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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립 Dec 19. 2022

<비바리움>, 소름끼치는 기괴함 속의 숨겨진 주제

줄거리

영화는 뻐꾸기가 남의 둥지에 알을 낳고, 둥지의 주인에게 새끼를 성체가 될 때까지 키우게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한 유치원에서 교사로 일하는 젬마, 수리기사로 일하는 톰은 커플이다. 둘은 이사를 하기 위해 한 부동산에 방문하는데, 마틴이라는 중개업자가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젬마와 톰은 집을 보러 가는 것이 꺼려지지만 마틴의 설득에 넘어가 집을 보러가게 된다. 그 집은 '욘더'라는 이름의 주택단지다. 똑같은 집이 일렬로 펼쳐지는 풍경이 낯설게 느껴지긴 하지만 가볍게 집만 보고 나오자는 생각으로 9번 집에 들어서게 된다.

마틴은 이것저것 소개를 해주다가 둘에게 아이가 있냐는 얘기를 한 후, 젬마와 톰이 뒷마당으로 나간 사이에 사라져버린다. 젬마와 톰은 자동차도 없으니 먼저 갔겠거니 싶어 집으로 향하려 한다. 하지만 갈수록 똑같은 풍경이 계속되고, 계속 앞으로 갈수록 뫼비우스의 띠처럼 맴돌고만 있었다. 결국 차의 기름이 떨어져버리고 내일 다시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

다음 날, 톰이 지붕 위를 올라가보니 똑같은 집이 지평선 너머까지 쭉 이어져 있는 것을 보고 기괴함을 느낀다. 둘은 지평선을 나침반 삼아 탈출하려고 한다. 담장을 넘어서서 탈출을 하는데, 불이 켜져 있는 집을 발견한다. 알고보니 그 집은 또다시 9번 집이었다. 젬마와 톰은 탈출을 포기하고 집에 오는데 집 앞에 상자가 놓인 것을 본다.

상자 안에는 진공포장된 음식이 들어있었다. 음식은 이상하리만치 맛이 하나도 없었다. 톰은 이 상황에 분노해서 갖고 있던 라이터로 불을 질러버린다. 연기를 피우면 자신들의 구조요청인줄 알고 누군가가 구하러 와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둘은 불타는 집을 보다가 길가에 잠이 들어버린다. 

다음날 아침, 연기와 재로 가득한 채로 눈을 뜬 젬마와 톰. 길바닥에 상자가 놓여있는 것을 보는데, 상자 안에는 아기가 들어있다. 상자에는 "아이를 기르면 풀려날 것이다"라고 적혀있다. 그리고 연기가 걷히고, 어제 불타버렸던 집이 다시 돌아와있는 것을 본다.

욘더에 갇힌지 98일이 흘렀는데, 그 신생아는 벌써 10살 정도의 몸이 되어버렸다. 성인 남자의 목소리를 내는 소년은 원하는 게 있으면 귀가 찢어질 정도의 비명을 지르고, 소름끼칠 정도로 젬마와 톰을 따라한다. 젬마는 그래도 아이니까 감싸주려고 하지만, 톰은 니가 엄마도 아닌데 왜 엄마 행세를 하냐며 톰을 무시한다. 


한편, 톰은 매일 먹을 식량이 박스로 배달되니까 배달하는 사람이 오면 곡괭이로 공격할 생각으로 집 앞에 보초를 서고 있다. 그러다 잔디를 만지니 밑에는 흙과 비슷한 토양이 만져진다. 인공토양인걸 알게된 톰은 계속해서 땅을 파기 시작한다. 

어느날 밤, 집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서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가니, 소년은 TV에서 이상한 무늬가 반복되는 것을 계속 보고 있었다. 젬마는 그만보라고 했지만 소년은 또 소리를 지른다. 결국 젬마는 "그러든가 말든가"라면서 무시를 한다. 다음 날, 톰은 소년이 짜증나서 자신의 차에 가둬버리기까지한다. 젬마는 그래도 아이니까 키를 빼앗아 아이를 빼내온다.

