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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영재 Nov 30. 2016

생태학살도 국제 범죄가 될 수 있을까?

몬산토가 국제 시민 법정의 피고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공약대로 기후변화협약 탈퇴를 택할 경우 생태계 파괴를 이유로 국제재판에 세울 수 있을까? 4대강 사업으로 국토를 파헤치고 ‘녹조라떼’를 만든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이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을 처벌할 수 있을까?

광범위한 생태계 파괴를 가리키는 용어로 ‘생태 학살’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 ‘에코시드(ecocide)’라는 말이 있다. 자연환경과 그 안에 사는 생명체의 건강에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피해를 일으킨 모든 행동을 의미한다. 인종과 종교를 이유로 한 대량학살을 ‘제노시드(제노사이드·genocide)’라고 부르고 이를 국제형사재판소에서 다루고 있다. ‘제노시드’가 인류에 반하는 범죄라는 것은 이미 국제법의 확고한 원칙이다. 생태학살도 이런 수준의 범죄로 규정될 수 있을까?


■몬산토 법정

지난달 14~16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특별한 재판소가 문을 열었다. 이 법원은 국가나 국제 사회에서 공인되지 않은 비공식의 시민 법원이다. 재판에는 15개국에서 온 30명의 증인이 참석했다. 식량권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을 지낸 올리비에 드슈터를 비롯해 아르헨티나의 의사, 프랑스와 아르헨티나, 부르키나파소에서 온 농부, 멕시코의 양봉업자, 과학자, 수의사들이 증인으로 나섰다. 

피고는 세계 최대 종자 회사인 미국의 몬산토이다. 세계 유전자변형작물(GMO) 시장의 95%를 장악하고 있는 거대 기업이다. 시민법정의 대변인은 지난달 13일 가디언에 “몬산토가 설립된 이래 이 기업이 환경과 인간에 끼친 위해 혐의에 대해 평가하는 것이 이 법정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재판소의 5명의 재판관들은 ‘세계 인권의 날’(Human Rights Day)인 12월10일까지 몬산토의 생태계 파괴 혐의에 대한 권고적 의견을 발표한다. 재판소장인 벨기에의 법학자 프랑수아 툴켄은 14년간 유럽인권재판소의 판사를 지낸 경력이 있다. 툴켄 재판장은 지난달 16일 르몽드에 재판소의 임무를 밝혔다. “우리는 판결을 내리지 않는다. 우리는 자문적 견해만을 밝힐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우리는 몬산토의 활동이 유엔의 사법기관들 안에 존재하는 법규와 일치하는 지를 입증하려 한다. 일종의 교육적 재판소로 인권에 관한 국제법에 영향을 미치고 피해자들에게 구제를 위한 문을 열어주길 희망한다.”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형사재판소(ICC)와 인접한 곳에서 지난달 14~16일 열린 몬산토 법정에 수백명이 참석해 재판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출처:몬산토 법정

시민법정의 개회와 함께 증인들이 차례로 나서 피해 상황을 증언했다. 프랑스의 한 승마장에서 일하는 45세의 사빈느 그라탈루가 말했다. “태어나자마자 기관 절제술을 받고 50차례나 전신마취를 해야 했다. 태어난 이후 6달 동안 소생실에 있어야 했다. 아들이 호흡할 수 있도록 우린 7년 동안 45분마다 일어나야 했고 목욕도 목 아래 부분까지만 잠기는 물에서만 할 수 있다.”

사빈느는 승마 경기장에서 잡풀이 자라지 않도록 글리포세이트를 뿌리는 일을 했다. 그는 몬산토의 제초제 글리포세이트로 인해 아이가 심각한 기형이 됐다고 주장했다. 몬산토는 글리포세이트가 최초의 생분해성 제초제라고 선전했다. 제조체의 무독성을 믿어 선택했지만 사빈느가 임신 4주째일때부터 태아의 후두에 기형이 생겼다. 아르헨티나에서 온 마리아 루이즈 로블레도도 사빈느와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면화를 재배하는 농부, 커피 농부 등 5 대륙에서 온 피해자들이 차례로 증언을 이어갔다. 멕시코의 양봉업자 펠리시아노 우칸 푸트는 글리포세이트가 어떻게 자신의 꿀벌들을 죽였는지 이야기했다. 국내 법원에서 이로 인한 피해를 입증하기 어려웠다는 점도 말했다. 이는 국제법정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존하는 국제법 아래서는 인간 건강과 환경의 온전함을 해치는 잠재적 범죄를 이유로 몬산토를 비롯한 기업에 형사 책임을 묻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난달 1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몬산토 법정 개회 기념 기자회견에서 수백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시민운동가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출처:몬산토 법정

