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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립 Jan 08. 2022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기 위해

디즈니 영화 <코코> 리뷰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멕시코의 한 마을에 사는 소년 미구엘. 그의 가족은 구두 가게를 대대로 운영하며 생활을 꾸려오고 있다. 증조할머니 코코, 할머니 엘레나, 엄마와 아빠 그리고 형제들과 친척들이 평화롭게 살고 있다. 이런 평화로운 가족에게는 꼭 따라야 할 규칙이 있다.

바로 '음악을 듣지 말라'는 것. 음악을 듣지도 못하니 부르지도 못하고, 음악 그 어떠한 것과는 멀리해야 했다. 이 가족이 음악을 그토록 경계하고 증오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코코의 엄마. 그러니까 미구엘의 고조할머니인 이멜다는 미구엘의 고조할아버지를 만나 가정을 꾸렸다. 그러나 코코를 낳고 난 뒤, 남편은 음악에 더욱 더 빠지기 시작했고 결국엔 집까지 나가버렸다. 이멜다는 자신의 남편이 음악에 미쳐 가족을 버렸다고 생각해 코코를 키우기 위해 구두를 만들기 시작했다. 구두 만드는 기술을 코코와 코코의 남편, 그리고 코코의 자식들까지 배워서 구두공방을 꾸려 지금까지 살고 있다.

음악 때문에 한 집안이 풍비박산 되었기 때문에 음악을 멀리했던 가족들이었지만, 미구엘은 그들 몰래 음악에 대한 열정을 키워오고 있었다. 미구엘은 멕시코의 가장 성공한 뮤지션인 에르네스토 델라 크루즈를 존경하면서 꼭 그와 같은 뮤지션이 되리라고 마음 먹었다. 


그날은 멕시코의 대행사인 '죽은 자들의 날'이어서 마을은 축제 분위기로 떠들썩했다. 미구엘의 집에는 제단을 만들어놓고 마리골드 꽃(금잔화)으로 주변을 꾸몄다. (멕시코는 이 행사 때, 금잔화 꽃잎을 뿌리면 조상들이 그 꽃잎 길을 따라 집으로 올 수 있다고 믿는다.)

미구엘은 아직 어려 구두 만드는 일은 하지 못하고, 대신 마을 사람들의 구두를 닦는 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미구엘은 손님에게 자신은 뮤지션이 되고 싶은데 가족들이 반대한다며 하소연한다. 그러자 손님은 오늘 밤 음악 경연대회가 있으니 한번 참가해보라고 미구엘에게 용기를 준다. 그러는 순간 어디선가 미구엘의 할머니가 나타나 손님에게 '우리 미구엘한테 헛바람 들게 하지 말라'며 큰소리를 낸다.

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집에 돌아온 미구엘. 할머니는 오늘 '죽은 자들의 날'이니, 제단에 조상님들의 사진을 올려놓으면 오늘 밤 여기로 올 것이라며 기대에 부풀어있다. 증조할머니 코코는 이 제단을 보고 아빠를 찾는다. 집을 나갔던 아빠를 계속 찾는 엄마의 모습에 마음이 아픈 딸 엘레나는 코코를 위로해주지만, 코코는 치매 때문에 자신의 딸도 알아보지 못한다.


한편, 집의 다락방에 자신만의 공간을 만든 미구엘은 델라 크루즈의 영상을 보면서 기타를 치고 더더욱 뮤지션이 되기 위한 꿈이 견고해진다. 그래서 오늘 밤 열릴 음악경연대회에 참가하려 한다. 미구엘은 몰래 기타를 들고 광장으로 나가려 했으나 가족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제단이 있는 방으로 들어와버린다. 그리고 제단 상 밑에 기타와 강아지 단테를 넣어놓는데, 단테가 테이블보를 잡아당기는 바람에 제일 위에 있던 액자가 떨어져 깨져버린다. 그 사진은 고조할머니와 증조할머니, 얼굴 부분이 찢겨져버린 고조할아버지의 가족사진이었다. 미구엘은 그 사진이 접혀져있던 것을 알게 되고, 그 부분을 펼치자 낯익은 기타를 발견한다. 그 기타는 델라 크루즈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기타였다. 미구엘은 자신의 고조할아버지가 델라 크루즈인 것을 알게 되고, 이 소식을 가족들에게 알려 자신도 델라 크루즈를 따라 뮤지션이 되리라고 외친다.

