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뚤어진 집 : CROOKED HOUSE>

아가사 크리스티 시리즈, 다섯 번째.

by 도한솔 I Solar

《스포일러를 원치 않는다면 뒤로 가기를 누르세요》


"Sometimes silence, even when meant kindly, is the most cruel form of violence."

"때로는 선의를 가장한 침묵이 가장 잔인한 폭력일 수 있어요."




우리 모두 힘들었어,
너만 그런 거 아니야,
다들 그렇게 사는 거야,
그렇게 살아.


결국 이 말들은 하나의 메시지를 향해 간다.


"말하지 마."



비뚤어진 집, 부유한 자수성가 노인을 중심으로 설계된 이 집은 왜 그렇게 조용히 무너졌을까? 그리고 이 집의 타락은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그 최초의 틈은 사건도, 살인도 아닌, 감정의 방임이다. 그저 회피가 습관이 된 한 가계의 익숙한 단면이, 한 아이의 말도 안 되는 악행이라는 균열로 드러났을 뿐이다.

애리스티드는 명확히 자기중심적인 권위를 가진 존재였고, 가족 전체의 질서를 설계하고 유지하는 가장이자 자수성가형 재벌이다. 그러나 그 노인은, 자신보다 한참 어린 여자와 결혼하면서 가족이 아닌 자신만의 욕망을 선택한다.

그 선택이 결국, 이 집을 더 이상 사랑이 머무는 공간이 아닌, 누구나 감정만 챙기면 되는 장소로 탈바꿈하게 만든다. 남은 가족들은 무능력하거나, 그도 아니면 유약하기 그지없어서, 무책임한 자기 연기를 하는 선택만을 할 뿐, 그 누구도 이 비뚤어진 집을 돌보지 않는다.

이름조차 "비뚤어진 집"에서 자라난 어린 조세핀은 단지 누군가의 관심받고 싶었던 게 아니라, 관심을 설계함으로써 세상의 중심이 되고자 한다.

그러나 이 집안의 그 누구도 그걸 진심으로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다.

가족 모두가 조세핀을 귀찮거나 이상한 아이로 취급하며, 진지하게 반응해주지 않는 방임의 세계. 외모, 재능, 사랑받는 위치 그 어떤 것 하나 가진 것이 없는 존재가 된 조세핀. 그 결핍을 "내가 더 똑똑해"라는 환상으로 보상하려 한다. 그렇게 아이는 살인을 통해, 어른들의 세계를 통제할 수 있다는 감각에 빠져든다.

조세핀을 막을 수 있었던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이 집의 어른들은 언제나 아이가 그럴 리 없다고 믿는 쪽을 택했다. 할아버지인 애리스티드는 그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에 죽었고, 에디스는 그것을 인정했기 때문에 죽음을 선택했다.

그리고 나머지 가족들은 눈치를 챘고, 의심했고, 때로는 알고 있었고, 하지만 누구도 그것을 말하지 않았다.

결국 이 집은 한 꼬마 괴물의 '살인'으로 망한 것이 아니라, 감정에 대한 책임을 외면한 침묵으로 무너졌다.

조세핀은 비뚤어진 집에서 태어난 괴물이 아니라, 비뚤어진 집이 만든 괴물이었다. 그리고 진실이 밝혀진 뒤, 그 집은 죽은 아이를 회피라는 벽 안에 다시 가둬버렸다.

어른은 표면적으론 조세핀을 동정한다.
"가엾은 조세핀!" 그러나 그들은 조세핀을 사랑한 것도, 동정한 것도 아니다. 아이의 범죄가 말해주는 가족 전체의 실패를 세상에 내보이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비뚤어진 집에서 가장 조심스럽게 보호된 것은 아이가 아니라, 그 아이가 허물어뜨린 '가문의 체면'이었다.

그 대단한 어른 애리스티드는, 그는 가족의 삶을 무력하게 만들고 그들 하나하나를 통제했지만, 자신의 죽음마저 통제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그 죽음은, 그가 손녀에게 가르쳐준 통제 방식으로 설계된 일이었으니까. 그 어린 조세핀은 애리스티드의 최악의 제자였고, 그의 가장 충실한 제자였다는 사실을, 누가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감정을 나누는 가족이 아니라, 존재로 '기능'하는 중심 기둥, 모두의 사랑과 증오를 받던 애리스티드의 죽음은 비극이 아니었다.

그의 부재가 그 집의 진짜 모습이었다.




"It was fun. Watching everyone run around like that."


"재미있었어. 모두가 우왕좌왕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