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제2막

by Okipokiyoki

합격했다.


아쉽게도 1순위와 2순위였던 국가직과 지방직 시험에는 낙방했지만,

3순위로 두었던 7급 군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비록 1순위는 아니지만 그래도 합격한 게 어딘가 싶다.

부디,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에 잘 적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이제야 진정이 되어 생각을 정리하기로 했다.


약 1년간 학원을 다니며, 거의 매일같이 출근(?) 도장을 찍었다.

치열하면서도 힘든 날이었지만, 공부 습관을 만들어주신 경제학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아마 올해도 탈출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 (은사님으로 모시고 싶을 정도다.)

다른 건 몰라도 꾸준함은 자신이 있기에, 공부가 하기 싫어도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도

꾹 참고 학원에 나갔던 게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다시 생각해도 선생님께 너무 감사하다.




공부를 하면서는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힘들었지만,

사실 나 하나 때문에 고생하는 주변 사람들 때문에 더더욱 많이 힘들었다.


특히 못난 아들 굶지 말라고 매일 같이 반찬을 싸주셨던 부모님

못난 동생 조금이라도 편하게 공부하라고 방 한편을 내줬던 우리 형

못난 친구 배려한다고 만나면 다 사주고 다 면제시켜 줬던 친구들..

묵묵히 곁을 지켜준 사람들 덕분에 좋은 결과를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너무 고마웠고, 합격한다면 반드시 갚겠노라고 몇 번이고 다짐했다.

반드시.




학원에서는 굳이 다른 인연을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나인데, 어쩌다 보니 여러 인연을 만들게 됐다.

먼저 간식을 주며 다가와준 인연, 같은 수업을 들으며 함께 공부했던 스터디원들,

비록 직렬도 급수도 다르지만 이야기를 나누게 된 인연 등등..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것 같다.

내가 어디서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을까


누구는 다음 시험을 준비하고, 누구는 공시판을 떠나게 되었지만

어디서 무얼 하든 난 그들을 응원할 것이고, 어떻게든 도움이 필요하다면 최선을 다해 도와주고 싶다.

언젠간 같은 공무원으로서, 동료로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정리해 보면 꽤 괜찮았던 노량진 생활이다.

해가 뜨기 전에 나와서 해가 지고 나서 들어가는 하루의 반복이었고,

때로는 이 길이 맞는지,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 때도 있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공부 외엔 없었다. 그리고 그게 정답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만들어둔 습관을 제대로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합격했다고 끝이 아닌, 더 나아가고, 더 성장하기 위한 발걸음을 준비하고자 한다.

그것이 또 다른 '시험'이 될지, 다른 '도전'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다.


분명 내일의 나는 더 나아질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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