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부 : 꿈을 삼킨 괴물

기업 스릴러 소설 the Trap (9)

by 공감디렉터J


‘프로젝트 제미니’의 실패는 퀀텀 코어의 명성에 치명타를 입혔다.

주가는 폭락했고, 고객사들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 모든 상황 속에서 지안은 자신의 꿈이 서서히 종말을 향해 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가 수년간 피땀 흘려 개발해온 ‘시냅스’ 프로젝트 또한 빛을 잃었다.


회사의 막대한 손실과 신뢰도 추락으로 인해, 최고 경영진은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함께 ‘선택과 집중’이라는 명목 아래 모든 비주력 프로젝트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물론, ‘시냅스’ 프로젝트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지안 박사님, 시냅스 프로젝트는 현재 회사의 재정 상황을 고려할 때, 높은 투자 비용에 비해 단기적인 수익성이 불확실하다는 판단입니다. 특히 AI 칩 시장이 현재 급변하고 있으므로, 저희는 당분간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핵심 사업에만 역량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재무기획팀 부사장은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지안이 수없이 설명했던 ‘시냅스’ 칩의 미래 가치, 즉 엣지 AI 시장의 잠재력, 초저전력 구동을 통한 새로운 시장 창출 가능성, 그리고 궁극적으로 AI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혁신성에 대해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았다. 오로지 ‘재무적 숫자’와 ‘단기적인 효율성’만이 그의 관심사였다.

지안은 분노했지만, 동시에 깊은 허탈감에 빠졌다.


“지금 말씀하시는 ‘선택과 집중’이 결국 미래를 포기하고,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리겠다는 뜻 아닙니까? 경쟁사들은 이미 저희가 한때 주도했던 기술 분야에서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퀀텀 코어는 영원히 후발 주자로 전락하고 말 겁니다! 시냅스 칩은 단순한 칩이 아닙니다. 이것은 미래 AI 시대를 선도할 퀀텀 코어의 비전이자, 혁신의 증거입니다!”


그는 목소리를 높여 항변했다.

“저의 박사 학위 논문인 ‘스파이킹 뉴럴 네트워크(SNN) 기반의 비동기식 뉴로모픽 프로세서 아키텍처’는 AI 칩의 근본적인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시도였습니다. 폰 노이만 구조의 병목 현상을 해결하고, 인간 뇌의 효율성을 모방해 최소한의 전력으로 최대의 연산 능력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이 기술은 향후 자율주행, 로봇 공학, 의료 진단 등 전 분야에 걸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지금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포기한다면, 우리는 영원히 혁신을 이룰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의 간절한 호소는 차가운 벽에 부딪혔다. 부사장은 지안의 말을 끊고 무표정하게 말했다.

“결정은 이미 내려졌습니다. 이지안 박사님의 프로젝트는 잠정 중단됩니다. 박사님은 당분간 ‘프로젝트 제미니’의 사후 처리 및 재설계 작업에 투입될 예정입니다. 이는 회사의 현재 상황을 고려한 최선의 결정입니다.”


지안은 충격을 받았다. 자신이 꿈을 펼치고자 했던 ‘시냅스’ 프로젝트는 파기되고, 그 대신 자신이 그토록 비판했던 실패작 ‘프로젝트 제미니’의 뒤처리를 맡게 되다니. 이것은 그에게 대한 모욕이자, 그의 꿈에 대한 사형 선고와 다름없었다.


그는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황금 새장 같았던 그의 타운하우스는 이제 차갑고 쓸쓸한 빈집처럼 느껴졌다. 지하의 당구장도, 최신 운동 시설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는 자신이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야심 차게 시작했던 프로젝트를 잃었고, 함께 꿈을 공유했던 동료들을 잃었으며, 혁신을 향한 기회를 잃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자신의 가슴속에 뜨겁게 타올랐던 ‘꿈’을 잃었다.


그는 더 이상 이 회사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다.

퀀텀 코어는 그에게 꿈을 안겨준 곳이었지만, 이제는 그 꿈을 송두리째 집어삼킨 ‘드림 이터(Dream Eater)’였다.

그는 서랍 속 깊이 넣어두었던 빈 사직서를 꺼내들었다.

차가운 펜이 종이에 닿자, 그의 손은 미세하게 떨렸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