벨기에의 법학 교수인 드슈터는 이 재판소가 몬산토 희생자들을 위한 협의체를 제공하고 국제법의 발전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농업 생산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할 지에 대한 중대한 선택을 해야 할 단계에 있다. 화석 연료와 제초제, 유전자 변형 식량에 의존한 거대 단일 경작으로 옮겨갈 것인가 아니면 생태계를 존중하고 자연에 반하기보다 자연과 협력해 높은 생산성을 이룰 수 있는 다양화된 경작 시스템으로 가야 하는가”라며 이 법정이 선택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몬산토 “연출된 법정”… 시민법정 “판결은 증거에 기초”

몬산토는 시민 법정은 “연출된 묘기”일뿐이라며 출석을 거부했다. 몬산토의 인권 담당자인 마르타 버마스터는 성명에서 “우린 식량과 농업 생산에 관한 다양한 생각과 관점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의 진정성 있고 건설적인 대화를 환영한다. 이건 진정한 대화가 아니다. 반 농업기술, 반 몬산토 비판가들이 주최하고 판사와 배심원을 맡고 그 결과가 미리 예정된 연출된 행사이자 거짓 재판일 뿐이다”라고 밝혔다.

몬산토 성명은 이어 “우리는 농부가 기후 변화를 완화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 제품과 서비스는 농부가 데이터 과학을 이용해 작물을 더 지속 가능하고 탄소 중립적 방식으로 재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우리는 꿀벌의 건강을 지키고 왕나비를 위한 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고 농촌 공동체가 숲의 생태계를 보전하고 불법적인 산림 벌채를 막고 지역 종들을 보호하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그에 따른 행동을 했다”라고 말했다.

시민법정을 주최한 이들은 이 법정이 ‘인민재판’이 아니며 재판소가 기업에 반하는 결론을 내릴지도 결코 확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런던대의 인권 협력단 단장인 다미엔 쇼트는 “다른 유사한 법정에서 기업에 유리하거나 불리한 결정은 모두 있었다”며 “이것은 국제법을 시험하는 것이다. 법정은 도덕적 힘이 있고 재판소의 결정은 증거에 기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Monsanto Tribunal, closing of the hearings by Judge Tulkens. October 16th, 2016.French with English 

■몬산토의 혐의는?

구체적으로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몬산토의 죄목은 뭘까? 우선 고엽제를 비롯한 독성 화학물질을 생산·판매해 환경과 인간의 건강에 해를 입혔다는 점을 든다. 몬산토는 베트남 전쟁 당시 고엽제의 일종인 ‘에이전트 오렌지’(Agent Orange) 수십만 톤을 제조했다. 에이전트 오렌지는 미국의 정글 고사 작전인 ‘랜치 핸드 작전’에 사용됐다. 게릴라가 점령한 숲과 농촌 지역에 제조체를 뿌려 이들의 식량 기반을 빼앗고 농촌의 게릴라 지원을 막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 결과 480만명의 베트남인들이 제조체에 노출됐다. 이중 40만명이 죽거나 장애를 입었고 50만명의 기형아가 태어났다. 

몬산토는 살충제, 냉각제, 단열재로 쓰였던 폴리염화 바이페닐(PCB)도 개발했다. 이 물질은 독성이 확인되면서 전 세계에서 사용이 금지됐다. 1974년에는 발암 유해성 논란이 있는 제조체 ‘라운드업’을 출시했다. 이 제초제의 주성분인 글리포세이트를 개발한 것도 몬산토이다. 

몬산토는 유전자 변형 작물의 종자를 판매할 때 유전자 변형 작물의 종자를 채집해 이후 이를 차후년도 재배에 이용하지 않도록 재배 농가와 계약을 맺는데 이를 위반할 시 지적 재산권 침해로 소송을 낸다. 몬산토가 1996년 처음 상업적 유전자 변형 종자를 판매한 이래 종자 가격은 치솟았다. 1996년 이후 콩 종자 가격은 325%, 옥수수 종자 가격은 259% 올랐다. 유전자 변형 목화 종자의 경우 516%가 올랐다. 몬산토는 이 기간 동안 주요 종자에 대한 독점을 강화하면서 덩치를 급속도로 키웠다.

