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인맥 콜렉터 김과장이 되다
결과 발표까지 일주일이 걸렸다.
피를 말리는 시간이었다. ‘정도기획 어벤져스’ 팀원들은 애써 평소처럼 일했지만, 10분에 한 번씩 정부 조달청 홈페이지를 새로고침하는 것을 멈출 수는 없었다.
결과는 가장 평범한 오후에, 가장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떴다! 떴어요!”
이주임의 외침에 사무실의 모든 사람들이 그의 자리로 몰려들었다.
모니터 화면에는 ‘송도 스마트시티 통합관제센터 구축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주)정도기획’ 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와아아아아아!”
사무실이 떠나갈 듯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사람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기쁨을 나눴다.
중소기업 정도기획이, 모두의 예상을 깨고 거인 태평C&C를 꺾은 것이다.
박팀장은 안경을 고쳐 쓰는 척하며 눈가를 훔쳤고, 강대리는 이주임의 등을 힘껏 두드리며 진심으로 웃었다. 김대리는 그 광경을 보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혼자 이룬 성공보다, 함께 이룬 성공이 몇 배는 더 기쁘다는 것을 그는 처음으로 알았다.
한 달 후, 전사 회식 자리.
대표이사는 상기된 얼굴로 마이크를 잡았다.
회사의 역사를 바꾼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을 치하한 그는, 마지막으로 깜짝 발표를 했다.
“이번 기적 같은 성공을 이끈 영업2팀의 김민석 대리를, 오늘부로 과장으로 승진시키고, 신설되는 ‘스마트시티 사업팀’의 초대 팀장으로 임명합니다!”
‘김대리’가 ‘김과장’이 되는 순간이었다. 쏟아지는 박수 속에서 김대리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단상에 섰다.
박팀장이 그에게 다가와 어깨를 꽉 쥐어주었다. 그것은 이제 부하 직원이 아닌, 새로운 팀을 이끌 파트너에 대한 인정의 표시였다. 그의 새로운 팀은, 지난 몇 달간 동고동락했던 ‘어벤져스’ 멤버들이 주축이 될 터였다.
그는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
회식이 끝나고, 김과장이 된 김민석은 오한나의 집 앞으로 향했다.
예전처럼 메시지로 망설이는 대신, 그는 직접 그녀를 보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전화를 하자, 잠시 후 그녀가 편안한 모습으로 걸어 나왔다.
그녀는 이미 소식을 들은 듯, 자랑스러운 미소로 그를 맞았다.
“김과장님, 축하해요.”
“고마워, 한나야.”
두 사람은 한참 동안 밤의 공원을 함께 걸었다.
수많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마지막에 나왔다.
“한나야,” 김민석이 멈춰 서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가 처음 인맥을 모으기 시작했던 거, 사실은 너 때문이었어. 너랑 같은 세상을 보고 싶어서. 너처럼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는 멋쩍게 웃었다. “근데 이제는 알 것 같아. 중요한 건 같은 세상을 보는 게 아니더라. 서로 다른 세상에 서 있더라도,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걸어갈 수 있다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그의 진심 어린 고백에, 오한나가 환하게 웃었다. “바보. 그걸 이제 알았어?”
그녀는 말없이 그의 손을 잡았다. 따뜻한 온기가 그의 손으로, 마음으로 전해졌다.
화려한 인맥도, 높은 직함도 줄 수 없었던, 가장 완벽한 ‘연결’이었다.
그들은 더 이상 중소기업 대리와 대기업 팀장이 아니었다.
그저 서울의 밤거리 아래, 서로의 손을 잡고 미래를 꿈꾸는 김민석과 오한나일 뿐이었다.
‘인맥 콜렉터’의 엑셀 파일은 이제 그의 컴퓨터에 없었다.
그의 가장 소중한 인맥은, 이제 눈에 보이지 않는 신뢰와 애정으로,
그의 마음속과 그의 곁에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인맥을 모으던 청년은, 마침내 관계를 만드는 어른이 되었다.
그리고 그의 진짜 전성기는, 바로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 The End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