이를 들은 할머니는 미구엘이 다시는 음악을 하지 못하도록 기타를 망가뜨린다. 자신의 꿈을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기에 속상하고 화가 난 미구엘은 집을 뛰쳐나와 광장에 나선다. 악기 없이 대회에 오르려고 하지만, 자신의 악기를 가져와야 참가 할 수 있다는 말에 참가자들에게 기타를 빌리려 하지만 아무도 빌려주지 않는다. 미구엘은 어쩔 수 없이 델라 크루즈의 제단에 몰래 들어가 그의 기타를 훔치게 된다.


기타를 치는 순간, 마리 골드 꽃이 미구엘의 몸을 감싸더니 신비로운 일이 벌어졌다. 바로 자신이 죽은 자처럼 된 것이다. 이승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을 보지 못하고, 자신은 저승의 사람들과 만나며 대화를 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상황에 겁이 나 숨어있던 미구엘. 미구엘의 친척들이 그를 알아보고 다가온다. 그들은 고조 할머니인 이멜다가 죽은 자들의 다리를 건너오지 못하는 상황임을 알게 되자 미구엘은 데리고 다시 저승으로 향한다.

지금까지 계속 이승으로 왔었던 이멜다가 갑자기 오지 못하는 이유는 아까 미구엘이 이멜다의 가족사진을 들고 저승으로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구엘이 살아있는 채로 저승에 온 이유는 죽은 자의 물건을 훔쳤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미구엘이 다시 이승으로 가기 위해서는 조상의 축복을 받아야 했다.

이멜다는 마리골드 꽃을 들고 미구엘에게 축복을 내리며 축복의 조건으로 다시는 음악을 못하게 된다는 것을 붙였다. 미구엘은 어쩔 수 없이 그 꽃을 받지만, 이승으로 간 즉시 기타를 다시 들어서 다시 저승에 와버린다. 미구엘은 음악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음악을 싫어하는 이멜다에게 축복을 받기 보다 자신의 고조할아버지인 뮤지션 델라 크루즈의 축복을 받아 이승으로 가리라고 마음 먹는다. 이멜다는 그러지 말라고 하지만, 미구엘은 그들에게서 도망쳐 델라 크루즈를 찾으려 한다. 몸을 피한 곳에서는 아까 출국 심사 때 거절당한 한 남자가 조사를 받고 있는 걸 목격하는데, 그 남자는 델라 크루즈와 친한 사이라고 말한다. 미구엘은 그 남자를 따라가면 델라 크루즈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남자의 이름은 헥터. 헥터는 자신의 사진이 이승의 제단에 올라와 있지 않아 매년 다리를 건너지 못했고, 미구엘이 이승으로 갈 때 자신의 사진을 들고 가 제단에 놓아달라고 부탁한다. 


헥터는 미구엘이 델라 크루즈를 만날 수 있도록 해주고, 미구엘은 헥터의 사진이 제단에 올라갈 수 있도록 하는 약속을 했다. 델라 크루즈를 찾아 떠나는 둘은, 그날 밤 열리는 경연 대회 리허설장을 방문한다. 거기에는 멕시코의 대단한 예술가인 프리다가 있었다. (멕시코 예술가인 프리다 칼로이다!) 그리고 그들은 오늘 밤 열리는 크루즈 경연 대회에서 1등을 하면 델라 크루즈의 파티에 갈 수 있는 초대장을 얻게 된다는 소식을 듣는다. 미구엘은 기타를 빌려 대회에 올라야겠다고 생각해 헥터의 지인으로부터 기타를 빌리러 간다.


