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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 sorri Dec 09. 2020

남들의 시선에 귀를 팔지 않아

눈치의 적당선

동기 친구가 내가 선우정아 좋아한다고 할 때마다 유별나게 본다.

얼마전에는 새로운 사람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친구가 "가수 누구 좋아해요?"라는 공통 질문을 던지더니

나를 툭툭치며 "넌 선우정아 잖아ㅋㅋㅋㅋ" 라고 말했다.

(*참고로 필자는 노래방에가서 한번씩 선우정아 노래 불러보는 걸 좋아한다.)




요새 듣는 노래가 없어서 내가 누굴 좋아하나 곰곰히 생각하던 중이었는데,

뭐 맞긴 맞으니 "네, 선우정아 좋아해요."라고 답하고

잠시 내 취향이 그렇게나 독특한가 생각한다.



뜻밖의 '선밍아웃' (*선우정아 좋아해요) 을 하고나서

그 날 갑자기 생각나 묵혀뒀던 선우정아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했다.


그러다 다시 발견한 '알수없는 작곡가-선우정아'

한 번 듣자마자 "와씨 그래 나 선우정아 짱팬이다. 언니 사랑해요" 를 혼자 거듭 외쳤다.


가사는 이렇다.



뭔말이냐 난해하다

자극 없다 안 섹시하다

난 말해 억울하다

편견이다 이해는 한다


But so what?

망할 변박을 멈추지 않을거야

남들의 시선에 귀를 팔지 않아

마음을 열어봐 다 느끼게 될거야

전조의 환상에 가슴 젖어가며



억울함 호소- 주장 어필- 상대방 이해-그러나-어쩌라고-난 이렇게 살거야

완벽한 흐름.


노래도 노래지만 가사 스토리 구성이 너무 좋다.

가사가 한구절씩 다 와닿으면서 꼭 하나씩 나를 후려치는 구절이 있다.


이번 노래에서는,

"남들의 시선의 귀를 팔지 않아"



그냥 저렇게 외치며 자신의 음악을 하는 이 언니가 멋있기도하고 나도 당당히 외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부터 남들을 향한 가장 큰 귀를 가지는 것이 자랑인 줄 알았던 나는

남들이 외치지도 않은 소리까지 찾아내서 들으려고 했다.

어린 완벽주의자의 마음으로,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고 상처를 절대 입히지 않는 사람이 되는게 본인의 꿈이었다.



하지만 저러한 노력은 결국 타인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를 넘어서

굳이 밖으로 뱉지 않은 말, 가령 표정이나 그저 지나칠 수 있는 눈빛들을 캐치하여 상처받게 만들었다.

어쩌면 상처를 받아냈다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상대는 아무말 안했는데, 나는 어느날 우는 것이다. 거리를 두는 것이다.


나는 그래서 어렸을 때 여러개의 보기가 있고, "어떤 능력을 갖고 싶어?"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처음엔 항상 독심술. 일명 상대방의 마음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답했지만,

상처를 거듭하며 점차 그 능력에 무서움을 알아버렸다.



'때로는 그 마음을 품었다 한들, 밖으로 뱉지 않은 그 사람을 존중해주자.

말을 하지 않음도 나를 위한 하나의 행동이었겠지.

내가 다른 사람한테 상처주기 싫은 것 처럼 그 사람도 나에게 상처주기 싫어서 그런거겠지.'




이렇게 하나씩 나의 초능력 귀를 닫았다.

조금씩 사람들 반응에 무뎌지기는 했으나 어렸을 때부터 발달한 눈치능력치는 쉽게 떨어지지 않는 듯.

(선행학습의 중요성을 이렇게 깨닫는다)




약 십몇년이 지난 지금도 남 눈치 신경 안쓰고 사는 것 같지만

여전히 '누군가 나를 이상하게 본다'라고 느끼는 역치는 낮은 편,

'나를 싫어하는 사람'에 대해 상처를 크게 받는 편,

나 때문에 상처받는 건 오지게 싫어하는 편.



나이가 들면서

"사회생활에 눈치는 필요하다",

"상처 안주는게 착한거다" 라며 조금씩 포장되기는 하지만

이 눈치가 건강하고 안건강하고는 확실히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이러저러한 나의 상태에서 들은 이 가사는

"너는 귀를 귀울인게 아니라 네 귀를 팔아버린거야" 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내 귀는 내 것인데, 내 안을 들여다 봐도 벅찬데 딴 곳에만, 그 사람들 것인냥 잘못 두고 있던 것이다.



좀 더 당당해져야지,

더이상 남들의 시선의 귀를 팔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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