그러던 어느날, 소년이 갑자기 사라지고 젬마는 찾기 시작한다. 몇 시간동안 찾다가 소년은 9번 집 앞에 빨간 책을 들고 있는 것을 본다. 책 내용은 외계어처럼 알 수 없는 내용들이 적혀있다. 젬마는 이 책을 누군가가 소년에게 전달했으리라 생각하고 누가 가져다줬는지 묻지만 소년은 누군지 말하면 안된다고 한다. 젬마는 소년이 누군가를 잘 따라한다는 것을 알고, 너에게 책을 갖다준 사람을 따라해보라고 한다. 그러자 소년은 기괴한 소리를 내고 목을 부풀리는 흉내를 한다. 젬마는 충격에 휩싸인다.

시간이 흘러 소년은 성인이 된다. 성인이 되어버린 소년을 보는 젬마는 그 남자가 두렵다. 비명은 지르지 않지만, 어떤 말을 하건 사사건건 시비여서 눈치 보기에 바쁘다. 톰은 계속해서 땅굴을 파는지라 몸이 쇠약해져 스스로 씻을 수 없는 상태까지 이른다. 젬마는 남자가 밖을 나가 누군가를 만나고 오는 것 같아 그를 미행하지만 계속해서 9번 집으로 돌아오게 되어 실패하고 만다. 땅굴을 파던 톰은 지하에 뭔가 걸리는 것을 느낀다. 그건 바로 시체 가방 2개였다. 그리고 집에 들어가려고 하지만, 무슨 일인지 남자는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결국 차 안에서 잠이 들게 된 젬마와 톰. 상태가 악화되는 톰을 보고 젬마는 남자에게 제발 약을 달라고 애원하지만, 남자는 "이제 풀어주어야겠군요."라는 말을 한다. 톰은 젬마의 품에서 죽게 되고, 남자는 시체 가방을 들고와 그를 집어 넣고, 그가 파놓은 땅굴에 넣어버린다.

톰이 죽고, 젬마는 집에 쫓겨나있는 상태다. 결국 참지 못한 젬마는 집밖으로 나가는 남자의 뒤를 곡괭이로 습격하지만, 실패한다. 남자는 짐승 소리를 내며 벌레처럼 보도블럭 밑으로 들어간다. 젬마는 밑으로 내려가는 보도블럭을 곡괭이로 받치고, 그 안으로 들어가는데 아주 놀랍고 소름끼치는 광경들이 보인다. 지하 미로처럼 생긴 그곳에는 젬마와 톰처럼 똑같이 생을 반복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똑같이 소년을 키우는 아줌마, 아이를 키우다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도 있었다.

계속해서 바닥으로 빨려들어가며 이런 모습을 본 젬마는 엄청난 충격을 받고 탈진한 상태에서 9번 집으로 떨어진다. 남자는 쓰러진 젬마를 시체 가방에 넣는다. 젬마는 "난 내 집으로 가고 싶었을 뿐인데."라고 하자 남자는 "엄마 여기가 엄마 집이에요."라고 한다. 젬마는 "난 네 엄마가 아니야."라고 말하자 남자는 "그러든가 말든가"라고 하며, 지퍼를 닫는다. 그리고 톰처럼 젬마도 땅굴로 넣어지고, 남자는 다시 땅을 뒤덮어버리고 9번 집을 새 집처럼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그들의 차를 운전해서 욘더를 빠져나온 후, 젬마와 톰이 방문한 부동산으로 간다. 그곳에는 이미 늙어버린 마틴이 숨이 끊어지기 직전의 상태에 있다. 마틴은 자신의 이름표를 남자에게 건네고, 남자는 마틴이 된다. 할아버지는 결국 죽어버리고, 마틴이 된 남자는 서랍에서 시체가방을 꺼내 할아버지를 넣고 다시 서랍에 넣는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새로운 손님을 맞이한다.