헥터의 지인들이 사는 곳은 휘황찬란한 광장에 비해 어두컴컴했다. 헥터와 마찬가지로 이승의 제단에 사진이 올려져 있지 않아 아무도 이승으로 갈 수 없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었다. 가족이 없거나 그들의 존재가 잊힌 사람들이었다. 헥터는 기타가 있는 치치에게로 향하는데, 치치는 기타를 빌려주는 대신 헥터에게 노래를 불러달라고 한다. 그리고 치치는 금빛 가루가 되어 사라져 버린다. 저승에서 이승의 사람에게 완전히 잊혀져버리면, 이렇게 금빛 가루가 되어 다시 한번 더 죽음을 맞이한다고 한다.

실제로 멕시코에서는 3번의 죽음이 있다고 믿는다. 첫 번째는 심장이 멈출 때, 두 번째는 관에 묻힐 때나 화장이 될 때, 세 번째는 저승에서의 죽음이다.


그렇게 치치의 기타를 빌려 경연대회로 향하고, 미구엘의 차례가 된다. 앞선 참가자들이 잘했기에 긴장한 미구엘이었지만, 미구엘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헥터와 함께 큰 호응을 받는다. 이때, 이멜다의 영혼 안내자인 페피타가 미구엘을 발견하게 되고 이멜다와 그의 가족은 미구엘을 찾기에 이른다. 미구엘은 자신을 찾는 모습에 황급히 광장을 빠져나오는데, 헥터는 미구엘에게 가족이 있었는데 왜 말을 하지 않았냐며 알았다면 그 가족에게 축복을 받으면 되지 않냐고 말한다. 그러면 자신도 다리를 빨리 건널 수 있지 않냐고 다그친다. 미구엘은 헥터의 태도에 화가 나서 그 자리를 빠져나오는데, 이멜다가 그의 뒤를 쫓는다. 이멜다는 한때 자신도 음악을 좋아했지만, 음악 때문에 가족을 버린 남편 때문에 음악이 싫어진거라고 말하며 미구엘을 설득한다. 그러나 미구엘은 음악을 포기할 수 없다며 다시 델라 크루즈를 찾으러 간다.

경연 대회 1등 팀의 도움으로 델라 크루즈의 파티장에 들어 선 미구엘.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무사히 델라 크루즈와 만나게 된다. 자신은 델라 크루즈의 고손자라고 소개하자, 델라 크루즈는 미구엘을 데리고 여기 저기 소개 시키고 다닌다. 미구엘은 크루즈에게 가족을 두고 음악을 선택한 걸 후회하지 않냐고 하자, 크루즈는 뮤지션에게는 음악이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다고 말한다. 이때, 그들의 앞에 프리다로 변장한 헥터가 나타난다. 


알고보니, 델라 크루즈의 히트곡인 '기억해 줘'는 헥터가 만든 곡이었다. 천재 뮤지션인 헥터가 크루즈와 더이상 활동하지 못하고 가족에게로 돌아가겠다고 하자, 크루즈는 헥터의 도움을 받지 못할 거라 생각해 헥터의 술잔에 독을 타서 헥터를 죽여버렸다. 그리고 헥터가 써놓은 곡들을 가로채 성공하게 된 것이었다.

헥터는 자신이 죽은 이유가 소시지가 상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죽음의 전말을 알게 되어 폭발하고 만다. 그러나 크루즈의 경비 때문에 끌려나가게 되고, 헥터의 사진을 손에 넣은 크루즈는 그 사진과 미구엘을 번갈아 본다. 크루즈는 헥터의 고손자가 미구엘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대로 이승으로 가게 되면 자신의 명예가 망가질 것이라고 생각해 미구엘을 내쫓아버린다.


그곳에서 다시 헥터와 만난 미구엘. 헥터는 자신은 뮤지션이었다며, '기억해 줘'는 대중들을 위한 노래가 아니라 자신의 딸을 위한 노래였다고 말한다. 자신의 딸이 보고 싶다며 딸의 이름인 '코코'를 부른다. '코코'란 이름을 듣자 미구엘은 자신이 갖고 있던 고조 할머니의 가족 사진을 보여주고, 헥터가 자신의 진짜 고조 할아버지였다는 것을 깨닫고 무척 좋아한다.

