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짝을 짓지 않거나 짝 만드는 것에 실패하면, 도시 외곽의 '커플 메이킹 호텔'에 가야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주인공 데이비드. 데이비드는 아내가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를 택해서 버려졌기에 개로 변한 형을 데리고 호텔로 간다. 호텔에서는 45일 이내에 천생연분을 찾아야하고, 기간이 넘어버리면 자신이 택한 동물로 변해야 한다. 데이비드는 변할 동물로 '랍스터'를 택했다. 그 이유는 랍스터는 100년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는 사랑을 해야한다는 압박감에 감정을 꾸미는 것보다 숨기는 것이 더 쉽다고 판단해서, 사이코패스 여자와 짝을 맺는다. 하지만 사이코패스 여자가 데이비드의 형을 죽여버리자, 그만 눈물이 터져나오고 죽기는 싫었던 데이비드는 사이코패스 여자를 공격한다.
이후, 호텔에서 나와 외톨이 숲속으로 가서 생활을 하는데 그곳은 사랑이 철저히 금지된 곳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근시 여자와 사랑에 빠진 데이비드. 외톨이 대장은 이를 알고, 근시 여자의 눈을 멀게 한다. 데이비드는 복수심에 외톨이 대장을 공격하고, 근시 여자와 함께 도시로 간다. 그리고 근시 여자와 유일한 공통점이었던 '근시'가 사라지니, 자신도 공통점을 만들기 위해 시력을 잃으려는 선택을 한다. 과연 데이비드는 자신의 눈을 찌를까?
1. 호텔 VS 숲속
호텔은 사랑을 해야 하는 곳이고, 숲속은 사랑을 해선 안 되는 곳이다. 정반대의 장소이지만 데이비는 호텔에서는 사랑을 하지 못했고, 숲속에서는 사랑을 했다. 감정을 만드는 것보다 숨기는 것이 더 쉬웠다던 데이비드는 '사랑을 하라'고 억지로 등을 떠밀면 못했다. 사랑이란 감정은 만들라고 하면 만들 수가 없는 아주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2. 사랑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
영화에서는 일정한 나이가 되면 이미 짝이 있어야 하는 게 기본 배경이다. 그래서 일정 나이가 되었는데도 짝이 없으면 '커플 메이킹 호텔'로 보내지는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와 맞닿아있다. 나이가 있는데도 결혼을 하지 않았으면 "왜 결혼을 안 했냐, 빨리 결혼해라"는 등 눈치를 준다. 영화에서는 이런 현상을 비유한 것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우리는 사랑을 해야 결혼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냥 적당한 나이가 되어서, 적당한 사람을 만나서, 세상의 눈치를 보지 않기 위해 결혼을 하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세상의 눈치보다는 '동물이 되지 않기 위해' 사랑을 하는 것으로 비유했다. 그렇기에 절름발이 남자는 동물이 되기가 죽기보다 싫었기에 억지로 코피를 쏟아내며 여자와의 공통점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3. 공통점
영화에서는 끊임없이 '공통점'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영화 초반부에 데이비드가 아내에게 "그 사람도 근시야? 렌즈야, 안경이야?"라고 묻는다. 아마 아내도 근시였을 거라고 추측한다. 데이비드와 아내는 '근시'라는 공통점으로 결혼했지만, 다른 근시남에게 한눈이 팔린 아내는 결국 데이비드를 버린 것이다. 그래서 데이비드가 호텔이나 숲속에서 계속 '근시'에 집착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근시 여자가 근시라는 것을 알고 더욱 더 마음이 갔던 것이다.
사이코패스 여자도 데이비드와 짝이 되기로 결심했던 것도 데이비드가 자신처럼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한다는 걸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절름발이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코피를 잘 흘리는 여자와 짝이 되기 위해 코를 책상에 쥐어박으며 코피를 흘렸다. 또한 외톨이 대장의 부모님 집에서 부모님이 함께 기타를 치는데, 둘의 공통점이 기타 연주라는 것이다.
4. 사랑보다는 생존 본능
데이비드와 근시 여자는 도시에 사는 대장의 부모님 집에서 기타 연주를 듣던 중 옆에 사람들이 있든 말든 키스에 열중한다. 또, 대장이 앞에 있는데 대놓고 암호를 주고 받는다. 사랑에 눈이 멀어 자신들의 꾀가 들켰는지도 모르는 채. 그렇게 둘은 서로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아니었다. 시력을 잃는 수술을 마치고 온 근시 여자는 대장에게 "왜 그가 아니라 나야?"라고 말한다. 진짜로 사랑했더라면 이런 질문을 했을까?
또한 외톨이 숲속 사람들도 때때로 호텔을 습격하는데, 방에 있던 노인에게 총자루를 쥐어주며 여자를 쏘라고 한다. 노인은 결국 자신이 살고 싶어서 사랑하는 여자를 쏘는데 총 안에는 총알이 없었다. 결국 극한의 상황에 빠지면, 사랑보다는 생존 본능을 택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호텔에서 억지로 이뤄진 사랑이든, 숲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진 사랑이든.
