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특별한 일상(8)

8화. 드러나는 복사 능력의 비밀

by 공감디렉터J

김민준은 대표이사실 문고리를 잡으며 심호흡했다.

왠지 모를 위압감이 느껴졌다. 평소 같으면 기껏해야 부서 회의나 실무 보고를 위해 들르던 곳인데, 김혜진 대리와 함께 오라는 지시가 내려왔을 때부터 불길한 예감이 등골을 타고 흘렀다.

대표이사님은 늘 온화했지만, 그의 눈빛 속에는 무언가 깊이를 알 수 없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곤 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넓은 사무실의 창밖으로 서울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대표이사님은 묵직한 나무 책상 뒤에 앉아 계셨고, 김혜진 대리는 그의 옆, 딱딱한 표정으로 민준을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의 부드러운 미소는 온데간데없었다.


"오랜만일세, 김민준 군."

대표이사님이 나직이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잔잔했지만, 공기 중에는 설명할 수 없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오랜만입니다, 대표이사님."

대표이사님은 김혜진 대리를 한 번 쳐다보더니, 다시 민준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앉게. 오늘 자네에게 할 이야기는… 자네의 지난 삶, 그리고 우리 한성 테크놀로지의 진실에 관한 것이네."

민준은 의아함과 함께 불안함을 느꼈다. 회사의 진실이라니? 평범한 IT 기업이 아니었다는 말인가?




대표이사님의 이야기는 믿기 힘든 과거에서 시작되었다.

수십 년 전, 인간의 잠재 능력을 극대화하려는 비밀스러운 연구가 있었다는 것.

그 연구는 인류의 도약을 꿈꾸는 숭고한 목표에서 출발했지만, 곧 힘에 대한 탐욕과 비윤리적인 실험으로 얼룩지기 시작했다.

연구자들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났고, 선한 목적을 지킨 이들이 모여 '한성 테크놀로지'의 전신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반면, 힘의 악용에 눈을 뜬 어둠의 세력은 그림자 조직 '팬텀'으로 변모했다.

"팬텀은 인체 강화 실험의 결과를 이용해 사회 혼란을 야기하고 부를 축적해왔네. 우리는 그들을 막기 위해 오랫동안 은밀히 활동해왔지."


민준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이게 무슨 공상 과학 소설 같은 이야기란 말인가. 하지만 김혜진 대리의 진지한 눈빛과 대표이사님의 흔들림 없는 목소리가 현실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야기는 김민준 자신의 과거로 이어졌다. 어린 시절 겪었던 그 사고. 단순한 폭발 사고로 알았지만, 그것은 팬텀의 실험 여파로 발생한 것이었다는 충격적인 진실. 그리고 그 사고 과정에서 김민준의 잠재된 능력이 불안정하게 발현되었다는 것이다. 복사 능력.


"우리는 사고 직후 자네의 존재를 인지했네. 그리고 자네 안에 발현된 특이한 잠재력도. 우리는 팬텀으로부터 자네를 보호하고, 그 능력을 선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주시해왔지."

대표이사님의 말에 민준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자신의 삶 전체가, 심지어 알 수 없는 능력까지도 누군가의 계획 아래 있었다는 말인가?


"자네가 성인이 되었을 때, 우리는 자네를 한성 테크놀로지에 채용했네. 그리고 작년 미국 출장을 보낸 것도… 캐롤이라는 인물에게 접근하기 위함이었지."


캐롤. 민준의 머릿속에 금발의 캐롤이 떠올랐다. 아름답고 신비로웠던 그녀.

그녀가 팬텀의 과거 실험 기록과 관련된 결정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었고, 팬텀 또한 그 정보를 되찾기 위해 캐롤을 쫓고 있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우리는 자네의 복사 능력이 캐롤이 가진 정보를 가장 안전하고 완벽하게 확보할 수 있는 열쇠라고 판단했네. 팬텀의 감시망을 피하면서,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자네의 능력을 이용해 그 정보를 복제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계획이었지."

