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백서<웃으면 복이 와요> 제1화

자신감 +10 상승시켜 줄 꿀팁

by 공감디렉터J


1. 심판대, 혹은 회의실이라는 이름의 처형대

숨 막히는 정적.

모니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보다 차가운 것은 회의실의 공기였고, 그보다 더 차가운 것은 팀원들의 시선이었다. 소대리, 본명 소민규는 제안서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자신의 손끝이 파르르 떨리는 것을 애써 외면했다.


“...이상입니다.”


목구멍 깊은 곳에서부터 겨우 끄집어낸 목소리는 사막의 모래알처럼 건조하게 흩어졌다.

야심 차게 준비한 ‘영타겟(Young Target)을 위한 인터랙티브 웹드라마 <선택! 당신의 엔딩은?>’ 기획안이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기가 막혔다. MZ세대의 참여 심리를 자극하고, 바이럴 마케팅 요소를 곳곳에 심어놓은, 그야말로 ‘될’ 기획이었다.

문제는 언제나 ‘소민규’라는 필터에서 발생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수십 개의 미사여구와 논리적인 근거들이 화려한 불꽃놀이처럼 터져 나왔지만, 입 밖으로 나온 결과물은 축축한 장작개비에서 피어나는 희미한 연기 한 줄기에 불과했다.


“그래서, 이게 돈이 된다는 건가?”


김 부장이 펜 끝으로 테이블을 탁, 탁, 두드리며 물었다. 그 소리는 소대리의 심장을 직접 때리는 것만 같았다.


“아, 그게... 그러니까, 이 프로젝트는 단기적인 수익보다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잠재 고객 확보에...”

“됐고.”


김 부장은 소대리의 말을 가차 없이 잘랐다. 그의 미간에 잡힌 깊은 주름은 에베레스트의 험준한 계곡과도 같았다.


“소대리. 기획안은 나쁘지 않아. 아이디어도 신선하고. 근데 자네는 자기 기획에 대한 확신이라는 게 있나? 듣는 사람이 불안해서 어디 맡기겠어?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게 아니라, 물에 빠진 사람이 살려달라고 소리를 쳐야 건져주든 말든 할 거 아니야.”


뼈를 때리는 비유에 소대리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팀원들은 약속이나 한 듯 모니터, 혹은 자신의 노트북으로 시선을 피했다. 그를 향한 동정 어린 시선이 오히려 비수처럼 아팠다.

그때였다. 회의실 문이 조용히 열리고, 상큼한 라임향과 함께 장대리가 들어왔다.


“부장님, 요청하신 경쟁사 분석 자료입니다.”


장대리, 장한결. 옆팀의 에이스이자 모두의 워너비.

시원하게 올라간 입꼬리, 반짝이는 하얀 치아,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당당한 태도.

그녀가 회의실에 들어서는 순간, 축축하고 어둡던 공기가 단숨에 보송보송하게 마르는 듯했다.

그녀는 김 부장에게 자료를 건네며 소대리의 기획안을 힐끗 보더니, 가볍게 미소 지었다.


“<선택! 당신의 엔딩은?>. 제목 좋네요. 요즘 애들 딱 좋아할 만한.”


별말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의 입을 통해 나오니, 죽어가던 기획안에 심폐소생술이라도 한 듯 생기가 돌았다. 김 부장의 표정도 미세하게 부드러워졌다.


“장대리 생각은 어떤가?”

“일단 한번 ‘질러볼’ 만한 기획이라고 생각합니다. 리스크는 있겠지만, 성공하면 임팩트는 확실하겠네요. 관건은 어떻게 설득력 있게 포장해서 광고주를 물어오느냐겠죠.”


그녀는 ‘질러볼 만한’, ‘임팩트’, ‘물어오느냐’ 같은 단어들에 정확히 힘을 주어 말했다.

소대리가 땀을 뻘뻘 흘리며 설명해도 전달되지 않던 핵심이 그녀의 몇 마디에 명쾌하게 정리되었다.

소대리는 투명인간이 된 기분이었다. 이미 회의의 중심은 장대리에게 넘어가 있었다.

그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아무도 그가 나가는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2. 옥상, 가장 높은 곳에 사는 외톨이

회색빛 도시의 소음이 먼 파도 소리처럼 들려오는 곳.

회사 옥상은 소대리의 유일한 도피처였다. 잿빛 방수 페인트가 발린 바닥에 쭈그려 앉아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재능은 있다. 아이디어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세상에 내보일 ‘얼굴’과 ‘목소리’가 없었다. 캄캄한 동굴 속에서 혼자 보석을 발견하면 뭘 하나. 동굴이 무너질까 두려워 아무도 부르지 못하는데.


“야, 소민규. 너 또 여기서 혼자 찌그러져 있냐?”


경쾌한 목소리와 함께 누군가 등을 툭 쳤다. 유일한 동기이자 친구, 이대리였다.


“꼴이 말이 아니다. 김 부장한테 또 한 사발 했냐?”

“...말도 마라.”