독일의 화학·제약 업체인 바이엘은 지난달 14일 몬산토를 부채를 포함해 660억달러(약 74조28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두 회사의 합병은 유럽연합과 미국의 독점 규제 당국의 허가를 얻으면 최종 성사된다. 시민단체들은 양사의 합병으로 독점도가 강해지면 종자 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몬산토와 같은 독점 종자 회사들이 생물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품성이 있다는 이유로 몇 가지 종자만 집중적으로 재배하는 ‘단일 경작’은 질병에 대한 대응능력을 약화시킨다. 그 위험성은 역사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영국인 지주들이 감자 단일 경작만을 강요해 발생한 1845~1852년 사이 아일랜드의 감자 기근은 백만명 이상의 희생자를 냈다. 바나나 역시 단일 경작으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경고가 나온다. 미국 내 작물 다양성은 위험 수준으로 떨어져 지난 100년 동안 식물 종자의 93%가 멸종됐다.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로완 길레스피(Rowen Gillespie)의 청동작품 ‘기근’(Famine). 감자 기근 당시의 참사를 상징하는 조형물이다. Tim Sackton

헤이그에서 시민 활동가들은 몬산토를 비롯해 다국적 화학기업들이 지속 불가능한 방식으로 농업 구조를 바꾼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법정 대변인은 “몬산토는 인간이 만들어낸 온실 가스 배출의 최소한 3분의 1에 기여한 농산업 모델을 만들고 있다. 몬산토는 또한 토양 오염과 수자원 고갈, 종의 멸종과 생물다양성 하락, 수백만 소농민들을 떠돌이 신세로 만든 것에 책임이 있다. 이런 농업 모델은 종자에 특허를 내고 생명을 사유화하면서 사람들의 식량 주권을 위협한다”라고 말했다. 

몬산토나 바이엘, 바스프, 다우 듀퐁, 신젠타와 같은 거대 농화학 기업들이 부당한 경제적·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시민단체들이 생각하는 죄목의 하나다. 시민단체들은 이들의 정치권 로비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본다. 인도에서 반 GMO운동을 벌이면서 여러 차례 몬산토와 충돌했던 인도의 시민운동가 반다나 시바는 이 기업을 지상에서 가장 위험한 기업의 하나로 간주한다. 그는 “몬산토는 인간과 환경에 해로운 독성 제품을 생산한 역사가 있기 때문에 이런 평판을 얻게 됐다”며 “생명과 사회, 민주주의가 위협받는다. 우리는 이런 미래가 이어지는 걸 거부한다”라고 말했다.


■‘생태 학살’ 국제범죄로 인정될까?

몬산토 법정은 다국적 농화학 기업을 심판대에 세웠지만 그 너머에는 환경 보호 의무의 위반을 처벌할 수 있는 국제법적 근거를 만들자는 목표가 있다. 환경과 인간의 건강에 반하는 범죄를 국제 형사법의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생태 학살(ecocide)’을 ‘인도에 반하는 범죄’의 하나로 규정하자는 것이다. 

이는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ICC)와 관련 있다. 이를 염두에 둔 듯 몬산토 법정은 국제형사재판소와 불과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 열렸다.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에 따르면 이 재판소는 국제공동체 전체의 관심사인 집단살해죄, 인도에 반한 죄, 전쟁범죄, 침략범죄에 대해서만 관할권을 갖는다.

로마규정은 ‘인도에 반하는 범죄’로 “민간인 주민에 대한 광범위하거나 체계적인 공격의 일부로서 그 공격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범하여진 다음의 행위를 말한다”며 ‘살해’ ‘절멸’ ‘노예화’ ‘주민의 추방 또는 강제이주’ ‘국제법의 근본 원칙을 위반한 구금 또는 신체적 자유의 다른 심각한 박탈’ ‘고문’ ‘강간, 성적 노예화, 강제매춘, 강제 임신, 강제 불임, 또는 이에 상당하는 기타 중대한 성폭력’ ‘사람들의 강제실종’ ‘인종차별 범죄’ ‘신체 또는 정신적·육체적 건강에 대하여 중대한 고통이나 심각한 피해를 고의적으로 야기하는 유사한 성격의 다른 비인도적 행위’ 등을 거론하고 있다. 

