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잊혀간다

엄마 아빠랑 평생 같이 살 거예요

by 솔레일 힐링
솔의 시선 ; 핸드폰 번호를 바꿔주세요


그리움이 바닥을 칠 때면 술을 마시고, 그러면 서러워 폭발하지만, 이제 그 주기는 점점 길어진다. 그 외의 삶은 조금씩 안정되어 가고 있다.


'이러다 하늘이의 생일도 잊는 것이 아닐까?'


"핸드폰 번호를 바꾸려고 해요. 끝자리는 0318로 부탁드립니다."


'물고기자리 하늘이, 하늘이는 내 아들, 3월 18일은 하늘이의 생일'


솔이는 자꾸만 하늘이의 생일을 중얼거린다. 아이가 내 몸을 빌려 태어났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지 않을까 슬슬 걱정이 된다. 오늘은 작정하고 솔이는 핸드폰 번호를 바꾸고, 세희에게 번호를 알렸다.


"오빠, 하늘이 생일 잊을까 봐. 바꿨어."


솔이는 3년이나 지났지만, 아직 세희에게 오빠라고 부른다.


"이제 오빠라는 호칭은 조금 그렇다."


"응. 그래. 그러면 하늘이 아빠"


솔이에게 하늘이의 존재가 세희의 존재가 점점 잊힌다. 잘 살겠지. 잘 키우겠지. 그렇게 그렇게 하루를 살다 보니 솔이의 삶 안에는 이제 하늘이의 존재가 세희의 존재가 희미해진다.


하늘이의 시선 ; 엄마랑 아빠랑 평생 같이 살 거예요


하늘이는 더 이상 솔이 엄마가 기억나지 않는다. 얼굴도 냄새도 그리고 진짜 엄마인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예쁜 여동생을 낳아준 엄마가 진짜 내 엄마 같다.


'엄마랑 아빠랑 동생이랑 평생 같이 살아야지.'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여동생은 너무 사랑스럽고 귀엽다. 아빠도 엄마도 행복해 보인다. 하늘이는 진짜 가족이라 생각한다. 행복하다. 하늘이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것 같아서 하늘이는 하루하루가 즐겁다.


지나의 시선 ; 진짜 엄마가 되었다


지나는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지만, 늘 새엄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신경이 쓰였다. 그런데 아이를 품고 나니 진짜 엄마가 되고 세희와의 사이에도 연결고리가 생겨 안심이 되었다.


하늘이도 세희도 예쁜 딸아이를 너무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지나의 생각을 지배했던 '두 아이를 어떻게 키우지?'라는 생각은 이미 점점 잊혀간다. 지나는 하늘이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하늘이는 턱을 괴고 동생을 바라본다. 지나가 아이의 젖을 물리면, 방 문 앞 구석에서 서서 지나와 동생을 바라본다.


'엄마가 그리운 걸까?'


지나는 하늘이의 모습이 문득 엄마를 그리워하는 것이 아닐까? 염려가 되지만, 조금씩 하늘이에게 지나의 자리가 열리는 것 같아서 안심이 된다.


지나는 젖을 물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며, 이 아이가 하늘이의 엄마의 자리를 지워내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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