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
"봄이 와도 설레지 않을 것이고, 여름이 와도 나는 흔들리지 않을 거야.
가을이 오면 무너지지 않고 견뎌왔음에 감사하며 겨울에 나를 지켜줬던 그대만을 내 마음에 새길 거야."
-박종민&로이킴 봄이와도 중에서-
봄은 설렘을 가져다주는 계절이라고들 한다.
그렇지만 난 봄을 제대로 즐겨본 적이 없다.
봄을 봄답게 맞이해 본 적이 없다고 해야 할까?
몇 년째 별 감흥 없이 보내는 계절이 바로 봄이다.
그런 내게도 무언가 뒤숭숭함을 만들어 내는 올해의 봄이다.
부쩍 날씨가 오락가락하는 것이 심해지고 있다.
며칠간은 따듯했다가, 며칠간은 추운 나날의 연속이었다.
시간은 참 빠르다.
눈물을 삼키고 재도전을 마음먹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4개월가량이 지났다.
학원에 다니기 시작한 지도 그만큼 된 것이겠지.
요즘엔 슬럼프가 왔다.
1월 중순쯤, 그때는 어느 문제를 줘도 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고, 쌩쌩했는데
그때 고점을 찍고 내려오는 중인 것 같다. 이래서 텐션을 올리고 싶지 않았던 건데
나도 모르게 학원 스케줄에 맞춰 긴장감을 가져버렸던 것 같다.
공부가 손에 잘 잡히질 않는다.
분명 너무나 많이 봤고, 머리에 수도 없이 저장시켰던 내용인데
아직도 헷갈려하고, 아직도 다른 정답을 고르는 게
짜증 나고 화가 난다.
약간 과부하가 온 건가 싶기도 하다.
몰래 9급 지방직을 준비하면서 영어에 한국사까지 다시 하려니
용량을 초과해 버린 느낌이랄까...
이 내용을 저장시키면 그 용량만큼 다른 내용이 삭제되는 총량의 법칙(?) 같은 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럴수록 그냥 더 머리 박고 공부하면 된다길래
일단 그러고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참 견디기 힘든 정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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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엔 참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많다.
친구를 참 사귈 줄 모르는 나라서 말 한번 제대로 걸어보지도 못하고 있지만,
자주 보이는 사람들을 보며 혼자 내적 친밀감을 쌓고 있다.
돌아다니며 책을 들고 중얼거리는 사람, 독서대에 얼굴을 박은 채 공부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
아이패드를 하염없이 쳐다보는 사람 등등...
각자 저마다의 방법으로 공무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는 저 사람들보다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까
요즘은 조금씩 의심이 든다.
의심을 좋은 동기로 삼아 힘을 내서 하고 싶은데 이상하게 힘이 나질 않는다.
아니 힘내고 싶지 않은 것 같다. 이상하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힘을 내는 것을 두려워하고 피하는 걸까?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뭐지?
참 알다가도 모를 놈이다. 나는
그렇게나 '봄이 와도'를 들으며 반드시 올해는 기다려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겠노라고 다짐해 놓고
겨우 몇 개월 만에 슬럼프라며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견딜 수 있겠지..? 이겨낼 수 있겠지...
행복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