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해서 민폐(?)

굴러가게 하는 톱니라 미안해

by Okipokiyoki

어느덧 정신없던 1년 차도 3일밖에 남지 않았다.

미친 듯이 바빴고, 힘들었지만 어떻게든 버텨낸 나 자신이 참 대단하다고 느낀다.


많이 몰렸었다. 업무는 줄지를 않고, 사람은 붙여주질 않고..

이건 나가라는 게 아닐까? 사실 내가 바보짓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정말 많이 고민했고, 상담도 많이 했다.


결국 하반기가 되면서는 '아 그래.. 어차피 올해 말이면 보직이 달라지니까... 조금만 버티자'

라는 생각으로 버텨왔다. 아무 의미 없는 생각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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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무관 자리가 이제 바뀌잖아 현역자리로? 그러면 다음 자리 생각해 둔 게 있어?"

"아 저.. OO일 해보고 싶습니다."

"아이 그건 좀 어렵지 주무관이랑 좀 안 어울리는 거 같은데?"

"아..ㅋㅎㅎ 그러면 ☆☆...?"

"아이 그것도 좀 아니지~ 쉬운 일 아니야 그거~"

"ㅎㅎ... 그러면 그냥 뭐... 남는 거 하겠습니다."

"주무관이 올해는 △△보직을 맡고, 그대로 하던 업무를 해야 돼."

"??"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내 업무를 하는 현역이 있는데... 그걸 그 사람이 안 하고 내가...?

무슨 느낌인지는 알겠다. 주거 업무를 맡기겠다고 하면 아무도 지원하지 않을 것이 뻔하니

주거는 해봤던 내가 그대로 가져가면서 복지업무만 맡기겠다는 것인데...


그러면 나는??? 나는 1년 동안 그렇게 힘들다고 얘기했는데......


게다가 바뀐 보직도 직무값이 낮은 것으로 유명한 보직이었다. 이게 날 더 억울하게 만들었다.

내년 전반기부터 승진대상자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즉, 자력상 직무값은 낮아지고, 업무는 업무대로 힘들게 올해처럼 가져가야 하는 것인데

자력에는 아무것도 남길 수가 없다. 그럼 난 뭘 위해 이 업무를 해야 하는 것인가?

겸무도 겸직도 낼 수 없다는데.. 아무런 리턴도 없이 희생만 하라?

이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


부대에서 인정을 받아도, 더 위로 올라갔을 때 과연 내 보직으로 그 수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승진을 할 수 있겠는가를 따져보았을 때, 아무리 생각해 봐도 0%에 수렴한다.


말이 안 된다.. 이걸 내가 왜...? 앞으로 2년은 더 있어야 하는 부대인데, 2년 동안 자력에도 남기지 못하고

올해처럼 초과근무를 600시간을 넘겨가면서 일을 하라고?

승진에서도 불리해, 내 워라밸도 무너져. 이건 너무 나를 갈아 넣겠다는 판단이 아닌가 싶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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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1월 말 새로운 부서장이 오고, 사고가 터져 정신없이 바쁜 하루가 반복됐다.

조금 정리가 되었을 때, 면담을 요청했다.


"저... 너무 힘듭니다. 못하겠습니다.. 복지업무를 하는 자리가 있는데, 왜 이걸 제가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자리가 주거업무를 하고, 다른 사람들이 복지업무를 찢어가져 가던지, 제게 맡기는 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아... 그건 알지... 근데 지금 와서 그거 하라고 하면 쟤 죽어.. 바로 도망갈걸? 그니까 일단 신규 군무원 붙여줄 테니까 그렇게 한번 운영해 보자"


"근데 전 신규 군무원을 붙이겠다는 것도 좀 걱정입니다. 제가 1년밖에 안 해봤지만, 주거업무는 경력이 많이 쌓인 현역분이 하시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부대의 역사를 아는 인원이 잡아야 막힘없이 노련하게 풀어나갈 수 있는 것 같은데, 아무것도 모르는 주무관 둘이 이걸 잡는다는 게... 좀 많이 우려스럽습니다. 게다가 만에 하나 신규분이 반발을 일으키거나, 면직을 하겠다고 하면 저는 또 올해처럼 혼자 해야 되는 건데.. 리스크가 너무 큰 거 같습니다."


"그건 그렇지만, 지금 우리 상황에 더 좋은 방법을 찾기는 어려운 것 같으니, 일단 그렇게 해보자"


......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내가 남아있어서 시스템이 꼬였네?... 내가 버텨서 이상한 상태가 돼버렸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시스템이다. 업무를 담당하는 자가 있는데, 굳이 다른 사람한테 맡긴다..?

그것도 현역이 아닌 군무원 두 명에게...??

굳이 긁어 부스럼 만드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지난 1년 간 힘들다고 하면서도 꾸역꾸역 해내서 그런 걸까?

얘는 도망갈 애는 아니구나라는 판단이 들어서일까?


올해의 마지막까지 정말 최악이다..

모든 게... 정말 모든 게 최악이다. 이 정도로 안 좋았던 해가 있을까?

원했던 대로, 생각했던 대로 된 것이 단 하나도 없는 해라니...


역대급이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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