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우아하지 않은 현실 속에서

<커피잡문집>을 시작하며

by 무아솔


들어가며_

이 모든 우아하지 않은 현실 속에서



2025년, 카페 폐업률이 개업률을 넘어섰다. 서울에서 개업하고 폐업한 카페들의 평균 영업기간은 3년이라고 한다. 3년. 고등학생이 성인이 되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한 가게의 흥망을 결정짓기에는 너무 빠른 시간이다. 3년. 3년 간 바리스타로 살면 반드시 듣게 되는 말이 있다. ‘그래서 넌, 네 카페 언제 차려?’ 바리스타로 일하는 것과 카페를 운영하는 것은 아예 다른 일이라는 걸, 직장인이 하루아침에 모든 장신구며 옷가지를 몽땅 뺏기고 속옷 바람으로 길바닥에 나 앉는 일이란 걸, 커피 업계 밖에 있는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커피를 내리는 일이니까, 결국 같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차라리 업계 밖 사람들의 그런 오해는 다정하다. 네가 해 온 일이니까, 잘 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응원과 (좀 빈약하긴 해도) 믿음의 메세지가 대부분이니까. 문제는 잔인한 점은 커피 업계로 들어오려는 사람들 중 그런 오해를 품고 있는 경우이다. 커피를 내리는 공간이면 카페인 거겠지, 커피랑 먹음직스러운 디저트(유행하는 디저트)를 함께 팔면 어떻게든 되겠지, 카페는 다른 자영업보다 쉬우니까 일단 해보는 거지.

커피 하나로 살아남아 보겠다는 마음도 위험천만하지만 그것보다 더욱 위험한 건 그럴싸한 구색만 맞춰 카페로 돈을 벌어보겠다는 생각, 그리고 자신의 미감을 지나치게 신뢰한 나머지 센서리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외면한 소위 ‘느낌(만) 있는 카페’를 여는 것이다. 언급한 세 경우 모두, 오너가 부업으로 카페를 하는 게 아닌 이상 3년의 고비를 넘기기는 꽤 힘들 것이다.

커피가 좋다. 맛있는 커피가 좋다. 오너의 취향으로 채워진 사람 냄새 나는 카페도 좋다. 모두 좋은데, 그 모두를 책임감 있게 지켜나가는 커피집을 찾기가 어렵다. 핸드드립을 취급하며 취향으로 공간에 힘을 준 커피집 중 정말 커피 한 잔에 정성을 다하는 곳은 한국에 존재하는 수천, 수만 개의 카페 중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심지어는 직접 로스팅을 하는 커피숍 마저도. 인스타 사진이나 영업방침을 보면 무언가 비밀 레시피라도 숨겨 놓았을 것만 같고 정성스러운 한 잔을 준비해 줄 것 같은 기대를 갖게 하는데 막상 가서 마셔보면 자기 멋에 취해 잘못 내린 줄도 모르는 것 같은 커피를 마시게 한다. 스페셜하게 8천원을 버리는 경험을 하고 싶지 않다. 인테리어와 커피 맛의 급격한 부조화에 혼란스러운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다. 맛있다고 소문난 곳만 가는 이빨 빠진 소비자가 되고 싶지 않다.

그러니까 이 책은 커피숍 아르바이트 잔뼈가 통뼈인 일개 바리스타의 커피 에세이처럼 보이지만 껍데기를 벗겨 보면 우후죽순 생기고 몰락하는 카페 생태계를 향한 디스토피아적 고백문에 가까울 것이다.





(발행순서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해 부득이 기존에 올렸던 글의 발행을 취소하였습니다. 앞으로 올라올 두 편의 글은 재발행된 글이며 중복임을 미리 안내드립니다. 좋아요를 보내주신 독자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큰 응원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