“내가 네 프레젠테이션 몰래 들었는데, 완전 ‘고구마 밭에서 길 잃은 신데렐라’ 같더라. 아이디어는 호박마차인데, 그걸 끄는 말이 너덜너덜해.”


이대리는 밉지 않은 팩트 폭력의 대가였다. 그는 소대리 옆에 털썩 주저앉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


“너, 그 기획안 진짜 아깝지 않냐?”

“아까우면 뭐해. 내가 그런데.”

“그게 문제라고, 인마. 네 ‘가면’이 문제야.”

“가면?”


소대리가 고개를 들었다. 이대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담배 연기를 길게 뿜었다.


“넌 지금 ‘소심함’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는 거야. 그 뒤에 숨어서 진짜 네 모습을 못 보여주는 거지. 사실 너 웃기고 따뜻한 놈이잖아. 술자리에서 가끔 나오는 거 보면 안다니까.”

“그건 술기운이고...”

“아니. 그게 너야. 근데 맨정신에는 그 스위치를 못 켜는 거지.”


이대리는 품 안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벨벳으로 된 작은 주머니였다.

그는 주머니를 열어 손바닥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그것은 ‘가면’이었다.

고대 그리스 희극에나 나올 법한, 정교하게 조각된 나무 가면이었다. 입은 활짝 웃고 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신비롭고 장난기 넘치는 기운이 서려 있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나뭇결은 매끄럽게 닳아 있었다.


“애들 장난감 같은 거 말고.” 소대리가 시큰둥하게 말했다.

“장난감 아니야, 인마. 이거 우리 할아버지가 물려주신 유물이라고. 이름하야, ‘겔로스의 웃음 가면’.”


3. 웃음의 신, 겔로스의 유물

“겔로스?”

“그래, 겔로스(Gelos). 고대 그리스의 웃음의 신. 디오니소스 축제에서 사람들을 웃기고 즐겁게 만들던 신이지. 이 가면은 그 신의 힘이 깃든 물건이라는 전설이 있어. 아주 오래전, 최고의 희극 배우였지만 무대 공포증을 앓던 이를 위해 신이 직접 만들어줬다는... 뭐, 그런 얘기.”


이대리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마치 세상의 비밀을 공유하는 사람처럼.


“이걸 쓰면,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미소와 사람을 끌어당기는 언변을 갖게 된대. 물론, 그냥 쓴다고 되는 건 아니고... 진심으로 변화를 원하는 사람에게만 힘을 빌려준다고 하더라고.”


소대리는 헛웃음을 쳤다. 직장인의 고뇌를 상담하는데 웬 신화 나부랭이인가.


“너 지금 나 놀리냐? 이걸 나더러 회사에서 쓰라고?”

“미친놈아, 진짜 얼굴에 쓰라는 게 아니지.”


이대리는 가면을 소대리의 가슴팍에 툭 던져주었다.


“그냥 지니고만 있어. 그리고 정말 필요할 때, 간절히 원할 때, 이 가면을 쓰고 있는 너를 상상하는 거야. 그럼 가면이 네게 힘을 빌려줄 거다. 웃으면 복이 온다잖아. 밑져야 본전 아니냐? 한번 해봐.”


이대리는 “회의 들어간다!” 한마디를 남기고 옥상을 떠났다.

홀로 남은 소대리는 손바닥 위의 작은 나무 가면을 내려다보았다.

정교하게 조각된 웃는 입술이 그를 비웃는 것 같기도 하고, 격려하는 것 같기도 했다.


‘웃으면 복이 온다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 소대리는 가면을 자신의 양복 안주머니 깊숙이 넣었다.

차가운 나무의 감촉이 심장께에 닿았다.


4. 거울 속의 이방인

그날 밤, 소대리는 자신의 좁은 자취방 거울 앞에 섰다.

피곤에 절어 축 처진 어깨, 자신감이라곤 1그램도 찾아볼 수 없는 흐릿한 눈동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정말... 이대로는 안 돼.’


그는 주머니에서 ‘웃음 가면’을 꺼냈다. 반신반의하는 마음.

아니, 99%의 의심과 1%의 절박함으로, 그는 조심스럽게 가면을 얼굴에 가져다 댔다.

그 순간이었다.

가면이 피부에 닿자마자 미세한 전류 같은 것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놀라서 가면을 떼려고 했지만, 마치 강력한 자석처럼 얼굴에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억!”


그리고 그의 눈앞, 거울 속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거울 속의 ‘소민규’는 더 이상 그가 알던 소민규가 아니었다.

구부정했던 어깨는 활짝 펴졌고, 흐릿하던 눈동자는 총기로 반짝였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입이었다.

그의 입꼬리는 그가 평생 한 번도 지어본 적 없는, 시원하고 자신감 넘치는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마치 장대리의 미소에 정대리의 부드러움을 합쳐놓은 듯한, 완벽한 미소였다.

그는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이게, 나라고?”


