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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립 Mar 15. 2023

단순히 유전자 편집의 문제만이 주제가 아닌 영화

디스토피아 영화, <가타카> 리뷰

줄거리

멀지 않은 미래, 유전자 편집으로 위험 인자들을 모두 제거하고 우수한 유전자를 조합해서 인공 수정으로 태어나는 세상이다. 하지만 빈센트는 인공 수정이 아닌 자연 잉태자였다. 빈센트는 태어나자마자 자신의 유전질환과 기대 수명까지 알게 되었다. 부모는 빈센트에게 형제를 만들어주고 싶어서 이번에는 인공 수정을 통해 안톤을 낳았다. 날이 갈수록 빈센트는 열등하고, 안톤은 우수했기에 부모는 우주에 가고 싶은 꿈을 가진 빈센트에게 '청소부 밖에 못한다'며 꿈을 저지시킨다. 

결국 빈센트는 집을 나가 우주에 가기 위한 방법으로, 적격자의 신분으로 삶을 사는 방법을 택했다. 브로커를 만나 제롬 모로우라는 사람을 찾는 빈센트. 그는 우수한 유전자를 지녔지만, 사고로 인해 하반신이 마비된 상태였다. 빈센트는 제롬의 신분으로 가타카에 입사해 우수 사원이 되어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을 탐사하러 갈 자격을 받는다.

그러나 회사 내에 일어난 살인 사건으로, 빈센트의 실체가 드러나려고 한다. 과연 빈센트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들키지 않고 우주선에 탑승할 수 있을까?




해석

1. '유전자 편집이 가져온 재앙'이 주제가 아니다.

그는 엄청난 노력으로 그들을 제쳤으며, 안톤에게도 이렇게 얘기한다. "나는 돌아갈 힘을 남기지 않고 수영하거든." 얼마나 이 세상에서 살아남고 싶은지, 자신의 꿈이 이러한지 간절함이 드러났다.

이 영화는 꼭 유전자 편집에 대해서만 얘기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아무것도 안해도 타고나는 유전적인 형질도 있지만, 집안의 환경이나 부, 태어난 나라 등도 타고 나야한다. 그래서 같은 사람이어도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자라왔냐의 차이 때문에 한 명은 남 부럽지 않게 살 수 있고, 한 명은 그렇지 못할 수 있다. 즉, 내가 노력을 해도 환경에서 차이가 생기면 따라잡지 못하거나 훨씬 더 뛰어넘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정말 따라 잡고 싶다면 빈센트가 얘기한대로 우수한 환경에서 자라는 사람들보다 더 큰 노력을 해야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타고난 것의 불합리성을 말하고 있고, 결과에서 열등한 사람들이 우수한 사람들보다 못하다면, 열등한 사람들은 우수한 사람들보다 노력을 덜 했다는 것으로 판단하는 이 세상을 비판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얼마나 어떤 노력을 했는지는 중요치 않다. 누군가는 더 뛰어나게 하려면 빈센트처럼 악에 받쳐서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얘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빈센트가 우주로 갈 수 있었던 이유는, 빈센트의 신분이 아니라 제롬의 신분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제롬이 아니었다면 빈센트는 영원히 우주에 가지 못했을 것이다.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는 결과만 보고 한 얘기다. 성공한 사람들은 다 어떤 노력이든 했기 때문이다.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은 실패한 사람의 노력과 성공한 사람의 노력에 경중을 두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즉, "성공한 사람은 노력했고, 실패한 사람은 노력하지 않았다"라고 말하는 듯하다. 진짜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중시되어야 하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아무리 '누구나 노력으로 성공할 수 있는 시대, 신분이 없는 시대, 직업에 귀천이 없는 시대'라고 해도, 보이지 않는 천장은 남아있다.


2. 제롬은 왜 자살을 선택했을까?

이미 사람의 노력이나 사람 그 자체로 인간을 판단하는 세상이 아닌, 유전자에 지배된 세상이기에 제롬은 자신보다는 자신의 유전자가 더 뛰어남을 빈센트로부터 증명받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남들은 쉽게 오르내리는 계단을, 자신은 땀을 뻘뻘 흘리며 기어 올라가야한다는 현실을 깨닫고 유전자가 무슨 소용이냐며 깨달았다. 그래서 그가 마지막엔 자살을 선택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살을 했을 수 있는데, 빈센트를 위해 자신의 유전자를 남겨놓았다. 이 이유는 자신 하나만 생각이 바뀌었을 뿐 세상이 변한 것은 아니었기에 그런 선택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마지막에서도 다시 자른 손톱이 떨어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빈센트가 우주에서 돌아왔어도 세상은 이미 유전자로 지배되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3. 유전자 편집이 가져다 줄 편견

