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부 : 블라인드 오피스, 눈을 뜨다

블라인드 오피스 : Dream Eater (10)

by 공감디렉터J


타운홀 미팅의 날이 밝았다.

넥스코어의 모든 임직원이 강당을 가득 메웠고, CEO까지 참석한 무대 위는 기대와 긴장으로 가득했다.

오늘의 주인공은 단연 오경민 부장이었다.

그의 '비전 프로젝트'는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사업으로 포장되어 있었다.


"보시는 바와 같이, '비전 프로젝트'는 다음 분기 최소 200%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낼 것입니다!"


오 부장은 화려한 그래프와 장밋빛 예측치를 띄우며 열변을 토했다.

그가 제시하는 데이터는 교묘하게 왜곡되고 부풀려져 있었다.

객석에 앉은 지우와 '드림 키퍼스'는 조용히 눈빛을 교환했다. 작전 개시였다.


바로 그때, 한 사람이 손을 들었다. 마케팅팀의 윤 과장이었다.

"부장님, 훌륭한 발표 잘 들었습니다. 마침 저희 팀에서도 부장님의 프로젝트 성공을 돕기 위해 개발한 분석 툴이 있습니다. '라이트하우스'가 예측한 '비전 프로젝트'의 성공 확률을 실시간으로 한번 보시겠습니까?"


오 부장은 윤 과장의 '도움'에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우리의 성공을 데이터로 증명해주시죠."


윤 과장은 메인 스크린에 '라이트하우스'를 띄웠다. 처음에는 오 부장의 발표와 비슷한, 긍정적인 그래프가 나타났다. 하지만 윤 과장이 마우스를 한 번 클릭하자, 화면이 전환되었다.


[진실의 스위치 : ON]


화려했던 그래프는 폭포수처럼 곤두박질쳤다.

'라이트하우스'는 오 부장이 무시했던 실제 사용자 데이터와 시장의 외면을 냉정하게 반영하여, '비전 프로젝트'의 실제 성공 확률이 10% 미만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강당에 있던 모든 임직원들의 수군거림이 파도처럼 번져나갔다.


"이... 이게 무슨..."

오 부장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바로 그 순간, 그의 등 뒤 스크린에 또 다른 데이터가 떠올랐다.

김소희가 밤새 분석한, 진짜 시장의 기회.

Z세대의 숨겨진 니즈와 잠재적 시장 가치. 그것은 10년 전 오경민 자신이 꿈꿨고, 한지우가 제안했던 '마음'을 향한 기술, '마음링크'의 완벽한 사업적 타당성 보고서였다.


오 부장은 자신이 짓밟았던 두 개의 꿈이, 가장 화려한 무대 위에서 자신의 실패를 증명하는 칼날이 되어 돌아온 것을 깨달았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바로 그 시각, 국내 최고의 구독자를 보유한 테크 유튜버 'IT 나이프'의 채널에 새로운 영상이 업로드되었다.


[속보 : 넥스코어가 놓치고 있는 1조 원의 기회? 익명의 내부 데이터 전격 분석!]


최 차장이 익명으로 제보한 'D-Archive'의 핵심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영상이었다.

영상은 '비전 프로젝트'와 같은 방향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이며, '마음링크'와 같은 인간 중심 기술에 얼마나 거대한 시장이 열려 있는지를 날카롭게 분석했다.

영상은 순식간에 퍼져나갔고, 타운홀 미팅에 참석한 임원들의 스마트폰이 동시에 울리기 시작했다.


내부에서는 데이터로, 외부에서는 여론으로 완벽하게 포위된 것이다.


오 부장은 무대 위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옆에 있던 박준서는 이 모든 것이 한지우의 계획임을 눈치채고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지만, '라이트하우스'의 로그 기록에는 그가 프로젝트를 방해하려 했던 흔적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들은 해고당하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권한과 프로젝트를 박탈당한 채, 이름뿐인 팀원으로 남아 매일 아침 출근해야 했다. 자신들이 짓밟았던 꿈이 새로운 팀에 의해 실현되는 것을 매일 눈으로 지켜보는 것.

그것은 해고보다 더 잔인한 형벌이었다.

오경민은 텅 빈 자기 자리에서, 10년 전 꿈을 빼앗겼던 무력한 자신과 마주해야 했다.


며칠 후, CEO는 한지우를 불렀다.

"자네의 그 '마음링크' 프로젝트, 공식적으로 승인하겠네. 팀은 자네가 직접 꾸리게."


한지우가 꾸린 새로운 팀의 회의실.

그곳에는 이제 더 이상 침묵의 방관자가 아닌 든든한 조력자가 된 최 차장, 경쟁자가 아닌 파트너가 된 윤 과장, 그리고 주눅 든 신입이 아닌 당당한 데이터 분석가로 성장한 김소희가 함께 있었다.

그들은 더 이상 드림이터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던지고, 건강하게 부딪히고, 서로의 꿈을 존중하며 키워나갔다.


창밖으로 보이던 넥스코어의 회색 빌딩.

그 안의 작은 회의실 한 칸에서, 마침내 '블라인드 오피스'는 눈을 떴다.

그들은 빼앗긴 꿈을 되찾는 것을 넘어, 누구도 꿈을 빼앗기지 않는 그들만의 세상을 직접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진정한 승리는 복수가 아닌, 창조에 있음을 증명하며.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