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을 의심하자 말라, 4월의 농장
3월 21일, 첫 출정이다.
코로나 19로 수서 농장과 남양주 농장 모두 별도의 개장 행사 없이 개장했다. 각자 시간 되는 때 오면 된다. 우린 수서를 먼저 찾았다. 관리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먼저 밑거름을 줘야 한다고 했다. 비료 한 포대 반을 밭에 골고루 뿌려 준 후 삽으로 흙과 섞었다. 그 이후엔 뭘? 당황해서 다시 물어봤다. 이랑과 고랑을 만들라고 한다. 고랑은 움푹 파인 곳, 이랑은 작물을 심을 곳이다.
이미 모종을 심은 옆의 밭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심히 발을 옮기면서 고랑을 만들려 판 흙을 이랑에 덮어갔다. 자루가 긴 호미로 고랑의 흙을 긁어 이랑에 붙였다. 쇠스랑으로 이랑의 높이를 고르게 만들었다. 밭에 돌멩이가 많아서 다 골라내 줘야 했다. 꼬맹이들이 열심히 도왔다.
상추 같은 잎 채소만 심을 거면 굳이 필요 없는데 고추나 토마토 등 줄기채소를 심을 생각이면 일정한 간격(대략 30~40cm 이상)을 두고 고랑을 파야 한다. 옆의 다른 밭을 보니 이미 그렇게 고랑을 여럿 미리 만들어뒀다. 밭의 모양을 만드는데 두 시간은 가까이 걸린 듯하다.
거름을 준 후 2~3주 정도는 땅이 숙성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준다. 4월 초에 심을 생각이라면 3월 중순엔 와서 거름을 줘야 한다.
4월 4일, 어머니와 함께 수서 농장을 찾았다. 농장에서 나눠준 상추씨를 줄 뿌리기로 심었다. 과연 씨앗이 날 것인지, 굉장히 의심스러웠다. 옆의 밭은 우리가 밭을 갈 때 모종을 심어서 이미 파릇파릇 상추가 올라오고 있었다. 씨를 심은 우리 밭은 비교되게 황량하기만 했다. 뭐라도 파릇한 걸 심고 심어서 일주일 후 부추 모종을 사서 심었다.
감자도 심었다. 마트에서 감자를 사서 약 2주 정도 기다리니 눈이 났다. 이렇게 눈이 충실하게 난 감자를 씨감자로 이용한다. "크기가 달걀만 하면 반으로 자르고, 달걀보다 크면 네 토막을 자른다. 작으면 그냥 심는다. 최소한 3개 이상의 눈이 있어야 안전하다."<알기 쉽게 배우는 도시텃밭 가꾸기> 우린 이 기준에 비춰 조금 작고, 눈도 실하게 나지 않은 상태에서 심었다. 결과는...
4월 18일, 드디어 고대했던 남양주 송촌약수터 농장(남양주시 조안면 송촌리 964)을 찾았다. 남양주 장모님 댁에 가는 길에 들르기로 했다.
집에서 막히지 않으면 차로 40분 조금 넘게 걸린다. 조안면을 지나는데 여긴 찐빵이 유명한 듯 길목마다 가게들이 있다. 가는 길에 맛집으로 유명한 순두부 집도 있다.
봄기운이 완연해서 이미 초록빛으로 온 산이 바뀌었고, 공기도 맑았다. 역시 도시와 다른 느낌이 확연했다. 땅의 상태도 약간 회색빛이 감도는 수서와 달리 더 붉은빛에 가까웠고, 돌멩이도 별로 없이 고왔다.
송촌약수터 농장은 이름대로 약수터가 도로변 근처에 있었지만 워낙 사람들이 약수터를 많이 찾아 위험하다고 판단했는지, 시에서 덮어버렸다고 한다. 마침 우리보다 먼저 와서 일하던 옆에 밭 아저씨가 해준 말이다. 약수를 맛볼 수 있을까 해서 물어봤는데 아쉬웠다. '옆집'은 4구역을 신청했다. 여기저기 주말농장 경험이 많은데 여기가 제일 좋다고 했다.
4월 24일. 다시 수서 농장을 찾았다. 씨앗이 조그맣게 싹을 틔웠다. 줄 뿌리기를 해서 빼곡하다 싶을 정도로 땅을 뚫고 솟아났다. 너무나 신기하고 대견했다. 씨앗의 힘이 이렇게 셀 줄이야. 믿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이다. 근데 난감한 것은 이게 무엇인지? 아무래도 좀 더 이파리가 커져야 알 수 있을 듯. 불과 3주 전인데도 무슨 씨를 뿌렸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다. 제때 기록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
새싹이 빼곡히 나와서 솎아줘야 하나 생각했는데 물어보니 그러면 다 죽는다고 그냥 두라고 한다. 생각해보니 뽑으면 옆의 것도 온전치 않을 듯하다. 알아서 잘 자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