김민준은 충격으로 몸이 굳어버렸다. 자신이 캐롤에게 접근했던 모든 순간들, 그녀와 함께 보냈던 시간들, 그리고 그녀로부터 얻었던 정보들이 전부 거대한 계획의 일부였다니. 배신감보다는 거대한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는 아득함이 더 컸다.


"그리고… 자네의 능력이 최근 완전히 발현된 것은, 캐롤로부터 복제한 정보가 방아쇠가 된 것으로 보네. 그 정보는 팬텀의 능력 발현 방식, 그리고 그들의 리더인 '닥터 벨럼'에 대한 핵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지. 이제 팬텀은 자네의 존재를, 그리고 자네가 가진 정보의 위험성을 인지했을 걸세. 그들은 자네를 제거하려 할 거야. 자네뿐 아니라, 자네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까지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지."


대표이사님의 마지막 말에 민준의 눈빛이 흔들렸다. 박지연, 김혜진 대리, 동료들…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사실에 심장이 조여왔다. 동시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자신을 멋대로 이용하고, 이제는 소중한 사람들까지 건드리려 드는 팬텀. 그들의 비인간적인 실험과 악행이 떠올랐다.


"…그래서, 제게 뭘 원하십니까?" 민준은 간신히 목소리를 냈다.

"우리는 오랫동안 이 순간을 준비해왔네." 대표이사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의 능력이 완전히 개화하고, 팬텀의 실체가 드러난 지금… 더 이상 숨어 있을 수만은 없어. 우리는 자네와 함께 팬텀에 맞서 싸울 계획이야. 자네의 복사 능력은 팬텀을 무너뜨릴 결정적인 무기가 될 수 있지."

그때, 김혜진 대리가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김민준 씨. 제가 평범한 대리가 아니라는 건 이미 아실 겁니다. '전략적 패턴 분석' 능력으로 팬텀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약점을 파고들 수 있죠. 그리고 저희 외에 다른 동료들도 있습니다."

김혜진 대리의 말이 끝나자 대표이사실 문이 다시 열리고 두 사람이 들어왔다. 건장한 체격의 남성과 날렵해 보이는 여성이었다.

"이쪽은 이강철 팀장, '에너지 조작' 능력자일세. 물체를 조작하고 강력한 에너지를 다룰 수 있지. 이쪽은 박세미 주임, '정밀 이동' 능력자라네. 짧은 거리를 순간 이동하는 능력으로 침투나 교란에 뛰어나지."

이강철 팀장은 묵직한 눈빛으로 민준을 바라보며 가볍게 목례했고, 박세미 주임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지만 눈빛은 진지했다. 그들 모두 평범한 직장인의 모습 뒤에 숨겨진, 특별한 힘과 결의를 가지고 있었다.

김민준은 세 사람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김혜진 대리의 날카로운 지성, 이강철 팀장의 든든한 힘, 박세미 주임의 민첩함. 그리고 자신에게는 모든 것을 복제할 수 있는 능력. 혼자가 아니었다. 수십 년간 팬텀이라는 어둠에 맞서온 이들이 자신의 곁에 있었다.

자신의 삶이 계획되었고, 능력이 특정 목적을 위해 발현되었다는 사실은 여전히 충격이었다. 하지만 팬텀의 악행과 그들이 저지를 미래의 위협을 떠올리자, 도망치거나 외면할 수는 없었다. 복제된 운명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자신에게 달렸다.


민준은 주먹을 꽉 쥐었다. "알겠습니다. 저도 싸우겠습니다. 팬텀… 그들이 저지른 일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겁니다."

대표이사님과 김혜진 대리의 얼굴에 희미한 안도가 스쳤다. 이강철 팀장은 고개를 끄덕였고, 박세미 주임은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평범한 직장인 김민준은 그렇게, 자신 안에 숨겨진 거대한 비밀과 마주하며 한성 테크놀로지의 비밀 팀, 팬텀에 맞서는 능력자 집단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의 복제된 운명은 이제 팬텀과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새로운 창조의 서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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