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거 아냐

누가 군무원 워라밸 미쳤대

by Okipokiyoki

평소와 다름없는 야근을 마치고 글을 쓴다.

할 말이 많아서 그런지 글이 좀 잘 써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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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너무 빠르다.

분명 임용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벌써 7개월이 지나 8개월 차가 되어 가고 있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지만, 내가 맡게 된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 할 얘기가 많을 것 같다.


나는 '복지'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군숙소(주거)를 담당하게 되었는데,

모두가 기피하는 보직에서도 최고봉인 직책을 맡게 되었다.


처음엔 이 정도일 거라고 생각 못했다.

오히려 '그래 처음엔 좀 힘들게 일하면서 배워두면 나중에 편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도 했다.


본격적으로 일을 잡고 시작했던 1월.


무언가 잘못됐단 것을 깨달았다.

이건 내가 예상한 범위를 아득히 넘어섰다.

단순히 업무의 난도가 높거나 업무량이 많은 것이 아닌,

이 둘을 모두 가진 업무였다는 것. 미친듯한 업무 난이도와 업무량이었다.

전임자는 도대체 이걸 어떻게 혼자 한 거지..?


그게 인수인계를 3개월을 넘게 받게 된 이유였다.(사실 그렇게 오래 인계를 받고도 지금도 잘 모른다.)

정말 끊임없이 물어보았다. 그때마다 전임자는

"아 주무관님, 이거 원래 현역들이면 일주일? 진짜 길어봤자 한 달이면 인수인계하고 끝입니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아니 물어도 물어도 모르겠는데 어떡해)


2월부터는 진심으로 걱정되기 시작했다.

'이거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업무가 맞나? 신규가 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닌데 이건...'

초과근무를 80시간을 넘게 찍어가면서 업무를 배우고 처리해도

도무지 일은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이제 전임자를 보내도 되겠냐고 묻는 참모님의 말씀에 선뜻 예라는 대답이 나오질 않았다.

"음.. 보내셔도 됩니다. 보내셔도 되는데,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닌 것 같습니다. 보낼 때 보내더라도 한 명 더 붙여주십시오."

다행히 참모님도 이 부분은 크게 공감하고 계셨고, 방법을 강구해 보겠노라 하셨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후 몇 개월 동안 혼자서 업무를 하며 정말 정말 힘들었고, 피폐해졌다.

그래도 희망은 있었다. 육아휴직에서 복직하는 인원을 붙여주시겠다며, 보직심의를 담당하는 주무관님과 함께 나를 다독였다. 하지만 결국 이것도 최종적으로 무산되면서 난 벼랑 끝까지 몰렸다.


끝의 끝에 다다랐을 때, 위 결과를 받게 되면서 절망감에 빠졌다.

'어라? 이렇게 까지 나가라고 눈치 주는데 안나가?, 이래도 안나갈래?ㅋㅋ 이래도 안나가?ㅋㅋ'

사실 부대의 모든 사람이 내가 나가길 바라는데 눈치 없이 자리를 꿰차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솔직히 혼자 울기도 했다. 나이 서른이 넘어서 일이 힘들다고 울다니.

부끄럽지만, 난 그만큼 많이 몰려있는 상태다. 내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그놈의 책임감이 날 여기까지 몰고 있는 것 같다.


나도 내일을 모르겠다.


잠이나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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