해석

1. 비바리움, 희생되는 동물

비바리움의 뜻은 이렇다. 테라리엄 속에 소동물을 함께 넣어 감상하는 원예 활동. 소동물로는 도마뱀, 개구리, 작은 거북이, 금붕어 따위를 이용한다. 쉽게 말해 어항 같은 곳에 수초 같은 것으로 꾸며놓는 취미 활동이다. 비바리움의 뜻을 보니 이 영화가 이해가 되었다.

비바리움은 오로지 인간의 뜻에 의해 꾸며진다. 동물의 뜻은 전혀 없다. 인간의 욕심으로 동물이 입양되고, 동물은 빠져나오고 싶어도 비바리움을 절대 빠져나올 수 없다. 아무리 소리치고 물건을 부숴도, 주인이 바꿔버리면 그만이고 자신의 뜻을 알아줄 이는 전혀 없다.


영화 <비바리움>은 인간이 비바리움 안에 사는 소동물에 비유가 된 것을 나타냈다. 그리고 그 주인은 외계인이라고 볼 수 있다. 소년이 들고 온 책을 보면, 외계어로 잔뜩 쓰여있고 남자와 여자가 만나 아이가 탄생된다는 그림이 그려져있다. 또한 소년이 자신에게 책을 준 사람을 따라해보라고 했을 때 아주 기괴스러운 흉내를 냈다.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의 입장에서 비바리움은 소동물이 그 안에서 잘 먹고 잘 사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인간의 입장일 뿐이다. 비바리움 안에 있는 소동물은 그곳을 빠져나가고 싶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실험체 같기도 하다. 죽으면 다시 새로운 소동물을 입양하면 되고, 언제든 교체될 수 있는 소동물에 불과하다.



2. 뻐꾸기 둥지

감독은 뻐꾸기 둥지를 보고 이 영화를 착안했다고 한다. 뻐꾸기는 실제로 남의 둥지에 알을 낳고, 남에게 자신의 새끼를 키우라고 한다. 그리고 양부모 밑에서 자라게 된 뻐꾸기 새끼는 결국 원래 부모의 새끼의 먹이를 빼앗아 죽이기도 한다. 이는 영화에서 말하는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영화 초반에서도 나무 아래에 새끼 새 2마리가 죽어있는데, 톰과 젬마는 이를 자연의 법칙, 섭리라고 말한다. 그들의 운명이 곧 이렇게 될 것이라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톰과 젬마는 자기도 모르는 아이를 강제로 얻게 되고, 이 아이가 싫어도 키우게 된다. 결국 다 키우고 나니까 아이는 이때까지 키워준 톰과 젬마를 집에서 내쫓아버리고, 둘은 죽어버린다.

3. 인간의 생애

모두 다 원대한 꿈을 꾸고 살아가지만, 결국 비슷한 삶을 살게 되는 현대인들을 그렸다고 볼 수 있다. 똑같은 집, 똑같은 생활 루틴, 똑같은 밥만 먹으며 살아간다. 어쩌다 아이가 생기지만, 아이를 꾸역꾸역 키운다. 처음엔 아이에게 윽박지르고 훈계하지만 아이가 딱해 돌봐주는 모습이 영화에서 그대로 나온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나서 성인이 되면, 머리가 커져서 부모가 하는 말에 따박따박 말대꾸를 한다. 이에 부모는 아이의 눈치를 보게 된다. 영화 속의 젬마처럼 말이다. 영화에서 남자는 쓰러진 젬마를 보고 "엄마는 아이를 기르고 나면 죽는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아이가 담겨있던 박스에는 "아이를 다 기르면 풀어주겠다"라고 말한다. 풀어주겠다는 말은 죽는다는 말이다. 결국, 죽어야만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삶이 끝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 말하는 건, 다양성을 잃고 살아가는 현대인을 깨우치기 위함일까? 죽음으로써 이런 각박하고 지루한 삶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걸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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