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특별한 일상(10)

10화. 멘토를 찾아서

by 공감디렉터J


인터넷에 떠돌던 흉악한 범죄나 악질 사기 행각이 잠잠해졌다 .

한때 세상을 공포와 혼란으로 몰아넣었던 거대한 그림자가 걷히자, 사회는 거짓과 불안정에서 벗어나 눈에 띄게 평온을 되찾았다.

거리의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고, 사람들의 얼굴에는 안심과 희미한 희망의 기색이 떠올랐다. 김민준의 어깨를 짓누르던 무거운 책임감과 숨 막히는 긴장감도 함께 사라졌다.




그는 다시 한성 테크놀로지의 평범한 직장인 김민준으로 돌아왔다. 아침이면 같은 시간에 일어나 출근하고, 동료들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점심을 먹고, 저녁이면 퇴근 후 식사를 고민하는 일상.

불과 얼마 전까지 세상을 구하는 거대한 싸움의 중심에 있었다는 사실이 꿈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 평범함이야말로 그가 지키고 싶었던, 그 어떤 특별함보다 소중한 가치임을 깨달았다.


김민준의 복사 능력은 어떻게 되었을까. 완전히 사라진 것 같기도 했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예전처럼 대상을 인식하는 순간 순식간에 정보가 머리에 박히거나 물리적인 특성을 완벽하게 복제하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더 이상 그것에 연연하지 않았다.

능력의 유무보다 더 중요한 것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는 능력에 의존하는 대신, 매일매일 성실하게 자신의 본래 실력을 쌓아가는 데 집중했다. 퇴근 후에는 외국어 학원에 등록해 꾸준히 공부했고, 업무 관련 전문 서적을 탐독하며 자신의 분야를 깊이 파고들었다. 주말에는 헬스장을 찾아 땀 흘리며 체력을 단련했다. 일시적으로 남을 따라 하는 능력으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자신의 노력으로 쌓아 올린 단단한 실력이야말로 진정으로 자신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힘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팬텀을 상대하며 느꼈던 자신의 '진짜' 실력 부족에 대한 반성이기도 했다.


어느 날, 팀 회의 시간이었다.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의 막바지라 분위기가 사뭇 긴장되어 있었다. 김혜진 대리는 복잡한 데이터가 빼곡한 보고서를 꼼꼼히 확인하며 작은 오류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았다. 그녀의 날카로운 질문과 빈틈없는 전략적 사고는 민준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민준 씨, 이 부분 데이터는 다시 한번 크로스 체크해야 할 것 같아요. 사소한 수치라도 나중에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혜진 대리의 말에 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꼼꼼함은 단순히 업무 능력을 넘어, 회사의 제품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려는 은밀한 책임감에서 비롯된 것임을 민준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한성 테크놀로지는 겉으로는 평범한 회사였지만, 그 안에는 사회 정의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그는 팬텀과의 싸움을 통해 알게 되었다. 김혜진 대리 역시 그런 이들 중 한 명이었다.


점심시간, 식당에서 이강철 팀장이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민준 씨, 어제 야근하느라 고생 많았어! 덕분에 우리가 한숨 돌릴 수 있었네. 힘들어도 우리 같이 힘내서 이번 프로젝트 멋지게 마무리해보자고!"

팀장의 지치지 않는 긍정적인 에너지와 동료를 챙기는 끈기는 언제나 팀의 사기를 북돋았다.

박세미 주임은 회의 중 발생한 돌발 상황에도 순발력 넘치는 아이디어로 문제를 해결하며 모두를 감탄하게 했다. 그녀의 유머 감각은 딱딱한 회의 분위기를 유연하게 만들기도 했다.


김민준은 그제야 깨달았다. 하루하루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팀워크를 이뤄 값진 성과를 내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능력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가는 일상이야말로 자신이 바라던 아주 특별한 일상이라는 것을 말이다.

특별한 능력, 일확천금, 인맥에 의존해 과정은 생략한 채 화려한 결과만을 꿈꾸는 어리석음 대신 평범하고도 위대한 일상 속에서 보다 특별한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얼마나 값진 일인가!


그는 자신을 성장시켜줄 멘토를 주변에서 찾기 시작했다.

더 이상 신비로운 스승이나 엄청난 능력자를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김혜진 대리의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꼼꼼함과 전략적 사고방식, 이강철 팀장의 지치지 않는 긍정적인 에너지와 동료를 챙기는 끈기, 박세미 주임의 순발력 넘치는 문제 해결 능력과 유머 감각. 심지어 회사 경비 아저씨의 이른 아침에도 변함없는 성실함과 미소, 구내식당 아주머니의 정성스러운 손맛까지. 주변 사람들의 저마다 가진 작은 미덕과 장점들이 김민준에게는 귀감이 되었다. 그는 그들에게서 배우고, 그들의 좋은 점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 노력했다.




공자의 말씀이 그의 마음속 깊이 새겨졌다.

"子曰 三人行, 必有我師焉 擇其善者而從之, 不善者而改之(자왈 삼인행 필유아사언 택기선자이종지 불선자이개지)".

세 사람이 함께 길을 걸으면 반드시 그중에 나의 스승이 있다는 것.

선한 사람의 좋은 점은 배워 따르고, 선하지 못한 사람에게서는 자신의 나쁜 점을 고치는 교훈으로 삼는다는 그 말씀이, 김민준이 추구하는 성장의 방향을 명확히 제시해주었다.


김민준은 자신의 가치를 외부적인 '능력'이나 '특별함'에서 찾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의 노력과 성장에 집중했으며,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배우고 나누며 더욱 단단해졌다.

복제된 운명을 딛고 일어선 그는 파멸 대신, 자신의 손으로 새로운 미래, 즉 건강하고 행복하며 평범한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창조해가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과거의 어둠 대신, 현재의 충실함과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은은하게 빛났다.


어느 화창한 주말 오후.

김민준은 평소처럼 회사 근처 단골 카페에 앉아 있었다.

따뜻한 햇살 아래 커피를 마시던 중, 바리스타가 능숙하게 라떼 아트를 그려내는 모습이 그의 눈길을 끌었다. 복잡한 패턴이 순식간에 잔 위에 펼쳐졌다.

민준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커피 잔에 담긴 우유 거품을 스푼으로 가볍게 휘저었다. 그런데 그의 손끝에서, 바리스타가 그린 것과 똑같은 정교하고 아름다운 하트 모양이 우유 거품 위에 또렷하게 맺히는 것을 발견했다.

아주 짧고, 순식간에 지나가는 미묘한 순간이었다. 김민준은 그 작은 하트를 바라보며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그의 복사 능력은 완전히 사라진 것일까, 아니면 그의 삶 속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이제는 숨 쉬는 것처럼 익숙해진 것일까. 그것은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세상을 구하는 거창한 힘이 아니라, 가끔씩 일상 속에 작은 신비로움을 선사하는, 자신만의 조용한 특별함이 된 듯했다.


김민준은 따뜻한 라떼를 한 모금 마셨다. 커피는 달콤했고, 그의 마음은 평온했다. 그는 더 이상 복제된 운명에 얽매이지 않았다. 자신을 사랑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배우며, 매일매일 조금씩 성장하는 삶. 그것이야말로 그가 진정으로 원했던 '새로운 창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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