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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솔해 Aug 03. 2021

청년창업은 땅 파서 합니까? _ 프롤로그

청년이어도 무쇠는 못 씹어 먹습니다.



이 글은 도시의 계획과 재생에 이용되는 청년창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본격적인 내용에 앞서 도시와 행정이 청년창업을 이용하기까지 누적되어온 행정편의주의에 대한 비판을 위해 이 사회의 청년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들을 써보려고 합니다. 라떼 어른들은 불편할 수 있으니 그냥 지나가시기 바랍니다.







대학교 2학년 때, 여러 가지 사회문제에 대해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는 수업을 들었다. 그리고 내가 배당받은 문제는 다름 아닌 청년문제, 사회가 겪고 있는 청년문제와 이에 대한 해결 방향을 발표해야 했다.


발표 내용을 요약하자면 청년이라고 모든 것을 감내할 수 없으니 다양한 청년 복지가 실현되어야 한다는 것과 청년이 복지 사각지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건 우리 사회가 청년에게 청년 다움을 요구하기 때문이라 것. 지극히 대학생스런 생각일지 모르겠으나 그 당시에는 꽤 진지했다.



" 무쇠도 씹어먹는 나이라고요?

아니요 혀도 닿기 싫어요 "

 

강의실 안에 있던 모든 학생들의 웃음을 터뜨리는 말과 함께 발표를 마쳤다. 청강생 모두가 청년이었기 때문에 공감하고 웃을 수 있었을 것이다. 교수님은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B+을 주셨다. (눈물)






청년이라고 해서 무쇠를 씹어먹을 만큼의 열정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내가 삽질을 한만큼 건물이 올라갈 수 있는 사회는 이미 지나갔기 때문일까.



적절한 보상을 기대할 수 없는 현실 속에 도저히 무쇠를 씹을 힘이 나지 않는다. 오랜 과거부터 어른들이 쌓아온 부패 끝에 사회 속에서 공정함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유토피아적 사상이 되어버린 지금이다. 순진한 놈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적절한 보상을 기대하기보다는 남들보다 적게 노력하고 더 많이 가지는 법을 연마해야 한다.



안타깝지만 노력이 결과로 돌아오는 시대는 끝났고 우리는 그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청년들은 그것에 맞게 조금은 기술적으로 그리고 꽤나 요령을 부리며 사는 법을 터득하는 중이고 이것 또한 존중해야 한다.



이전의 황금 같은 시대가 끝나 버린 것이 기성세대의 탓이라 할 수는 없으나 그 시대를 누리고 지나가버린 중장년층은 지금의 청년들에게 노력만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



꽤 나이를 드셨으니 현명하시겠죠?,

나라를 위해 세금은 당연히 많이 내시겠죠?,

자식들에게 물려줄 토지와 집이 있으시겠죠?

벌만큼 벌었으니 은퇴하고 자리 빼주시겠죠?



이런 말을 하는 청년들은 없지 않은가.

청년들은 중장년층과 노인에게 그들의 역할에 맞는 책임과 의무를 부과하고 강요하지 않는다. 사실 청년들도 청년답게 살고 싶다. 보상을 따지지 않고 경험의 가치를 중시하며 무엇이든 긍정적이고 열정적으로 임하고 사회의 번영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싶다. 하지만 그런 기회조차 없는 사람들도 많은뿐더러 지금 당장 가진 것보다 앞으로 가질 것이 많을 거라 기대해야 하는 이 시대의 평범한 청년들에게 '언제가 얻는 것이 있을 테니 열심히 노오력을 해보자'와 같은 다짐은 참으로 지치는 일이다.










부의 되물림이 부각되는 요즘 가난의 되물림도 더욱이 만만치 않다. 부모의 가난을 나의 세대에서 끊어버릴 수 있는 것도 개천에서 용이 나는 옛날이야기이다. 가진 게 없으면 개천에서도 코 박고 죽는다는 소리도 있는걸. 청년이 열심히 사는 데에도 돈이 필요하다. 요즘은 운동을 하는 것도, 공부를 하는 것도, 자기 계발을 하는 것도 모두 돈이 필요하다. (맨몸 운동 추천은 거절합니다)


고스펙 시대 속에서 내 입 하나 덜 수 있는 소박하지만 안정적인 밥벌이를 가지기까지 청년들이 쌓아야 하는 노력의 시간들은 모두 돈으로 지탱된다. 막말로 책만 파면 합격할 수도 있는 사법고시도 사라지지 않았는가?



한참 무쇠도 씹어 먹을 나이, 혹시 무쇠는 사주시나요? 아니면 씹어먹고 나면 페이는 있나요?



사실 '한참 무쇠도 씹어 먹을 나이-'는 다들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고 좋은 의미로 생긴 말인 것 또한 다들 알 것이다. 하지만 고생해도 괜찮은 사람은 없고 그래도 괜찮은 나이는 없다.



