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6.
우리 동네에 공사가 들어간 건물이 있는데
멀쩡하게 배민라이더가 들락거리며 배달까지 하던 식당이 있는 건물을 하루아침에 부숴버려 놀랐다.
매일 지나던 곳인데, 여기가 거기였나? 할 정도로.
어제는 막 돌 같은 게 그득그득 원 건물 높이만큼(은 아니지만) 쌓여있더니, 오늘은 그게 싹 사라지고 철근뼈대가 생겼다.
내가 사무실에서 온갖 것들과 씨름하는 동안 이 공간도 바빴겠구나, 싶다.
아무리 후진 차림으로 가도 환대해주는 야옹님
(그래도 얼마 남지 않은 앞으론 운동화를 신자: 슬리퍼를 신은 날)
6.18.
진짜 휴식하는 것 같은 기분을 2020년에 처음 느꼈던 것 같다. 이 집에서. 내 기억으로 자아가 생기고 주체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했던 시점부터는 어떠한 목표에 쫓겨 평생을 계속해 살아왔으니까. 그냥 누워서 아무런 생각 없이 뇌를 비우고 과일을 먹고 드러눕고 창밖의 바람을 느끼고 낮의 햇살을 받는 그런 일은, 그런 일은 내게 2020년에 처음 있었던 거다. 할머니의 시골집에 놀러 온 느낌. 휴식. 이때 이 날의 공기와 시선과 먹는 것들이 세세히 생각나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무언가 상징하는 게 있다고 본다.
<회사에서의 일>
매우 잘된 일.
물론 본인에게 가장 잘 된 일일 테지만
나에게도 무척 잘된 일이라고 여겨진다.
6.19.
폭염이 들이치는 창가 앞에서 보낸, 피곤이 끈덕-지게 붙어 안 떨어지던 일요일-을 뒤로 한 월요일. 저녁에 엄마와 요거트-망고를 먹으면서, 동남아를 잠시 떠올리면서, 책을 음미하고 삶을 음미하는 사람을 음미하면서, 시간이 많음을 자각하면서, 굉장히 여름방학의 주말 같다고 느끼면서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