몬산토 법정에 참여한 변호사들은 이 재판에서 몬산토의 기업 활동이 건강권과 정보권, 사회권, 인간의 권리 존중에 관한 현존하는 법에 저촉된다는 점을 증명하려 했다. 프랑스 변호사인 윌리암 부르동은 재판정에서 “국가의 법 체계 안에서 규범적인 방식으로 도입되지 않는 이런 협약에 국가들이 열성적으로 서명하는 것은 바로 국제법이 매우 취약함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반다나 시바는 국제법의 혁명적 변화 가능성을 긍정했다. 그는 “우리가 (환경범죄를 국제범죄로 규제하는) 이런 움직임을 구축하는데 이르지 못한다면 인류는 지게 될 것이다”며 “기후변화가 그 시급성을 더하고 있다. 지구가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해야 할 몫은 우리들에게 있다. 승리하기까지 10년을 잡고 있다. 그 이후면 너무 늦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14~16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몬산토 법정에서 프랑수아 툴켄 재판소장(오른쪽)을 비롯해 재판관들이 증언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출처:몬산토 법정

생태학살을 국제범죄화하려면 일단 ‘에코시드’라는 용어부터 명확히 정의할 필요가 있다. 프랑수아 툴켄 재판소장이 생각하는 바는 이렇다. “이런 범죄는 아직 존재하지 않으며, 위반행위로 규제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것을 정확하게 정의해야 한다. 제노시드는 인류에 반하는 범죄의 하나로 국적이나 민족, 인종 혹은 종교의 차이를 이유로 한 집단의 전체 혹은 일부를 파괴하는 것이다. 에코시드는 환경과 결부된 일종의 ‘제노시드’로 인간이 그 생명을 의존하고 있는 생태계를 중대하고 지속적인 방식으로 바꾸는 환경 훼손이다. 이곳 헤이그에 있는 국제형사재판소도 지난 9월15일 재판소의 조사 영역에 환경과 관련한 우려사항들을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이것이 발전의 방향이다. 위생적이고 건강한 물과 음식에 대한 권리의 문제는 과거부터 있었던 문제들이다. 분노한 활동가들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문제들은 새로운 것들이 아니다. 건강한 환경에 대한 권리와 같은 이런 문제는 기후변화와 함께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우리는 이런 문제들에 대처하기 위한 사법적 도구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몬산토 법정은 이런 움직임 안에서 하나의 단계이자 수단이다.”


Opening of the Tribunal by Corinne Lepage, former French Minister of Environment


Conclusion by Marie-Monique Robin, member of the organising committee


[에코시드 1문1답]

몬산토 법정 조직위원회에 참여한 인권 관련 국제법 전문가인 발레리 카반느는 ‘에코시드’를 “지구 상의 생명체와 해양과 대기, 극지와 같은 지구의 공동 자원, 초국가적 가치를 지닌 모든 생태 시스템에 지속적인 위해를 가져오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발레리 카반느는 에코시드 종식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의 대변인으로 최근 <지구를 위한 새로운 권리>라는 책을 냈다. 다음은 르몽드에 실린 에코시드와 관련한 일문일답이다. 


-당신이 형사법에 담아야 할 범죄라고 여기는 ‘에코시드’는 무엇인가?

“에코시드는 지구 상의 생명체와 해양과 대기, 극지와 같은 지구의 공동 자원, 초국가적 가치를 지닌 모든 생태 시스템에 지속적인 위해를 가져오는 행위이다. 에코시드는 지상의 생명체가 의존하는 이런 시스템을 파괴하는 것이 지구의 안전과 그 정주 가능성을 위협한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을 때 성립한다. 지구 생태계에 피해를 가져오는 것은 평화와 인류에 위협이 되며 우리는 이런 위해 행위가 가장 엄중한 범죄의 하나로 인정되길 원한다.”


-이 싸움은 이미 오래된 것 아닌가?

