한 것은 사실이나, 그 핵심은 음악에 있지, 저항에 있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그들이 진중하게 기성 권력에 저항한다면, 음악 활동만이 아닌, 그 이상의 적극성을 보였어야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마찬가지로 이에 대해 검색해 보지 않았다.

그래서, 얼마든지 반론될 수 있는 의견이다.


록의 정신적 가치, 저항이란 것은 얼마든지 떼서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내가 보기엔 단지, 그 당시 록 음악과 사회적 문제, 이 둘을 당시 밴드들이 적절히 융화시킨 현상이라고 보는 것이다.

거친 록 사운드, 그 것에 저항하는 가사는 너무나도 완벽하게 잘 어울렸을 것이다.

어른 세대와 기성 권력에 불만을 갖고 있던 젊은 이들을 매료시킬 정도로 말이다.

가장 대표적인 섹스 피스톨즈가 떠오르며, 히피 밴드들도 반전, 평화의 메시지로 저항을 울부 짖었다.

정통 록은 아니지만, 포크의 밥 딜런도 빠질 수가 없겠다.

글쎄, 당시 록 음악을 즐겨 들으며 그 밴드들을 따라 평화, 반전 피켓을 내 걸고 저항했던 젊은 이들, 지금은 전부 기성 세대, 기성 권력층이 되었는데, 지금도 저항하는 지가 궁금하다.


게다가, 권력에 저항하는 록 밴드들은 전체 록 밴드 중에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저항 따위는 안 중에 없이, 얼마든지 대중적 인기와 흥행을 누린 록 밴드들은 너무나 많다.

록이 가진 특유의 거칠고 야생적인 소리를 통해 그 시대 젊은 세대들의 방황과 문화, 시대적 목소리 등, 폭 넓게 전성기를 구가한 것이지, 저항 음악의 전유물이라고 볼 이유는 없는 것이다.

저항은 록에만 있었던 것도 아니고, 힙 합에도 기성 질서나 권력에 저항하는 활동은 무수히 많다. 

뿌리가 된 당시 서구 음악에서 독립적으로 발전된 하나의 음악 양식이라고 보면 충분하다.


국내 록은 개인적으로 많이 외면을 했다.

너무 서양 록의 테두리 안에서만 듣다 보니, 자국 음악임에도 도리어 정서적으로 위화감이 들고, 국내 록은 그들만 못 하다는 것이 솔직한 생각이다.

이에 대해 아니라고 하시는 분들의 말씀 또한 잘 경청해서 듣도록 하겠다.

제대로 들어 보지도 못 하고 하는 얘기이니까 말이다.

우리가 그만한 인재가 없어서라기 보다는, 이미 저변으로 보나, 서양 록이 70 년대,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한 전성기를 구가할 때에 우리는 아마 80 년대에 전성기는 커녕, 겨우 록이 하나의 장르로 대중들에게 각인되는 것에 미치지 않았나, 하고 본다.

즉, 저변의 규모 자체가 다르고, 시기적으로 록이 사그라 들 때 즈음에 우리는 겨우 싹을 틔우는 데에 그쳤으니, 그에 따른 록 밴드 생성이 확률적으로 현저히 낮을 수 밖에 없고, 장르가 진흥이 안 되니, 질적으로 우수한 작품을 내는 밴드가 적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렇다고 이에 대해 한국 록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은 일절 없다. 

내가 록을 좋아 한다고 해서 메인스트림에 록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 법은 아니니까.

록 아니어도 다른 음악들이 얼마든지 대중들의 빈 곳을 채워 주고 있다.

댄스 음악이든, 팝이든, 그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도리어, 나는 한국 록의 전설이라 일컬어 지는 들국화의 전인권 씨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한다.

록은 그냥 음악일 뿐인데, 거기에 '저항'을 포장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록 음악 외적으로 록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문화 컨텐츠가, '약물', '문란', '폭력'이다.

한국 록의 대표적인 밴드인 들국화의 전인권 씨의 약물 전력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물론, 개인의 정신적 불행으로 말미암아 마약에 의존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

내가 지금 말하고자 하는 논점도 과거의 마약 논란을 꺼내고자 하는 게 아니라, 록이 국내에 들여 올 적에 그러한 외적인 요소들이 고루 섞여 들여 왔을 것인데, 그 중 '저항'이란 것도 포함돼 있었다.

냉정한 평가를 하자면, 록이 국내에 도입되어 꽃을 피운 것의 공로는 분명 전인권 씨에게 있기도 하지만, 록의 부정적인 요소를 비판 없이 수용하여 사회적 물의를 일으 킨 것 또한 과오가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더불어, 사회의 한 목 소리를 내고자 비판의 메세지를 음악에 담아 얼마든지 얘기할 수는 있지만, 그 것을 '저항'한다는 식의 자기 포장을 하는 것은, 잘못된 영웅 심리라고 생각한다.

저항이라고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기득권 층이 잘못되었고, 우리는 그 불의에 저항하는 정의로운 집단행동이라는 명명이기 때문이다.

그냥 음악만으로 깨끗하게 자기 목소리만 내면 될 것을.


반전, 저항, 평화, 참 좋은 단어들이다.

난 록을 좋아 하지만, 일부 록 안에 담겨 진 가치들에 대해서는 별개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중의 하나, 모틀리 크루는 그런 면에서 순수하다고 할 수 있다.

사회에 무관심한 듯 보이지만, 어쨌거나 순수한 음악을 했다고 생각한다.

허나, 그들의 방탕주의, 약물, 문란한 이성 관계에 대해서는 그들의 사적 삶이라고 한정해야지, 그 것을 록의 가치와 결부시킨다거나, 그 것에 동조하는 것은 결단코 주의해야 한다고 본다.

반면, 핑크 플로이드의 멤버인 로저 워터스의 경우, 워낙 좌파 사상이 강하다 보니, 처음에는 다른 멤버들이 그러려니 해도, 나중에는 갈등이 심해 져서 해체된 것으로 알고 있다.

창작자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은 좋지만, 사회의 질서란 테두리도 염두해야 하고, 큰 인기로 스포트 라이트를 받는 위상의 음악가인 경우, 그마만치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자신의 인기를 권력 삼아 대중들의 교주 노릇을 한다거나, 세력화해서 세상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음악인이면 순수한 음악을 만들고, 음악으로 성장하고, 좋은 음악으로 세상에 기여할 생각을 해라.

인기를 얻는다고 영웅된 것 마냥 착각하지 말고.


국내에 행태를 보인 가수들이 몇몇 있고,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아는 자들은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록에 국한하지 않고도 비슷한 다른 사례들이 있으나, 쓸까 하다가 기분이 영 좋지 않아서 여기까지 마친다.

음악을 그냥 순수하게 향유했으면 하는 내 바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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