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의 몰락
새로운 용어가 생겨날 것 같다.
'리즈시절' 지나간 전성기를 일컫는 말이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리즈의 돌풍은 엄청났지만,
무리한 투자로 인해 몰락의 길을 걷게 되면서 현재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찾아볼 수 없다.
현대에 와서 세리에 A에서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팀이 있다. AC밀란(이하 밀란)이다.
밀란은 올해 초 중국 자본의 유입으로 막대한 자금력을 보유하게 됐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다.
밀란의 인수는 매우 험난한 길을 걸었다. 인수과정 중에도 철회하려 한다는 말도 있었고,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멤버도 여러 차례 바뀌는 등의 사건들이 더욱 의문을 갖게 한다.
지난 6월 하나의 기사가 올라왔다. 밀란 인수한 ‘로소네리 스포츠 인베스트먼트(리용 홍)’는 무리한 투자를 감수했다는 혐의를 받아 정부의 조사를 받는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무리한 투자’라는 것이다.
우리는 맨체스터 시티의 구단주 만수르, 첼시의 로만을 보면서 무리한 투자를 한다고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용 홍의 투자는 무리하다는 시선을 받았고, 조사에 착수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로소네리 스포츠 인베스트먼트’는 밀란을 약 9천4백억 원에 인수했는데, 이 과정에서 미국의 엘리엇(Elliot)이라는 헤지펀드 회사로부터 인수 비용의 절반에 가까운 4천억 원을 지원받았다고 한다. 거기다 이 자금 대출에 적용된 이자율은 11%나 된다고 한다.
FFP룰이 걱정이다.
당장은 걸릴 일이 없다. ‘자발적 협약’이라는 규칙 덕분이다. 자발적 협약은 구단주가 바뀐 구단에 한해 FFP룰 위반에 따른 제한을 피할 수 있는 규칙이다. UEFA에서는 구단주가 바뀐 구단은 3년간 규제를 피할 수 있도록 했다. 때문에 최근에 인수된 밀란은 이 룰에서 벗어나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시한폭탄인 샘이다.
당장 3년 안에 성적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단기에 큰 성공이 필요하다. 공격적인 투자에 걸맞은 성과가 나야한다. 챔피언스리그 진출은 물론이고, 상위권의 성적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성적이 나지 않는다면 구단은 선수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어지게 되고 빌린 돈을 갚아야 하기 때문에 주축 선수들은 물론이고 팀의 알짜배기 선수들까지 모조리 헐값에 다른 팀으로 이적시키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언젠가 본 적이 있다. 2000년대 초 리오 퍼디난드, 앨런 스미스 등 화려한 선수진으로 전성기를 달렸던 리즈가 그랬고, 치열하게 우승을 다투었던 세리에 A 7 공주들 중 파르마가 특히 크게 몰락했다.
헌데 벌써 밀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리그가 전환점을 돈 이 시기에 밀란의 순위는 11위다. (17년 12월 25일 기준)
물론 6위 삼프도리아와의 승점차가 3점밖에 나지 않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얼마 전에는 리그 19위 헬라스 베로나에게 0:3 대패를 당하기도 했다. 치욕이 아닐 수 없다.
명가 재건을 선언한 첫 해의 밀란이지만, 큰 기대를 모은 것과 달리 너무나도 실망스러운 행보다.
물론 아직 시즌이 반이나 남았기 때문에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
하지만 경계해야 한다. 또 긴장해야 한다.
정말 큰 도박이다. 현재도 밀란은 과거의 명성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데 이번의 투자마저 무위에 그친다면 현재보다 더 깊은 몰락의 길에 들어서게 될 수도 있다. 과연 밀란이 공격적인 투자로 부활에 성공할지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질지 결정할 시한폭탄이 돌아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