“에코시드가 논의된 지 이미 50여 년이 지났다. 에코시드는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에 고엽제 ‘에이전트 오렌지’ 사용 중단을 요구했던 미국의 생물학자 아더 갈스톤이 1966년 만든 말이다. 스웨덴 총리였던 올로프 팔메 역시 1972년 6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엔인간환경회의(UNCHE)’에서 에코시드라는 말을 사용했다. 국제형사재판소 로마규정의 초안을 만들 당시 26조에 에코시드를 포함할 계획도 있었다. 전시 상황에서는 물론 평화 시기에서도 환경에 반하는 중대한 범죄를 규율하기 위해서다. 이런 논의는 원자력 산업이 타격을 받을까 우려한 프랑스를 포함해 일부 국가들의 반대로 제외됐다.”


-오늘날 에코시드 논의는 어떠한가?

“이런 유형의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가 주권을 우회해 헤이그 국제형사재판소에 영구히 이 주제로 재판을 부탁할 수 있어야 한다. 시민사회의 압력을 받아 국제형사재판소는 9월15일 인도에 반하는 범죄에 적용을 환경에 끼친 손해에까지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재판소는 인간이 의존하는 자연 자원에 끼친 피해나 토지 독점과 같은 사건도 다룰 수 있다. 우리에게 이건 상당한 발전이다. 하나의 사건만 다뤄도 충분하다. 다국적 기업들이 인권을 존중할 수 있도록 강제할 수 있는 법적 틀을 만드는 데는 하나의 판결로도 충분하다. 한 사건에 판단을 하면 사실상 불처벌은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이걸로는 지구의 안전과 건강한 환경에서 살아갈 미래 세대의 권리를 보장하기엔 불충분하다.”


-앞으로 논의를 어떤 방향으로 확대할 계획인가?

“우리는 자연의 이름으로 그리고 미래 세대의 이름으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한다. 이미 이런 종류의 청원은 전 세계적으로 많이 이뤄졌다. 고소인들은 대체로 재판에서 각하 판결을 받는다. 판사들이 관할권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2015년 6월 네덜란드의 한 판사는 비영리단체 우르젠다 재단이 886명의 시민을 대표해 네덜란드 정부가 기후변화에 관한 전문가 그룹의 권고를 존중하지 않는다며 그 책임을 묻기 위해 낸 소송을 받아들였다. 그 판사는 최종적으로 네덜란드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약속을 존중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네덜란드 사례는 예외적인 것인가?

“법을 발전시킨 것은 판사의 용기이다. 판례는 이후에 모든 사람들이 인용할 수 있는 권리로 향하는 문을 상징한다. 다른 예로 2015년 11월 미국 워싱턴 주에서 내려진 판결을 들 수 있다. 이 소송에서 8명의 아이들은 ‘건강한 환경을 누릴 권리’라는 이름으로 워싱턴 주정부와 그 너머의 석유 산업, 화석 연료 산업을 피고로 내세웠다. 우리는 미래 세대의 권리라는 이름으로 이런 법 개념을 전형화할 수 있다. 그들은 미국 법원에서 승소했고, 법원은 정부에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조치를 행할 헌법적 의무가 있다고 인정했다.”


-당신은 현 상황을 발전시키는데 법이 정책보다 더 중요하다고 보는가?

“법은 여전히 약간 더 느리다. 그렇지만 정책이 더 이상 제안을 하지 못할 때 법이 그 길을 보여 줄 수 있다. 거대한 경제적 대항 세력에 맞서 법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이런 개혁이 없다면 폭력과 국민들의 봉기에 의해 이것이 관철되는 국가들도 있을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를 막지 않는다면 지금부터 한 세기 이후에는 7명 중 1명이 기후 난민이 될 것이다. 폭동으로 이어지기 전에 법의 개혁을 시도하길 바란다.”


-처벌적인 생태학은 역효과를 내지는 않을까?

“연성법의 형태에서 더 효율적인 형태로 옮겨가야 한다. 법의 구속력을 강화하는 것은 처벌적 생태학이 아니라 예방적 생태학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오늘날의 법은 참사의 심각성을 산더미 같은 통계 수치와 함께 그것이 발생할 가능성으로 평가한다. 중요한 것은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아니라 그 결과의 심각성, 생애 주기에 온 혼란, 미래 세대의 권리에 끼친 손해이다. 이런 새로운 전제에서 출발해 판사는 투자 계획을 바꾸는 등의 보존 조치를 부과할 수 있다. 사법 체계 안에 생태학살(ecocide)과 환경 위기의 인식을 진전시키는데 이 싸움의 모든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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