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사의 바르셀로나 에세이를 읽은 건 십년 전 스타벅스에서 였다. 당시 나는 여전히 질풍노도의 시기였고, 늘 불안했으며, 하루를 그냥 보내버리면 죄책감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늘 어딘가 도망치고 싶었으나, 도망갈 곳도..무엇보다 도망갈 용기가 없었다. 그래서 누군가의 여행기로 나는 대리만족했다.
오기사가 느낀 바르셀로나.
그의 삽화와 글을 읽고 있자면...여전히 그곳을 그리워하는 그의 감정이 전해졌다.
그렇게해서 알게 된 바르셀로나.
그후로 난 늘 그곳을 동경해왔고 늘 일상이 힘들고 지칠때면 그곳의 사진을 인터넷에서 뒤져 찾아보곤 했다.
가고 싶지만 선뜻 갈 수 없는 곳.
그런 그곳에 지금 내가 있다.
바.르.셀.로.나.
두어달 전 미리 예약을 했지만 가기 전까지도 내가 진짜 갈 수 있을까 걱정했다. 바르셀로나 공항에 도착하여 발을 내딛는 순간 그 염려와 걱정들은 사라지고 흥분과 가슴이 벅차올라 스타카토 발걸음으로 입국장을 나왔다.
이번 여행은 현지인처럼 살고 싶어 아파트를 렌트했고, 공항에서 현지 심카드를 구매해 집주인 호세에게 연락을 했다.
집은 생각보다는 작았으나, 집앞 학교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소리가 듣기 참 좋았다.
이번 여행은 맛있게 먹고 술이든 경치든 늘 취해있자는 것이 내 목표였기에 집근처 마트에서 고기와 맥주를 사서 질질 끌고 왔다.
여행을 오면서 불안한 마음에 노트북을 가지고 왔다. 혹 급한 일을 처리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러나 여기 바르셀로나에 도착하고 나니 마음이 달라졌다. 내가 없어도 회사는 잘 돌아갈 것이고, 여기서 내가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면, 돌아가서 미친듯이 후회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지금 노트북을 켜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그래서 노트북 가방을 여는 대신, 창문을 열고 맥주병을 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