그 유명한 말인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아프면 환자다'로 바뀌는 데에 겨우 10년도 걸리지 않았다.

그 시절 아픔을 견뎠던 청년들이 아픔의 끝에 결국 보상은 없었다는 것을 알아버렸고,

그것을 지켜보던 꿈 많던 10대의 90년대생들은 조금은 다르게 살아야겠다 생각하며 성인이 되었다.



기성세대가 요구하는 아픔과 희생을 거부할 준비가 되어 있는 90년대생들이 20대가 되어 사회 속으로 우르르르 쏟아져 나온 이후 "90년대생들이 온다"라는 말로 새로운 청년의 스트레오 타입이 만들어졌다.




시간 맞춰 출퇴근을 하고, 상사의 말이라고 모든 것을 참지 않으며 불합리한 요청은 거절하고, 개인의 생활과 자기 계발을 회사의 조직력보다 중시하고, 회식을 가서 수발을 드느니 승진이 밀리더라도 집에 가서 넷플릭스나 보는 그런 90년대생.


너무 일반화를 한 건가? 물론 이전의 청년세대처럼 무한한 열정으로 사는 사람도 많으나 그들 또한 목적은 달라졌을 것이다. 그저 소속을 하기 위해, 내가 젊기 때문에 견디는 사람은 없다. 개인의 목표와 가치관 그리고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사회생활 방식을 택하고 실행한다. 적당한 눈치는 보지만 눈치를 보느라 우울증에 걸리는 것은 거부한다.





어차피 견뎌봤자 얻는  엄청난 것을 얻을  없다는 것은 선배들을 보고  배웠다.

"요즘 것들이란" 소리 좀 들으면 어떠한가? 대충 요령껏 살자 어차피 집은 못 사니까. 하하하









한편으로는 고생하지 않으려는 것이 과연 나쁘기만 한가?라는 생각도 든다.



세상에 맛있는 음식은 굉장히 많지만 내가 다 먹어 볼 필요는 없듯이 고생이라는 것이 젊기 때문에 겪을 수 있는 뜻깊은 경험의 가치일 수 있으나 그걸 내가 꼭 다 겪을 필요가 없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는 EBS만 듣고 학원 안 다녀도 서울대 가는 사람도 있다고 그랬잖아요.

젊어서 사서 하는 고생의 가치도 그냥 미디어로 배우는 게 어떤가요?

요즘은 유튜브도 잘 되어있는데요 뭐.

고생의 가치를 보여주는 유튜브 채널 추천을 받습니다. 전 유튜브로 배울래요




재미로 하는 말이지만 재미로 하는 말만은 아니다. 기성세대의 피 땀 눈물이 뭍은 경험의 산물들 속에서 우리는 자라났다. 그렇다고 우리가 또 피 땀 눈물을 흘려 또 하나의 산물을 만들기는 싫다. 그냥 좀 싫을 수도 있고 귀찮을 수도 있지 않은가? 이런 우리를 비판하는 어른들 중 과연 이 사회의 산물을 만들어낸 뿌듯한 과거의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우리는 남의 자식은 젊어서 고생을 사서 하더라도 내 자식은 고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부모님의 마음을 느끼며 자란 세대이기도 하다. 우리는 스스로를 사랑하고 아끼며 나의 울타리 안에 있는 작고 소중한 모든 것들을 지킬 권리가 있다.



사회문제를 두고 세대 간 갈등을 일으키고 싶지도 않고 조금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남의 것을 탐내지 않고 내 것을 성취하고 지키고자 노력하는 것일 뿐, 어떠한 희생과 인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아니 그래서 무쇠랑 청년 창업이 무슨 상관인데?.

음... 그러니까 그게 뭐든 대충 청년들한테 다 떠넘기지 말라고!


아주 개인적이지만 너무나 공감받고 싶은 청년에 대한 나의 생각들이었고,

다 누리고 산 세대이면서 왜 이렇게 손해를 안 보려고 하냐는 어른들의 잔소리가 싫어

괜히 혼자 쓰고 인터넷에 올려버리는 그런 나의 이야기이다.








다음 글부터는 본 내용인 청년창업과 도시에 대한  저의 생각들을 담아 보려 합니다.


한참 생각 많을 시기를 맞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지금 저의 생각, 시선, 감정들을 기록으로 남기면 좋을 거라는 생각으로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고 발행을 하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 마음입니다.


이렇게 글을 써보는 것은 처음이라 매끄럽게 읽히지 않을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불편한 내용일 수 있다는 걱정도 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게 있어도 너그러이 봐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가볍지만 또 가볍지 않을 수 있는 청년과 도시 그리고 지방에 대한 이야기들을 써갈 예정이니 공감이 되거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댓글로 적어주세요. 앞으로 도시에 대한 공부를 해나가며 새겨들을 수 있는 깊은 조언이라 생각하겠습니다.

 


오늘도 부족하지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잔잔하지만 반짝이는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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