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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혁 Mar 25. 2021

글을 쓴다, 소외에서 벗어난다

글을 쓰는 목적에 관하여

왜 글을 쓰는가. 비공식적으로 13년 째, 공식적으로는 7년 째 글을 쓰고 있다. 목적은 계속 변했다. 타인에게 나를 드러내고 싶어서, 일기를 쓰기 위해 썼다. 또한 타인의 마음을 끌기 위해, 삶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 자기수양을 위해,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글을 쓴 적도 있다.


글쓰기는 권리이자 동시에 의무였다. 글이 외면받을지언정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때, 글쓰기를 권리로서 누렸다. 반면 생활이 늘어지고 삶에 회의가 밀어닥칠 때, 글쓰기는 나를 바로잡기 위해 반드시 행해야할 형벌이자 의무였다.


그러던 중 글을 썼던 수많은 목적들을 하나로 꿰어내는 이유를 발견한다. 신경숙 작가의 장편소설 <외딴방>에서다.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글쓰기, 내가 이토록 글쓰기에 마음을 매고 있는 것은, 이것으로만이, 나, 라는 존재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소외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은 아닌지."


작가의 말이 가슴을 때린다. 내가 글을 써왔던 것, 사실 누구와도 구분되지 않는 나라는 개인을 분별시키고자했던 절박한 몸짓이 아니었을까. 똑같이 일어나 출근하고, 밥과 국을 퍼먹고, 무용한 서류들을 양산하며 살아가는 나. 타인과 다른 유일한 하나는 퇴근 후 앉아 신변잡기를 쏟아내는 30분의 글쓰기 시간이 아니었던가.


그녀가 말해준 글쓰기의 이유로, 그녀에 의해 납득된 내 행동의 이유로, 나는 조금 더 자유로워진다. 글을 씀으로써 누군가의 자식도, 친구도, 부하직원도 아닌 '나'에게 접근한다. 한 뼘 더 독립적이고 특별한 존재로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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