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면접 전날, 포탄이 떨어졌다

by Sol Kim

2010년 11월 말, 오랜 시간 준비했던 국제 신용평가기관들과의 미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그 당시 내가 근무하던 에너지 공기업은 '자원외교'의 기치 아래 해외 광구 등 각종 자산을 매입하고 M&A를 하느라 굉장히 많은 자금이 필요했으며, 이의 대부분은 달러 채권 발행으로 충당되었기에 Moody's, S&P 등 신용평가기관들의 신용등급 평가는 회사 입장에서 매우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등급이 낮아지면 채권 발행도 힘들고 금리도 높게 책정되어 이자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다행히 미팅에서 별다른 이슈가 발생하지 않았고, 준비 내내 팀원들을 쪼아대던 B 팀장의 얼굴에마저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이 때다!' 싶어 얼른 다음날 오후 반차를 올렸고, 정말 놀랍게도 팀장은 '어디 가냐, 왜 올리냐'등을 묻지 않고 휴가를 승인해 주었다.


자, 이제 마지막 면접만 잘 준비하면 된다. 며칠 전부터 '휴가를 안 내준다고 하면 어쩌지... 아프다고 하면서 퇴근해야 되나?' 등의 고민으로 마음이 복잡했는데 다행히 이 문제는 해결되었고, 이제 내일 오전만 적당히 일하다가 서울로 달려가야지. 작년엔 떨어졌지만 올해는 꼭...


갑자기 필자 옆에 있는 연합인포맥스 단말기에서 미친 듯이 기사들이 송출되기 시작했다. 연평도, 연평도, 연평도, 연평도... '이게 뭐야?' 싶어서 쭉 읽어 나가다가, 머리를 흔들며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 했다. 북한이 포격을 했다고? 배도 아니고 바다도 아니고 육지를?






금세 사무실이 소란스러워졌고, 삼삼오오 모여 불안한 목소리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 상황에서 일이 손에 잡히는 사람이 있을까? 연례행사처럼 있는 북한의 도발 아닌가 생각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사실 연평도 포격은 6.25 이후 처음으로 북한이 대한민국의 영토를 직접 타격했던 것이기에 그 당시에는 모두가 '진짜로 전쟁 나는 거 아냐?'라며 불안해했다. 하지만 내 머릿속은 오로지 '아니 왜 하필 면접 전날...'로 꽉 차 있었다.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그 당시 나에겐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전쟁보다는 면접이 연기되면 어떻게 깐깐한 B 팀장에게 휴가를 다시 승인받을 수 있을지가 더 절박한 고민거리였다.


그날 밤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며 기다렸지만 다행히도 지원했던 금융 공기업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비상사태로 인한 면접 일자 변경 공지' 같은 이메일이 올까 봐 얼마나 마음을 졸였던지. 다음날 아침, 스터디를 하며 모아 놓은 전공 및 시사 관련 정리 노트를 가방에 챙겨 출근하는 내내 읽었다. 사실 대부분의 내용은 머릿속에 있었지만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스멀스멀 밀려오는 긴장감을 어쩔 수가 없었을 테니까. 그날 오전을 어떻게 보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점심시간이 시작되자마자 지하철을 타고 면접장으로 향했다. 2009년에 미끄러지고 나서 근처에 올 때마다 나의 가슴을 시리게 만들었던 이 곳. 이번엔 날 받아들여줄까?



자, 이제 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