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 콜렉터 김대리 20화

팀이라는 이름으로

by 공감디렉터J

결전의 날.

PT 대기실의 공기는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김대리의 ‘어벤져스’ 팀은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마지막 각오를 다졌다.


잠시 후, 프레젠테이션을 마친 경쟁사, 태평C&C의 팀이 위풍당당하게 걸어 나왔다.

값비싼 정장, 완벽한 매너, 결과에 만족한 듯한 여유로운 미소.

그들은 정도기획 팀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스쳐 지나갔다. 골리앗의 오만함이었다.


“다음, (주)정도기획 들어오십시오.”


심사위원석에는 정부 부처 관계자들과 기술 전문가들이 딱딱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들은 이미 태평C&C의 화려한 발표에 지쳐 있는 듯 보였다.

김대리가 팀의 대표로 단상에 섰다. 하지만 그는 제품 소개부터 시작하지 않았다.


“안녕하십니까. 오늘 저희는 ‘시민이 행복하고,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도시’에 대한 저희의 꿈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그의 첫마디에, 서류를 넘기던 심사위원 몇몇이 고개를 들었다. 김대리는 ‘스마트시티’가 겪는 기술적 문제가 아닌, 그 안에 사는 ‘사람’의 불안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기술팀의 박성철 과장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팀프레젠테이션 #역할분담


최고의 팀 PT는 한 명의 스타 플레이어가 아닌, 각 분야의 전문가가 자신의 파트에서 가장 빛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박성철 과장은 특유의 진솔함으로 말했다.


“저희의 AI 관제 시스템은 단순히 범죄율을 낮추는 기술이 아닙니다. 이 기술로 심야에 홀로 귀가하는 여성이, 골목길에서 노는 아이들이 ‘안전하다’고 느끼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는 기술을 파는 엔지니어가 아니라, 안전을 설계하는 장인이었다.


다음은 구매팀 윤지혜 차장이었다. 그녀는 복잡한 예산안을 단 하나의 문장으로 요약했다.


“이 모든 안전과 행복의 가치는, 10년간 송도 시민 한 분이 매년 커피 한 잔 값을 투자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녀는 비용을 말하는 회계사가 아니라, 가치를 설득하는 전략가였다.


그리고 마침내, 강대리가 나섰다. 이것은 그의 명예회복전이었다. 그는 예전처럼 화려한 미사여구를 늘어놓지 않았다. 대신, 진심을 담아 하나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상상해 보십시오. 할머니 한 분이 집에서 쓰러지셨을 때, 스마트홈 센서가 즉시 119에 연락하고, AI 교통 시스템이 최단 경로를 안내해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도시. 저희가 만들고 싶은 것은 바로 그런 ‘사람을 살리는 도시’입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과거에 없던 울림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김대리가 다시 단상에 섰다.


“오늘 저희가 제안드리는 것은 저희의 시스템이 아닙니다.”


그는 자신의 팀원들을 자랑스럽게 돌아보며 말했다.


“기술 전문가의 뜨거운 열정, 재무 전문가의 냉철한 현실 감각, 그리고 소통 전문가의 따뜻한 공감 능력. 이 모든 것이 합쳐진 저희 ‘팀’이 바로 저희의 솔루션입니다. 저희에게 이 도시의 미래를 맡겨주십시오.”


발표가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 대신 깊은 정적이 흘렀다.

심사위원들은 이제껏 본 적 없는, ‘사람 냄새 나는’ 제안서에 깊은 인상을 받은 듯 보였다.


이어진 Q&A 시간. 날카로운 질문들이 쏟아졌지만, 팀은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었다.

기술 질문은 박성철 과장이, 예산 질문은 윤지혜 차장이, 그리고 홍보 관련 질문은 강대리가 막힘없이 답변했다. 김대리는 전체적인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며 팀의 중심을 잡았다.

그들은 더 이상 오합지졸이 아니었다.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는 강팀이었다.


모든 것이 끝나고 대기실로 나오는 복도.

팀원들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결과는 아직 몰랐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후회가 아닌, 충만한 만족감이 어려 있었다.

복도 끝에 박팀장이 서 있었다. 그는 PT 내내 뒷자리에서 묵묵히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

그는 김대리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대신, 김대리와 박성철 과장, 윤지혜 차장, 강대리, 그리고 이주임까지.

자신의 ‘팀’을 한 명 한 명,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아주 희미하게, 그러나 분명한 인정과 자부심이 담긴 미소를 지으며, 말없이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그 순간, 팀원들은 모두 알 수 있었다. 이 지긋지긋하고 치열했던 싸움에서, 그들은 이미 승리했다는 것을.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