이미 유전자 편집으로 우수 유전자만 골라서 아이를 낳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욕심으로 자연잉태를 해서 빈센트를 낳았다. 유전자 편집이 그렇게 좋은 것 같지 않아서 안톤을 가질 때도 위험 요소를 몇 가지 남겨놓아도 괜찮지 않냐고 물어본다. 그런 부모님이었지만, 안톤이 항상 뛰어나고, 빈센트는 뒤처지는 걸 보고 나니 빈센트가 우주에 가고 싶다는 꿈을 말하자 '그럴 수 없다'면서 '청소부를 해야 한다'며 그의 꿈을 좌절시키고, 한계를 만든다. 영화에서 없는 부분에서도 유전적으로 뛰어난 안톤에게 기대치가 더 크고, 빈센트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유전자 편집으로 태어난 아이는 항상 우수하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부모라면 아이에게 완벽을 요구할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의 세계에서도 등수는 존재했다. 아이린이 빈센트를 동경했고, 제롬이 수영 대회에서 2등을 했던 것처럼. 유전자 편집이 있어도 1등과 꼴찌는 언제나 존재한다. 그렇기에 더이상 등수는 중요치 않고, 그들이 가진 다양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4. 의심만 가득한 사회

이거 아니면 저거. 흑백 논리가 가득한 세상이 되어버린 가타카 세계관. 다양성이라고는 인정해주지 않는다. 그저 부적격자-적격자로만 사람을 판단한다. 그렇기에 부적격자들은 아예 인생을 포기하고 살거나 적격자처럼 살기 위해 신분을 훔친다. 그렇기에 '빌린 사다리'라는 말이 있고, 브로커라는 직업도 존재하고, 형사들도 '빌린 사다리'의 짓이라는 가능성에 초점을 뒀던 것이다. 회사 내에 범죄자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부적격자의 DNA가 나왔다고 무작정 부적격자가 범인이라고 단정짓는다. 

또, 제롬의 신원을 묻는 형사가 제롬에게 불구자라고 하니 제롬은 자신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형사임에도 "너 몇 번이야? 번호 대봐!"라고 한다. 나이가 어떻든, 신분이 어떻든간에 적격자의 힘이 더 우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부적격자들은 적격자가 되기 위해 브로커를 만나서 빌린 사다리 행세를 하려 애를 쓸 것이다.

이런 사례가 많아져서 그런진 모르지만, 가타카 회사 내에서는 매일 전직원을 대상으로 피 검사와 소변검사를 실시한다. 이미 적격자로 판단이 났는데 왜 매일하는 걸까? 유전자 편집이 만들어낸 부적격자-적격자의 대조된 삶 때문에 서로 간의 의심이 극대화 되었다고 본다. 이렇게 다양성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서로의 신분에 대해 의심하게 될지 모른다. 예를 들어 지금도, 특정 직업을 갖고 있다면 '이 사람은 이럴 것이다~ 이 사람은 저래서 저런 직업 밖에 못 가졌을 것이다'라며 판단한다. 

5. 우주에서 유전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빈센트가 열등적이지만 뛰어난 결과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단 한 사람의 이야기로만 '유전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의 말미에서 "우주로 떠나는 것이 아니라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 몸의 원소는 별의 원소라고 하는데, 어차피 우리는 모두 우주에서 잉태되었기에 자연에서 잉태되었든, 유전자 편집으로 잉태되었든 별 상관이 없는 것이다.

우주론적 관점에서 보면 다 똑같은 인간일 뿐인데, 유전자로 사람을 나눠 우리끼리 싸우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결국 얻는 것은 하나도 없다. 자연 잉태로 태어난 사람들은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사람들에게 핍박을 받고, 세상의 편견으로 인해 차별을 당한다. 반면, 유전적으로 뛰어난 사람들은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자살을 하기도 하며, 신체 중 어느 하나가 불구가 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고 생각을 한다.

'타이탄'도 마찬가지다. 제롬이 빈센트에게 '타이탄이 뭐냐'고 묻자, 빈센트는 '구름에 가려져 있지만 무엇이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후반에 빈센트가 안톤을 바다에서 건져낼 때, 빈센트는 밤하늘에 구름이 걷히고 별이 빛나는 모습을 본다. 구름이 걷히면 광활한 우주와 별이 있을 뿐이다. 기대했던 특별한 무언가가 아니라, 밤마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언제든지 볼 수 있는 광경이 존재한다. 빈센트는 자신이 적격자가 되지 못하는 게 유전적 결함=구름이라고 생각했고, 구름을 돌파하면 자신이 진짜 적격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구름을 벗어나도 똑같을 것이다. 어차피 부적격자와 적격자의 차이는 없을테니까. 그 차이는 인간이 만들어낸 인식일뿐, 우주에서 보기엔 아무런 차이가 없다.

위의 장면처럼 광활한 공간에서 인간은 정말 콩알만큼 작은데, 우주에서 인간의 존재는 더더욱 작을 것이다. 우주에서 인간은 서로 경쟁하고, 싸우는 게 아니라 우주가 한 공간에서 품고 있는 하나의 자식들이나 마찬가지다. 다같은 우주의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인간들인데 경쟁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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