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정치와 질투 대처법
대서양 코스메틱 프로젝트 성공 이후, 소민규는 더 이상 사무실의 ‘투명인간’이 아니었다.
그는 이제 ‘대서양 코스메틱 건을 단독으로 성사시킨 에이스’로 불렸다.
사람들은 그에게 먼저 다가와 말을 걸었고, 커피를 건넸으며, 그의 의견을 궁금해했다. 김 부장은 복도를 지날 때마다 그의 등을 두드리며 “어이, 소 에이스!”라고 부르는 것이 새로운 습관이 되었다.
세상이 그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듯한 달콤한 착각. 소대리는 안주머니 속 가면의 온기를 느끼며 이 모든 변화를 만끽했다.
하지만 밝은 빛은 반드시 그림자를 만든다. 그 그림자는 주로 박 과장의 자리 주변에서 어른거렸다.
“소대리, Z코스메틱 건은 운이 좋았지. 원래 신규 기획은 첫발을 잘 떼는 게 중요하거든. 진짜 실력은 뒷심에서 나오는 거야, 뒷심에서.”
지나가듯 툭 던지는 그의 말에는 칭찬을 가장한 가시가 박혀 있었다.
소대리가 새로운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팀 회의에서 발표할 때면, 박 과장은 어김없이 찬물을 끼얹었다.
“아이디어는 좋은데, 너무 이상적이네.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성은 고려해본 건가? 소대리는 아직 현장 경험이 부족해서 그래.”
소대리는 가면의 힘을 빌려 여유롭게 받아쳤다.
“과장님 말씀 덕분에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을 점검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현실적인 실행 방안에 대해서는 제가 따로 세부안 A, B, C를 준비했습니다만, 잠시 설명해 드려도 되겠습니까?”
완벽한 응수였다. 박 과장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해졌고, 다른 팀원들은 흥미진진한 눈으로 두 사람을 지켜봤다. 소대리의 완승이었지만, 그는 박 과장의 눈에서 뱀처럼 또아리를 튼 시기심을 보았다.
‘시기’라는 바이러스는 한번 퍼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아직 알지 못했다.
그를 지켜보는 또 다른 시선이 있었다. 바로 장대리였다.
그녀는 더 이상 소대리를 ‘존재감 없는 동료’로 여기지 않았다. 그는 이제 ‘정체를 알 수 없는 강력한 라이벌’이자 ‘흥미로운 미스터리’였다. 그녀는 기회를 엿보다, 탕비실에서 혼자 커피를 내리는 소대리에게 다가갔다.
“소대리님.”
부드러운 부름에 소대리가 돌아보았다. 그는 가면을 쓴 듯 완벽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장대리님, 무슨 일이세요?”
“아니에요. 그냥... 대서양 코스메틱 프레젠테이션, 정말 인상 깊었어요. 다들 소대리님 칭찬이 자자해요. 특히 사람을 끌어당기는 화법이 놀랍던데, 비결이라도 있으세요?”
탐색전의 시작이었다. 그녀의 질문은 날카로운 칼끝처럼 그의 비밀을 겨누고 있었다. 평소의 소대리라면 당황해서 눈도 마주치지 못했겠지만, 지금의 그는 달랐다.
“비결이랄 게 있겠습니까. 그저 ‘진심’을 담아 이야기했을 뿐입니다. 제 기획이 대서양 코스메틱에 꼭 필요하다는 진심 말이죠.”
“진심이라... 그 진심이 사람을 그렇게 바꿔놓을 수도 있군요.”
장대리는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의 눈동자는 자신감으로 빛나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 너머에서 아주 미세한 위화감을 느꼈다.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비현실적인 느낌.
“소대리님은 꼭... 갑자기 나타난 사람 같아요. 우리가 알던 소대리님이 아닌, 다른 누군가처럼요.”
그녀의 말에 소대리의 심장이 순간 쿵, 하고 울렸다. 하지만 그의 입은 저절로 움직였다.
