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하루 끝에서 나를 껴안는 법

그저 나를 안아주는 일

by 솔바나


하루가 끝났다.

몸은 집 안에 있지만, 마음은 아직도 어딘가를 헤매고 있다.


무언가에 쫓기듯 정신없이 보낸 하루.

누군가와 다투지 않아도, 큰일이 없었어도, 이상하게 더 지친 날이 있다.


그럴 땐 ‘왜 이렇게 힘들지?’라는 생각보다

‘왜 이렇게 나는 별것도 아닌 일에 쉽게 지치지?’ 하고

괜히 나 자신을 탓하게 된다.


하지만 별일이 없어서 지친 게 아니다.

오히려 별일 없이도 참느라, 말 못 하고 웃느라,

그저 “괜찮아요”라는 말로 하루를 채우느라

너무 많이 고단해진 거다.


세상이 원하는 내가 되느라

오늘도 내 마음은 뒷전이었다.


하고 싶은 말 대신 해야 할 말을 골라내느라

내 감정은 자꾸만 작아지고,

결국 혼자 있는 이 밤에서야 겨우 진짜 내 모습이 나타난다.


지친 하루 끝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누군가를 이해하려 애쓰는 것도,

하루를 반성하는 것도 아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그저 나를 안아주는 일이다.


고생했어.

오늘도 정말 애썼어.

참 많이 힘들었지?


이 세 문장이

때로는 어떤 위로보다 따뜻하다.


누군가 해주지 않으면

스스로라도 해줘야 하는 말이다.


조용한 음악을 틀고,

불을 조금 낮추고,

마음을 내려놓을 공간을 만들어본다.


그 공간에서 나는

하루 종일 지쳐버린 나에게 묻는다.


“오늘 너는 어떤 게 힘들었어?”


그리고 그 대답을

판단 없이, 해석 없이, 그냥 들어준다.


괜찮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불완전한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세상은 끊임없이 완벽을 요구하지만

정말로 필요한 건, 완벽이 아니라 회복이다.


매일 밤,

지친 하루 끝에서

나를 껴안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오늘은 잘 버틴 나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가장 다정한 선물이

조용한 위로 한 조각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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