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자폐성장애를 중심으로
요즘 미취학 아동 부모 중에 장애진단을 받았음에도 장애등록을 망설이는 경우를 꽤 많이 본다. 그들이 장애 등록을 망설이는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심리적인 이유이다. '장애인'이라는 공식적 신분을 받아들이는 것이 스스로를 한계 지운다는 느낌이 드는 자존감의 문제, 장애를 인정하기 싫어하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자기부정감이 원인이다. 두 번째, 사회적인 이유이다. 아직도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편견이 강하고 취업, 인간관계, 교육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세 번째, 제도적인 이유이다. 정보가 부족하여 혜택이나 지원 제도를 잘 모르거나, 복잡하다고 느껴져서 그렇다. 또한 신청 과정에서 서류 준비, 진단서 제출, 평가 과정이 부담스럽고 번거롭기도 하다. 네 번째, 경제적인 이유이다. 일부 금융 상품 가입 제한이나 보험 가입 거절 등의 사례가 있다. 지적이나 자폐성장애로 진단받으면 질병분류기호상 F코드를 부여받게 되는데 이 코드를 받게 되면 언어치료 같은 비급여 재활치료를 받아도 실비 청구가 불가능해진다. 한편 취업 시에 불이익이 작용할 수 있다는 인식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등록을 되도록 빨리하는 것이 좋은 이유를 지적과 자폐성 장애의 사례를 위주로 살펴보고자 한다. 지적과 자폐성 장애를 위주로 다루는 이유는 지적과 자폐는 서류상으로는 중증밖에 없어서 경증보다 혜택이 좀 더 많기 때문이다. 요즘 미취학 아동에서 지적이나 자폐성 장애로 진단받는 경우가 많아져서도 그 이유이며 이 경우에서 장애등록을 미루는 사례가 많이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적이나 자폐가 중증밖에 없는 것은 과거 장애인 등급제가 폐지되면서 기존 3급까지를 중증으로 대체가 되었는데 지적과 자폐성 장애는 3급까지밖에 없다. 지적과 자폐는 서로 중복으로 등록할 수 없으며, 지적보다 자폐가 상위 장애라서 이 두 장애가 공존한다면 자폐성 장애로 등록되고 구 등급으로는 2급 이상이 된다. 지금부터 장애등록을 빨리하면 좋은 이유를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경제적 혜택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다. 우선 경제적 지원의 경우 만 18세 이하이고 차상위 이하라면 장애아동수당을 받을 수 있다. 성인이 되어 중복장애가 되거나 단일장애일 경우 2급 이상이면 장애인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생활비 부담도 경감된다. 각 지자체 별로 장애인 교통카드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서울시의 경우 연두색 카드를 발급받아 쓸 수 있는데 지하철은 무료, 버스는 티머니를 충전하여 선결제하면 익월 21일경에 장애 당사자 명의 통장으로 비용이 환급된다. 중증의 경우 보호자 1인까지 무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공공요금(전기, 가스, 수도) 감면 혜택이 있다. 이 또한 지자체 별로 상세 지원 방식이 다를 수 있으므로 거주지 주민센터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 인터넷이나 이동통신 요금도 장애 당사자 명의로 개통하면 감면 혜택이 있다. 고속도로 통행료 50% 할인도 가능하다. 이는 차량 자체가 장애인 차량으로 등록되어 있어야 가능하다. 세제 혜택도 있는데 연말정산 시에 부양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다면 인적공제를 추가로 200만 원 받을 수 있으며 특수교육비 공제 또한 가능하다. 장애인 특수교육비 공제에 관해서는 연말정산 시즌에 따로 자세히 다뤄볼 것이다.
둘째, 의료와 복지 서비스를 우선 이용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발달재활바우처'이다. 이 바우처는 장애등록 없이는 만 9세까지만 이용 가능한데 장애등록을 하면 만 18세(학교 유예 시에는 만 20세)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다만 중위소득 180%를 넘어가면 지원이 안 된다. 이 바우처로 언어, 감각통합, 놀이 등 다양한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다.
셋째, 교육지원을 받을 수 있다. 장애등록 여부와 상관없이 특수교육지원센터(이하 특교청)의 심사를 받고 특수교육대상자(이하 특교자)가 될 수 있으나 등록장애인의 경우 심사 절차가 다소 간소화될 수 있으며 특교자 선정 시에 우선순위가 되며 초등학교 3학년 경에 있는 재심사를 면제받을 수 있다. 특교자가 되면 소득에 상관없이 교육청바우처를 받을 수 있는데 이는 각 지자체 별로 바우처 카드 이름과 지원 금액이 상이하다. 서울의 경우 굳센카드라고 부르며 지원 금액은 월 16만 원이다.
넷째, 사회적 권리 보호가 가능하다.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법적 보호를 받을 수가 있다. 또한 공공시설 및 교통 이용 시 편의가 제공된다. 위에 언급한 장애인 교통카드가 있고, 보행성 장애 조건이 되면 장애인 주차증 발급도 가능하다. 지적의 경우 구 등급 1급만, 자폐의 경우 구 등급 1~2급이면 발급 가능하다.
다섯째, 장기 계획 수립이 가능하다. 조기 장애등록으로 자녀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장기적인 재활과 복지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여섯째, 미루다가 차후에 등록을 하려고 했을 때 미해당이 나올 수도 있다. 특히 애매하게 경계에 걸린 점수가 나왔을 때 특히 그런데 어릴 때 검사에서는 장애등록 가능 점수가 나왔지만 초등 입학 전후로 재검사를 했을 때 점수가 올라 장애 등록이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아이가 어릴수록 성장가능성이 있어 그렇다. 그러므로 나이가 어리더라도 검사 시에 장애등록 점수가 나왔다면 유효기간이 지나기 전에 장애등록을 서두르는 것이 좋다.
위에서 장애등록을 빨리 할수록 좋다는 점을 경제, 복지, 교육, 권리, 계획 등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지적이나 자폐성 장애로 등록할 시에는 모두 중증이라 혜택은 거의 동일하지만 장애인 주차증의 경우만 위에 언급한 대로 다르다.
고민은 혜택 받을 시간만 늦춰질 뿐, 사회적 낙인이란 편견을 버리고 아이에게 보호막을 씌워준다는 생각으로 장애등록을 서두르는 것이 좋다. 빠른 인정과 객관적인 태도, 체계적인 대처가 결국 아이를 돕는 길이다. 편견의 벽을 깨고 나오면 더 넓은 세상이 보일 것이다. 어렵다면 장애인부모회나 네이버카페 느린걸음 등 선배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해 볼 수 있다. 앞서 어려운 길을 헤쳐 나온 이들의 손을 잡고 앞으로 뚜벅뚜벅 나아가다 보면 길이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