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앓아왔던 구내염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점점 심해져서, 이제는 약을 써도 염증이 낫는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침을 질질 흘리는 것을 떠나서, 입이 아프니 밥을 잘 먹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구내염의 최종 단계는 전발치(이빨을 모두 뽑는 것)밖에 없기 때문에 작년에 수술을 시키려고 검사를 했었는데, 검사 결과 마취에서 깨지 못할 수 있다고 해서 취소한 후로 수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약물 치료가 점점 듣지 않는 것이 보이자, 다시 수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강과 나는 제주의 여러 동물병원 중 가장 믿음직한 곳을 찾아서 수술 상담을 받았다. 선한 인상의 의사 선생님은 만두의 상태를 꼼꼼히 살펴보시고는 각종 수치에 대해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결과 수술을 진행해도 괜찮을 것 같다며, 수술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주셨다. 수술 예약을 하고, 수술날이 올 때까지 약물 치료를 계속하며 몸 상태를 최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수술 당일날. 전날 밤 내내 금식과 금수를 한 만두는 굉장히 힘들어 보였다. 아침 10시쯤 병원에 도착한 우리는 만두를 맡기고 왔다. 오후 내내 불안에 시달리던 나는 12시 반쯤 전화를 받았다. 수술은 한 시간 반 정도 걸려 무난하게 잘 끝났는데, 아직 마취에서 완전히 깨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또다시 몇 시간을 기다렸다. 3시쯤 전화가 왔고, 아직도 마취가 깨지 못했다는 말과 함께 5시 넘어서 데리러 오라고 했다.
불안한 시간들이 지나 저녁이 되었다. 우리는 아직도 완전히 마취에서 깨지 못한 만두를 데리러 갔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수술 결과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마취 후 엑스레이를 찍어 보니 앞니와 아랫송곳니 두 개는 상태가 괜찮아서 뽑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뽑은 나머지 이빨들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자그마한 이빨들은 멀쩡한 모양이 거의 없었다. 녹아서 형태를 잃었거나 뿌리가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피가 묻은 성한 곳이 없는 만두의 이빨들. 그걸 보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 진작에 수술을 해줄걸.
집으로 만두를 데려와서 방바닥에 내려놓자, 만두는 몸을 비틀거리며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서며 사료를 먹으러 힘겹게 다가갔다. 무척 배가 고팠을 것이다. 어느 정도 밥을 먹은 만두는 자기 집으로 들어가서 있는 대로 확장된 동공을 깜빡거리며 가만히 몸을 웅크렸다. 우리는 만두가 충분히 쉬도록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일단 수술은 무사히 끝났다. 비로소 안도의 한숨이 나왔고, 엄마에게 전화드려 이 사실을 알려드렸다. 엄마도 다행이라며 그제야 안심하셨다.
수술 후 매일 하루에 두 번씩 약을 먹이며 염증을 잡아갔다. 이빨을 뽑은 자리는 녹는 실로 봉합을 해서 약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따로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었다. 나는 의사 선생님의 안내대로 습식 사료를 사서 주었지만, 몇 번 먹더니 끝끝내 거부하고 건사료를 꿀꺽꿀꺽 삼켰다. 사실 이미 건사료를 씹지 않고 삼키고 있어서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화장실도 잘 가고, 잘 자고, 별다른 부작용은 없어 보였다.
발치 수술을 한 지 한 달이 지났다. 만두는 그사이 굉장히 많이 변했다. 일단 밥 먹는 양이 크게 늘어서 홀쭉하던 옆구리가 빵빵하게 불어났다. 침도 거의 흘리지 않았으며, 그루밍을 조금씩 해서 눈에 눈곱도 끼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확연히 달라진 것은 털이었다. 푸석푸석하고 손만 대면 탈모처럼 후드득 빠지던 털들이 아주 보송보송해지고 윤기가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성격도 활발해져서, 산책을 굉장히 좋아하게 되었다. 강과 나는 우리 키우는 세 마리의 고양이들을 데리고 집 근처의 정원이 딸린 카페에 자주 산책을 나갔다. 만두는 잔디가 깔린 정원을 잠시도 쉬지 않고 냄새를 맡으며 돌아다녔다. 한겨울을 지난 정원의 마른 잔디 사이에서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초록 새싹들이 쏙쏙 돋아나고 있었다. 새로운 시작. 봄. 만두의 두 번째 삶. 이 모든 것들이 축복처럼 이루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