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솔립 Feb 01. 2023

현실에만 안주하며 무기력해진 자들을 향한 외침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리뷰

1980년, 미국 텍사스. 동물을 사냥하던 르웰린이 피로 물든 마약 거래장소에서 돈가방을 몰래 훔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마약 갱들은 극악무도한 전문 킬러 안톤 쉬거를 고용하고, 그가 르웰린이 가진 돈가방을 쫓으며 발생하는 이야기들을 그린 영화다.


안톤 쉬거는 정말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인다. 영화를 보는 입장에서는 '그의 심기에 거슬려서? 기분이 나빠서?'라는 살인의 이유를 붙이려 하지만 이것 또한 추측일 수 있다. 아무 이유 없이 죽이기 때문에 안톤 쉬거의 존재는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다.


제목에 담긴 의미

보안관은 이유 없는 살인에 의문을 품으면서도 자신의 일을 충실히 하지 않는 모양이다. 마치 자신은 손을 쓸 수 없다는 것처럼 무기력해진 모습이다. 영화 속에 '젊을 적엔 이런 일이 없었으나 요즘은 초록색으로 머리를 물들인다'라고 말하거나 또는 보안관보다는 경찰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 것처럼 나온다. 바로 여기에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이 제목인 이유가 숨어 있다.


안톤 쉬거는 살인마로, 이유 없는 살인을 한다. 이 뜻은 앞으로 우리에게 펼쳐지는 이유 없는 재난, 위기를 뜻한다. 영화 속에서는 계속해서 '세상이 변하고 있으나 이걸 따라 잡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듯이 안톤 쉬거가 어디로 튈지, 재난은 언제 어디에서 오는지 전혀 예측할 수가 없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시인 데이빗 예이츠의 <비잔티움으로의 항해>라는 시에서 따온 구절이다.

여기는 노인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 젊은이들은 관능의 음악에 취했고, 지성을 멀리한다. 이곳에서 늙은 사람은 하찮은 물건에 지나지 않으니 그래서 나는 바다 건너 성스러운 도시 비잔티움으로 떠난다.

변화를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안톤 쉬거는 "정해준 규칙대로 살았더니 이딴 결과가 났다. 그렇다면 그런 규칙을 따를 필요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인생은 각기 사람마다 다르니 절대 한 가지 규칙으로 모두가 잘 살 수도, 행복할 수도 없다. 그렇기에 어디에선가 분명히 반항하는 이들이 나올 것이다. 반항하는 이들, 예측할 수 없는 불행한 변화가 바로 안톤 쉬거인 것이다.

그런 불행한 변화인 안톤 쉬거조차도 자신의 미래는 예측할 수 없었다. 결국 르웰린은 사망하고, 르웰린의 아내도 사망하고, 안톤 쉬거를 고용한 마약 갱단 두목도 그에 의해 사망하고 만다. 유유히 운전하고 떠나려던 안톤 쉬거가 싸움의 승자일 줄 알았건만, 교통사고를 당하고 만다.

현실에 안주했던 자들에게 혼돈과 공포를 심어주기만 했던 안톤 쉬거도 신호를 잘 지키며 운전했으나 예측하지 못한 교통사고로 치명상을 입었다. 그 누구도 미래는 예측할 수가 없다. 단, 세상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걸 잘 묘사한 부분이 있다. 바로 안톤 쉬거가 끝까지 죽지 않고 어디론가 향해 가고 있었던 것. 불행은 결코 죽지 않는다. 반대로, 행복도 결코 죽지 않는다. 변화가 힘들고, 세상이 점점 나빠지고 있음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행복보다 불행이 더 커지는 세상이 되고 말 것이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

세상은 더 이상 나아질 기미가 없으니, 오래전부터 살고 있었던 노인은 이런 시대에서 더더욱 살아남기가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안톤 쉬거가 시비를 걸었던 사람들이 대부분 노인이었던 것으로 주제를 비유하고 있다. 하지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노인'은 그저 나이만 먹은 사람이 아닌, 시시각각 달라지는 시대에 변화하는 걸 따라 잡지 못해 무기력한 상태로 남아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오는 변화를 막을 수가 있냐며 세상이 점점 나빠짐을 그저 순응하고만 사람들이다.

점점 살기가 힘들어지는 건 거의 모든 대부분이 느끼고 있다. 안톤 쉬거처럼 불행한 재난들이 자꾸 닥치기 때문이다. 이렇듯 오는 변화는 막을 수 없다. 그러나 이를 잘 이용해서 좋게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 적어도 덜 불행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그 '방법'을 지금 남아있는 세대가 찾아야한다는 메세지를 전달하는 듯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바리움>, 소름끼치는 기괴함 속의 숨겨진 주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