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돌손잡이가 없네
맷돌 손잡이가 어이라고 한다.
맷돌을 돌려야 하는데 어이가 없다.
층간소음으로 칼부림이 있었고, 아랫집 아저씨는 우리의 합의로 불구속 재판을 진행했고 집행유예로 풀려났다고 했다.
그 당시 합의를 해달라며 조르던 아랫집 사람들에게 연락이 계속 왔었고, 선물을 집앞에 두고 가기도 했다.
선물은 받기도 싫어서 그 집앞에 다시 돌려다 놓았다.
그랬더니 구구절절 편지를 써서 문에 꽂아놓고 갔다.
합의만 해주면 빨리 이사를 가겠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문자와 카톡을 보내왔고,
심지어 남편도 없는 저녁무렵 아이들을 재우려는데 딩동- 벨을 누르며 집 앞까지 찾아오기까지 했다.
문을 열 수 없었다.
인터폰에 비친 아랫집 사람 얼굴을 보고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쿵쾅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아이들이 옆에서 보고있으니 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한 척하며.
떨리는 목소리를 진정시키고 말해야만 했다.
"...돌아가 주세요"
어떻게든 내가 해결하고 싶었지만 불안함과 공황장애에 시달리던 나는 남편에게 아랫집 연락처를 넘겼다.
그리고 그들에게 합의서를 받았다.
읽어보니 다 자기들 좋은 조건이었다.
우리는 수백 수천만원의 합의금을 원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한 달안에 였나?(기억이 흐릿해진다) 이사를 간다. 이행하지 않을 시 합의는 무효로 한다. 라는 추가조건을 요구했다.
그런데 그들의 변호사가 이사라는게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양해 부탁한다고 해왔고 우리는 빠른시일내에로 문구를 변경하게 되었다.
실수였다.
빠른시일이라니.
합의서도 계약서인 것을.
계약서 하나하나 뜯어보고 우리도 변호사한테 자문을 구할까 싶었지만 더 이상 그들과 엮이고 싶지않았다.
그 칼부림이 있은 뒤 2주만에 우리는 월세 집을 구해서 이사를 했다.
2주만에 이사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그 2주동안 아이들 학교 전학까지 완벽하게 이루어졌다.
우리가 사는 집도 월세로 내놓았지만 거래가 되질 않아서 우리는 한달에 150만원이라는 쌩돈을 내가며 여전히 살고있다.
그런데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랫집 사람들은 그 집에 여전히 살고있다.
아랫집 아저씨는 인근 아들집에서 살고 아들이 아랫집에 들어와서 아줌마랑 살고 있다고 한다.
우연히 그 아파트에 방문했다가 엘레베이터에서 그 아줌마를 마주쳤다.
아줌마는 살기 좋은지 얼굴이 환해졌다.
"이사 안가세요..?"
말을 걸자 아줌마가 쳐다보더니 나를 알아보았다.
"집이 나가야 이사를 가죠?"
아줌마의 말에 나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좋은 게 좋은걸까?
아줌마에게 더 묻고싶었다.
그 당시에 우리집 때문에 심장이 쿵쿵 해서 정신과 약을 먹고 있다고 보여줄까요? 하셨는데
지금은 괜찮으시냐고.
나는 여전히 괜찮지가 않다고...
내 아이들은 괜찮지가 않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