목소리마저 달랐다. 낮고 안정적인 톤, 명확한 발음. 그가 그토록 원하던 ‘신뢰감 있는 목소리’였다.

거울 속의 남자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아니, 그 자신이 말했다.


“그래, 이게 진짜 너야. 소민규. 넌 뭐든지 할 수 있어. 최고의 기획자, 최고의 발표자. 사람들은 네 말에 귀를 기울이고, 네 아이디어에 열광하게 될 거야.”


소대리는 거울을 향해, 아니 자기 자신을 향해 미소 지었다.

가면이 만들어준 미소였지만,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었다.

두려움이 아닌, 벅찬 희열 때문이었다.


5. 첫 번째 무대, 엘리베이터

다음 날 아침.

소대리는 평소보다 30분 일찍 집을 나섰다. 양복 안주머니에 든 가면의 존재감이 묵직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어젯밤의 경험이 꿈이 아니었을까?

회사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운명처럼 엘리베이터 앞에서 장대리와 마주쳤다.

그녀는 커피를 든 채 비스듬히 서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 완벽한 옆모습.

소대리는 평소 같았으면 시선을 피하고 다음 엘리베이터를 기다렸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지금이야. 상상하는 거야. 내가 가면을 쓰고 있다고.’


그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안주머니의 가면을 살짝 움켜쥐었다. 그리고 장대리 옆에 섰다.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장대리가 먼저 타려던 순간, 소대리는 저도 모르게 손으로 문을 살짝 잡아주었다.


“먼저 타시죠.”


그의 입에서 나온 나직하고 부드러운 목소리. 장대리가 놀란 듯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소대리는 그녀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대신, 어젯밤 거울 앞에서 연습했던 그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장대리의 눈이 살짝 커졌다.


“...고마워요, 소대리님.”


그녀는 어색하게 웃으며 엘리베이터에 탔다. 소대리도 뒤따라 탔다.

좁은 공간, 어색한 침묵. 평소라면 1분 1초가 고문이었을 이 시간이, 오늘은 왠지 견딜 만했다. 아니, 오히려 짜릿한 긴장감마저 느껴졌다.

엘리베이터가 그들의 사무실이 있는 15층에 멈췄다. 문이 열리고, 내리려던 장대리가 잠시 멈칫하더니 그를 돌아보았다.


“소대리님. 어제 그 기획안... 아깝던데요. 그대로 묻히기엔.”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자리로 걸어갔다.

소대리는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장대리가, 그 장대리가 자신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그것도 자신의 기획안을 인정하는 말을.

안주머니 속 가면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일까.

소대리는 결심했다. 이 가면의 힘을 빌려서라도, 한번 부딪혀보기로. 진짜 ‘나’를 세상에 보여주기로.

그의 출근길은 더 이상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의 걸음이 아니었다. 이제 막 첫 무대에 오르는 신인 배우의 설레는 발걸음이었다.


과연 그는 ‘웃음 가면’을 통해 인생 역전을 할 수 있을까? 가면의 힘은 어디까지일까?

그의 파란만장한 직장 생존기가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




소대리도 몰랐던 직장생활 꿀팁 #1. 발표 울렁증 극복을 위한 3가지 법칙

회의실의 김 부장 앞에서 얼어붙었던 소대리. 당신도 발표만 앞두면 심장이 쿵쾅거리나요?

‘웃음 가면’이 없어도 당신의 자신감을 +10 상승시켜 줄 꿀팁 3가지를 소개합니다.


1. ‘눈 맞춤’이 아닌 ‘이마 맞춤’의 법칙

청중의 눈을 일일이 마주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그들의 눈과 눈 사이, 즉 미간이나 이마를 바라보세요.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당신이 자신을 보고 있다고 느끼지만, 발표자는 직접적인 시선 부담을 덜 수 있어 한결 편안해집니다.

회의실의 가장 먼 곳에 있는 사물(시계, 액자 등)을 정해두고 번갈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2. ‘내용’이 아닌 ‘구조’를 외우는 법칙

대본 전체를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외우려다 한 단어만 잊어도 머릿속이 하얘지기 마련입니다.

발표 내용을 통째로 외우지 말고, ‘서론 - 문제 제기 - 해결 방안 1, 2, 3 - 결론’과 같은 큰 ‘구조’와 각 구조별 핵심 키워드만 암기하세요.

구조를 따라 물 흐르듯 이야기하면 훨씬 자연스럽고, 예상치 못한 질문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3. ‘시작 전 30초’ 침묵의 법칙

발표 시작 전, 떨리는 마음에 허겁지겁 첫마디를 내뱉지 마세요.

오히려 자리에 서서 30초 정도 아무 말 없이 청중을 바라보며 가볍게 미소를 지어보세요.

이 짧은 침묵은 흩어져 있던 청중의 시선을 당신에게 집중시키고, 당신 스스로는 호흡을 가다듬고 무대의 주도권을 가져오는 마법 같은 시간이 될 것입니다.

“자, 지금부터 제 이야기에 집중해주시죠”라는 무언의 자신감 있는 신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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