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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사람 Feb 17. 2016

미술을 어떻게 볼 것인가?

보통 사람의 미술 바라보기



나는 유명 화가의 그림을 보는 것에서 만족을 느끼고 미술 감상을 끝낼 때가 많았다. 충분히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좋은 감상 태도를 지녔다고도 생각했었다. 그런데 내가 미술을 본다는 개념을 너무 쉽게 여기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고흐의 원화를 본 후였다.


난 고흐을 좋아한다. 처음으로 접한 고흐의 그림은 그가 지냈던 아를의 침실이었다.

Vincent Van Gogh,   ⓒ http://www.wikiart.org/


이 작은 아를의 방에서 밤이면 무거운 몸을 뉘이고 사색에 빠졌을 그를 떠올렸다. 침대에 기대 앉아 머리를 김싸 쥐고 어떤 고민에 지쳤을 고흐의 모습도 그려졌다. 난 그를 괴롭히던 광기의 원인이 궁금했고 삶의 불안함을 캔버스 위로 고스란히 옮겨온 듯 휘몰아치는 붓의 질감이 좋았다.


고흐의 그림이 좋아지고 나선 그의 삶이 담긴 책과 당시의 미술사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고흐라는 사람을 이해한 후 그의 그림을 봤을 때 이해의 폭과 느낌의 단계가 올라가 있었다. 같은 그림을 보는 데도 다른 색의 렌즈를 끼고 바라보듯 고흐의 침대는 어느새 다른 그림이 되어 내게 다가왔다. 어떻게 된 걸까?


나 또한 그랬지만 보통은 이해를 필요로 하지 않는, 그저 보는 즐거움의 그림을 선호한다. 많은 고민 없이도 그저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감상적인 그림. 이 목적에 가장 충실했던 것이 인상파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추상적인 그림들은 이해가 어렵기 마련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익숙한 것과는 다른 차원의 시선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보편적인 생각을 넘어서는 그림 앞에서 당혹감을 느끼는 건 당연한 반응이기도 하다.


예술은 작품을 보는 관찰자의 해석에 따라 다르게 창조된다. 내가 고흐의 침실을 보고 느낀 감상과 다른 사람이 그의 침실을 보며 느끼는 감상은 다른 것처럼. 완성된 고흐의 그림이 각기 다른 관찰자에 의해 계속해서 다르게 해석되는 것이다. 물론 누구의 감상이 정답이라는 건 없다. 그림을 보는 즐거움에서 멈추려고 하는 것은 미술 감상에 대한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술은 다양하다. 그렇기에 미술을 바라보는 우리도 단지 보는 행위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그림의 바탕이 되는 서사와 화가의 이야기를 모색하고 사고해야 한다. 고흐의 삶을 이해한 후 보았던 그의 침실이 다르게 느껴졌던 건 관찰자로서 내가 노력했기에 얻어진 감상의 확장이었다.


대학교에서 나는  시를 전공했었다. 시와 그림은 닮은 구석이 많다. 이것들을 함께 묶어 이야기하고 싶다.

다음은 미술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나의 생각들이다.




미술과 시는 감상의 차원이 아니라 이해라는 선행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작품을 아우르는 context에 대해서도 알아야 이해가 쉬울 것이다.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하는 점도 인식하여 다른 관점에서 살펴보려는 (혹은 분류하려는) 적극성을 필요로 한다.


미술과 시는 철학적이고 반성적인 태도가 있을 때 이해된다.

그렇기 때문에 자꾸 반복해서 봐야한다. 그리고 보는 것에서 그치려 하지 말고 생각해야 한다. 작품에는 작가의 예술에 대한 정신이 깃들어 있다. 작품은 그 가치를 아는 사람들의 수용이 있을 때 더 큰 예술이 될 수 있다. 좋은 작품에는 수용자의 영혼도 함께 깃든다고 생각한다. 즉 미술과 시는 작가가 작품을 완성했다고 해서 완결된 작품이 아닌 것이다. 치열한 작품일수록 수용자도 치열하게 그 작품에 뛰어들어야 되는 것이다.


예술가와 수용자는 함께 달려야 한다.

미술은 고정 틀을 바꿔주는 어떤 sign 같은 거다. 작품은 정신이고, 우연의 산물이 아닌 사람의 정신과 의식이 들어간 것이다. 그러니 작품은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기도 하다. 명료하지 않은 것은 사람을 불안하게 하다. 하지만 예술은 사람의 기대를 자꾸만 벗어나려는 성격을 띤다. 예술이 완결된 체험이 아닌 만큼 우리는 작품 앞에서 사유해야만 한다. 사유할 때에 수용자는 예술가와 함께 달리는 것이다. 그 때 우리는 다양한 감정을 체험하게 되고 새로운 감각의 세계로 진입할 수 있게 된다.


눈으로 보는 것으로만 그치는 건 그림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놓치는 안타까운 일이다. 예술은 진통제가 아니라 힘든 길을 벗어나게 해주는 힘, 혹은 방향의 모색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본다'는 행위로만 그치기 전에 미술 감상에 필요한 노력들을 해보면 어떨까?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도 수용의 노력 후에 바라보면 다른 그림처럼 다가오게 될 거다. 그건 수용자인 나의 받아들이려는 노력과 이미 오래 전 그림을 완성시킨 화가와의 협업으로 새롭게 탄생한 그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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