이때 페티타를 타고 이멜다가 그들을 구출하러 온다. 이멜다는 자신의 남편인 헥터와 마주하고, 헥터가 왜 죽었는지 그 사실을 알게 되자 살짝 놀란 반응을 보인다. 갑자기 금빛 가루가 되려고 하는 헥터의 모습에 미구엘은 헥터의 사진만이라도 제단에 올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한다. 그렇게 해서 이멜다, 헥터, 미구엘, 그들의 친척들은 크루즈의 공연장에 몰래 잠입해서 그의 사진을 빼앗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빼앗자마자 갑작스럽게 크루즈 공연장에 오르게 된 이멜다는 예전의 기억을 되살려 노래를 부르고, 관객들의 호응을 얻는다. 이멜다가 미구엘에게 축복을 하려는 순간, 크루즈가 나타나 방해한다. 크루즈는 미구엘을 인질로 해서 협박을 하는데, 친척들은 그 장면을 관객들에게 송출해서 보여준다. 미구엘은 크루즈 때문에 높은 곳에서 떨어지지만 페티타가 그를 구해준다. 하지만 떨어질 때 미구엘은 헥터의 사진을 잃어버린다. 한편, 크루즈는 결국 자신의 만행이 들통나서 쫓겨나버리고, 그가 이승에서 죽었던 것처럼 종에 깔려 죽는다.


점점 금빛 가루가 되어 버리려는 헥터. 사진이 없어서 이곳을 떠나기 싫다는 미구엘에게 이멜다는 조건 없이 축복을 내려주고, 어쩔 수 없이 이승으로 가게 된 미구엘. 

헥터를 살리려면 코코가 헥터를 기억하는 수 밖에 없었다. 미구엘은 기타를 들고 코코에게 달려 간다. 노래를 하려는 모습에 할머니는 화를 내려고 하지만, 미구엘이 <기억해 줘>를 부르자, 코코도 그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코코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다이어리에 숨겨 놓은 찢겨진 아빠의 사진을 꺼낸다. 


1년 후, 다시 죽은 자들의 날이 되었다. 미구엘의 집은 '헥터의 생가'라며 유명 장소가 되었고, 크루즈는 잊혀지는 존재로 전락했다.

헥터는 긴장된 표정으로 출국 심사를 받는다. 제단에 사진이 올라와 심사에 통과한 헥터는 처음으로 다리를 건너게 된다. 그리고 헥터와 함께 그의 아내인 이멜다와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코코, 친척들과 다리를 건넌다. 무사히 미구엘의 집에 도착한 코코의 가족들은 미구엘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한다.

아무도 가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모습대로라면

죽음 후의 삶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겠단 생각을 했다.

해골의 모습이어도 평화롭게 잘 살고 있었다.

우리가 두려워 해야할 것이 있다면,

죽음보다는 '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잊힌 사람들은 치치가 살던 것처럼

어둡고, 황량한 저승에서 살게 된다.

누군가는 이렇게 얘기할 지도 모른다.

내가 죽는다고 해서 나를 기억해 줄 사람은 없는데,

나는 저승에서도 이렇게 외롭고 쓸쓸하게

또 다시 죽음을 맞이 해야 하나 하고.

기억해달라고 죽기 전에

호소하듯이 살아가라는 게 아니다.

살면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서

꼭 기억하려고 애를 쓰지 않아도

그들의 마음 속에 오래오래 남아 있도록 하는 게,

그게 기억의 진정한 의미가 아닌가 싶다.


나를 좋게 기억해준다는 건 너무나도 행복한 일이다.


현생에서도 이따금씩 과거의 누군가를 떠올리며

행복했던 때를 회상하곤 한다.


그들도 마찬가지로, 지금 이순간에도

누군가가 나를 떠올리며 행복하게

회상하고 있을 수도 있다.



영원히 잊히지 않아서 죽어서도 행복한 게 아니라
살아서 행복한 추억을 만들었기 때문에
영원히 잊히지 않는 것이다.



코코가 <기억해 줘>를 어릴 때 듣고,

할머니가 될 때까지 잊지 않았던 이유는

기억해달란 가사 때문이 아니라, 


서로의 눈을 보며 진심어린 마음으로 불렀던

아빠와 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행복하게 불렀던 노래 때문에

코코는 끝까지 아빠를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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