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2020년 도입할 경우 50년 동안 110만명 살릴 수 있어
자율주행이 완벽하지 않으면 차량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하지만 더 안전한 자율주행차를 기다리다가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의 연구기관 ‘랜드 코퍼레이션’은 7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자율주행이 완벽해지길 기다리기보다는 사람보다 나은 수준이기만 하면 최대한 일찍 자율주행을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인명 피해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랜드 코퍼레이션은 자율주행의 성능이 인간보다 10% 정도 더 나은 수준에 도달하는 때를 2020년으로 예상했다. 이때 자율주행을 도입할 경우 도입하지 않았을 경우와 비교해 사망자 수를 110만 명이나 더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관리청(National Highway Transportation Safety Administration) 마크 로스카인드 청장은 지난해 열린 한 심포지엄에서 “완벽을 기다리면서 수수방관할 수는 없다”며 “지난해 3만 5200명의 생명을 도로에서 잃었다. 완벽을 기다리면 매우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럼 얼마나 더 많은 생명을 잃게 될 것인가”라고 물었다. 랜드 연구소는 이번 연구가 그 물음에 대한 답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정책 결정자들이 자율주행 도입 시기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운전자의 실수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미국 내에서 3만 7000명이다. 차량 충돌의 90%는 인간의 실수에서 생긴다. 자율주행은 음주운전, 졸음운전의 위험을 없애 이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크게 줄일 수 있다. 교통안전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은 자율주행을 도입하려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이다.
연구진이 이번 연구에서 정의한 ‘자율주행차’는 미국 자동차기술자협회(SAE)가 제시한 자율주행 5단계 중 3단계(조건부 자동화) 이상의 단계를 말한다. 조건부 자동화인 3단계는 차량이 자율주행을 하면서 필요할 경우 인간 운전자가 개입하는 수준을 뜻한다. 4단계는 시내 주행을 포함한 도로 환경에서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자율주행이 가능한 단계이고 5단계는 시골길 등 모든 환경에서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자율주행을 의미한다.
자율주행차 도입에 따른 인명상의 이익은 여러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예를 들어 얼마나 빨리 기존 차량 소유자들이 자신들의 차를 자율주행차로 바꿀지, 얼마나 빨리 자율주행차의 성능이 개선될지, 어느 정도로 자율주행차가 인간의 운전을 대체할지, 인간 주행차의 안전성이 어느 정도 개선될 지에 따라 달라진다. 연구진은 자율주행차가 다양한 주행환경에서 더 많이 달릴수록 기계학습으로 안전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자율주행을 확대해 학습량을 늘리면 이런 안전상의 이득도 더 빨리 실현할 수 있다고 봤다.
https://www.rand.org/1c1e0c2f-07eb-429a-aa29-6c2ef7d208c6
연구진은 이런 요소들을 고려해 500가지의 시나리오를 짜 이들을 비교했다. 그 결과 모든 시나리오에서 자율주행차의 조기 도입이 장기적으로 더 많은 생명을 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첫 시나리오는 2020년에 자율주행차가 평균적인 인간 운전자보다 10% 더 안전해진 상황에서 시장에 도입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소수만이 자율주행을 택하고 대다수 소비자들은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에 여전히 회의적인 상황이다. 그러다 편의성이 높아지고 익숙해지면서 2060년에는 미국 내에서 모든 주행 차량의 80%가 자율주행으로 대체되는 걸로 가정했다. 자율주행차와 그렇지 않은 차의 성능이 모두 개선되지만 같은 속도로 개선되지는 않는 것으로 가정했다. 2035년이 되면 자율주행차는 거의 완벽해져 오늘날 인간 운전자보다 90% 더 안전해진다. 2070년이 되면 자율주행 도입으로 약 110만 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게 된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자율주행이 거의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도입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 첫 시나리오보다 20년이 더 걸린 2040년이 되어야 자율주행차가 시장에 출시된다. 이 경우 2070년에 미국 내 주행 차량의 80%가 자율주행차로 바뀐다. 두 번째 시나리오 대신 첫 번째 시나리오를 택할 경우 2020~2070년 사이 교통사고 사망자수를 58만 명 더 줄일 수 있게 된다.
이번 연구는 자율주행차가 비록 완벽하진 않더라도 인간보다 나은 수준이라면 최대한 일찍 도입하는 것이 더 많은 생명을 살리고 자율주행의 성능을 더 빠르게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물론 안전성만 자율주행차 도입의 결정 요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차량 충돌 시의 책임 문제, 보험 시장과 교통법, 시설 구축, 사생활 보호와 사이버 안전, 윤리적 우려 등 복잡한 문제들이 함께 얽혀있다. 자율주행차의 성능이 인간보다 낫다는 걸 검증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방법도 아직은 나오지 않았다.
이런 추가적인 고려 사항들이 남아있지만 이번 연구는 자율주행 관련 정책 결정에 따라 인명 피해의 정도가 달라지며 이를 줄이기 위해 어떤 정책을 택해야 하는지 결정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데이비드 그로브 연구원은 “자율주행차의 논의가 자율주행차를 도입할 때 그것이 어느 정도로 안전해야 하는지에서 얼마나 작은 안전상의 이득이 장기적으로 큰 결과를 낳는지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