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오피스 : 업보의 기록(1)

1부 : 고요한 폭풍의 서막

by 공감디렉터J

내가 다니는 '선진기획'은 겉보기엔 평화로웠다.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번듯한 빌딩, 세련된 인테리어, 그리고 젊고 의욕 넘치는 직원들.

하지만 이 완벽해 보이는 외피 아래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숨겨져 있었다.

나는 마케팅팀의 주임 김민준. 뛰어난 능력도, 눈에 띄는 존재감도 없는, 그저 조용히 내 할 일을 하는 관찰자에 가까웠다.


우리 팀에는 유독 눈에 띄는 '문제아'들이 있었다.

김 과장은 툭하면 어딘가 멍하니 앉아 있거나, 자료를 제대로 찾지 못해 팀 전체의 업무를 지연시키는 일이 잦았다.

그의 보고서는 늘 오탈자 투성이에 내용도 부실했고, 중요한 회의 때는 언제나 자기 의견을 피력하지 못하고 주눅 들어 있었다.

팀원들은 뒤에서 "김과장 때문에 진도가 안 나간다", "월급루팡이다"며 혀를 찼고,

상사들은 대놓고 한숨을 쉬었다. 그의 존재는 팀의 골칫덩이이자 비웃음의 대상이었다.


영업팀의 박 대리는 또 다른 유형의 문제아였다.

그는 말을 더듬고 시선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으며, 늘 불안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고객과의 통화에서도 자신감이 없어 보였고, 작은 실수에도 과하게 움츠러들었다.

영업 실적은 늘 바닥이었고, 그 때문에 다른 영업팀원들이 대신 그의 할당량을 채우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박 대리 저러다 잘리는 거 아니냐", "겁먹은 강아지 같다"는 수군거림이 늘 그를 따라다녔다.


반면, 팀 내에는 '잘나가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었다.

기획팀의 이 팀장은 날카로운 분석력과 카리스마로 무장한 에이스였다.

그의 아이디어는 늘 혁신적이었고, 프레젠테이션은 사람들을 압도했다. 팀원들은 그를 존경했고, 회사에서도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았다.


영업팀의 최 부장은 타고난 언변과 친화력으로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인물이었다.

늘 웃는 얼굴에 농담을 즐겼고, 그의 손을 거치면 어떤 고객도 쉽게 계약서에 사인했다.

그는 회사의 얼굴이자 분위기 메이커였다.


어느 날, 회의실에서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

이 팀장이 김 과장의 보고서를 보며

"이게 최선입니까? 초등학생 숙제도 이것보단 낫겠네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과장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모두가 침묵했지만, 내면으로는 '또 김 과장이구나' 하는 비아냥거림이 오갔을 것이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묘한 불편함을 느꼈다.


'김 과장의 무능함이 정말 그의 잘못이기만 한 걸까? 박 대리의 불안감은 그저 성격 탓일까?'

나는 내 안의 작은 의문들을 덮어두고 다시 내 업무에 집중했다.

하지만 그날 이후, 회사는 조금씩, 아주 미세하게 균열하기 시작했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