5. 결국 남자는 자신의 눈을 찔렀을까?
근시 여자가 대장 때문에 시력을 잃게 되면서 그들을 사랑으로 이어주던 근시라는 공통점은 사라졌다. 그래서 근시 여자도 데이비드에게 "동료로서 날 챙겨주는 것은 고맙지만"이라며 선을 긋는다. 데이비드 또한 근시 여자에게 테니스 공을 건네주지만 "키위야"라는 대답을 들어도, "정답이야"라고 말하는 걸 보면 마음이 어느 정도 떠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자신이 근시 여자를 내버려두고 떠나지 않고, 함께 도망을 쳤던 이유는 자신의 마음이 헷갈렸다거나 의리 때문이었을 것이다. 마지막까지 칼을 받고 거울 앞에서 눈을 찌를까말까 고민하던 것도 '내가 이 여자와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을 정도로 이 여자를 사랑하는가? 아니면 그냥 일종의 의리 때문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많은 분들이 추측하건대, 데이비드는 자신의 눈을 찌르지 않았을 것이다.
남자는 오래 사는 게 자신의 꿈이기 때문이다. 100년 동안 살 수 있다는 랍스터를 자신이 변해야 하는 동물로 선택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자신은 생존 본능이 더 우선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포스터에서도 이 답을 볼 수 있다. 여자는 눈을 감고 누군가를 껴안고 있지만, 남자는 눈을 뜨고 껴안고 있다. 결국 남자는 눈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포스터가 식당 이후의 모습을 그린 것이라면, 남자는 눈이 먼 척 연기를 하고 여자를 껴안고 있을 수도 있다. 사랑 때문에 눈이 멀 수는 없었지만, 사랑 때문에 여자를 버리지는 못했던 것이다.
이 영화가 불쾌감과 찝찝함을 유발하는 영화라는 걸 잘 알 수 있었다.
사랑해야 결혼을 하는 거라면, 왜 어릴 때 사랑해서 결혼하지 않을까? 그 나이 때 만나서 결혼하는 사람이, 이전의 연인과 사랑했을 때보다 더 사랑하고 있다고 확신해서 말할 수 있을까?
결국 결혼이란건 나이, 사회적 위치, 경제력 등 모든 것을 고려하는 아주 계산적인 행위라는 것이다. 이를 사랑으로 잘 포장하고 있지만 현실은 사랑이 아니라 계산적인 것이다. 그래서 영화에선, 사랑은 결국 계산적이기에 극한의 상황에서는 생존 본능을 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렇게 얘기한다면 너무 차갑고 냉정하다. 그래서 이 영화는 사랑이 수단이 되는 게 아니라,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그저 동물이 되기 싫어서 사랑을 수단으로 삼아 억지로 짝을 만는다. 하지만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건, 무엇이 되기 싫어서 혹은 무엇이 되고 싶어서 사랑을 하는 게 아니라 '사랑' 자체가 목적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지금도 결혼을 결심할 때, 진짜 연인을 사랑해서 결정하는 것도 있겠지만 '그 사람의 직업이 좋아서, 내 나이가 차서, 부모님이 결혼을 하라고 해서' 등 다양한 요인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게 옳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진짜 이 사람만을 사랑해서 결혼하는 것인가 혹은 조건을 사랑해서 결혼하는 것인가 혹은 사회가 설정해놓은 암묵적인 규칙을 어기기 싫어서인가를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우리는 다들 알고 있다. 그 사람 자체가 좋은 것도 있지만, 그 사람의 조건도 좋다는 걸. 하지만 입밖으로는 '나는 너의 조건도 좋아, 나는 남들이 다 하기 때문에 결혼하는 거야'라고 말하지 않는다. 종종 이 영화가 묘하게 불쾌하고 찝찝하다고 말한다. '나는 너를 사랑해'도 있지만 '너의 조건이 좋아서, 그냥 내 나이가 결혼할 나이라서 결혼한다'는 불편한 진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해'라고 스스로 주문을 걸고 있는지도 모른다.
불편한 진실을 인정해버리면 내 자신이 너무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최면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극한의 상황을 던진다. 외톨이 대장이 '네가 사랑하는 사람을 총으로 쏴'라고 했을 때, 결국엔 자신이 죽기 싫어서 연인을 쏘려고 했다. 이를 통해 극한의 상황에 처했을 때, "과연 나도 네가 아니라 내 목숨을 선택할까?"라는 의문이 들게 함으로써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자신이 만들어 놓은 원칙에 금이 가도록 만든다. 이런 의심이 든다는 것은 사랑을 수단으로 사용했기에 일어난 결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이 세상에선 '사랑만으로 결혼할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사랑이 100%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영화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내가 하는 사랑이 과연 어떤 사랑인지 스스로 의문을 던져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