“사람은 누구나 여러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죠. 장대리님도 완벽해 보이는 모습 뒤에, 아무도 모르는 얼굴이 있지 않으신가요? 전 그저, 용기를 내서 다른 얼굴을 꺼내 본 것뿐입니다.”
그의 대답에 이번엔 장대리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자신의 내면을 꿰뚫어 본 듯한 그의 말에 당황한 것이다. 두 사람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소대리는 그녀에게 한 발 더 다가서며 나직이 말했다.
“언제 한번, 커피 한잔하면서 서로의 다른 얼굴에 대해 이야기 나눠볼 시간... 있으신가요?”
그것은 완벽한 작업 멘트였다. 그리고 소대리가 의도한 말이 아니었다.
장대리가 당황한 듯 “네? 아... 네, 뭐...” 하고 얼버무리며 자리를 피했다.
홀로 남은 소대리는 자신의 심장을 부여잡았다.
‘방금 내가 무슨 말을 한 거지?’
장대리에게 커피를 마시자고? 그것도 저렇게 능글맞은 방식으로?
그건 소민규라는 인간의 데이터베이스에는 존재하지 않는 행동 양식이었다. 마치 가면이 스스로 의지를 갖고 그의 입을 조종한 것 같았다. 그는 대서양 코스메틱 미팅 때도, 팀 회의 때도 가면의 힘을 빌렸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의지’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방금은 달랐다. ‘가면’이 ‘주인’ 행세를 하려 했다. 등골에 서늘한 기운이 흘렀다. 이대리가 했던 경고가 귓가에 맴돌았다.
‘힘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는 법이야. 너무 그 힘에 취하진 마라.’
가면이 가져다준 성공에 취해있는 동안, 그는 가면이 자신의 일부를 조금씩 잠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소대리의 불안감은 곧 현실이 되었다. 대서양 코스메틱 후속 진행을 위해 김 부장은 팀의 핵심 업무 중 하나였던 ‘분기별 콘텐츠 시장 동향 보고서’ 작성을 소대리에게 일임했다. 팀의 신뢰를 한 몸에 받는다는 상징적인 업무였다.
“소 에이스! 이번 보고서, 아주 기깔나게 한번 뽑아봐!”
소대리는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보고서에 필요한 핵심 데이터는 박 과장이 관리하는 공유 폴더에 있었다.
“박 과장님, 지난 분기 데이터 분석 자료 좀 공유해주실 수 있을까요?”
“어? 아, 그거? 지금 외부에 나와 있어서... 내일 오전에 바로 해줄게.”
하지만 다음 날, 박 과장은 감쪽같이 약속을 잊은 척했다.
“아, 미안 미안. 내가 어제 깜빡했네. 지금 바로 줄게.”
그가 공유해준 파일은 어딘가 이상했다. 최신 데이터가 누락되어 있거나, 중요한 수치들이 교묘하게 왜곡되어 있었다. 소대리는 밤을 새워가며 데이터를 검증하고 수정해야만 했다. 마감일 아침, 간신히 보고서를 완성해 김 부장에게 제출했지만, 박 과장은 부장의 옆에서 혀를 찼다.
“쯧쯧, 소대리가 아직 이런 큰 업무는 버거워하는구만. 마감 시간 겨우 맞춰서 내고 말이야. 내가 미리 좀 도와줬어야 했는데.”
보이지 않는 태클. 명백한 방해 공작이었지만, 증거가 없었다.
소대리는 처음으로 가면의 힘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부딪혔다.
가면은 화려한 언변과 자신감을 주었지만, 교활한 정치 싸움에서 그를 지켜주지는 못했다.
결국 소대리는 이대리를 옥상으로 불러냈다.
다급한 그의 모습에 이대리는 심각한 표정으로 자초지종을 들었다.
“이대리, 이 가면... 뭔가 이상해. 가끔 내 의지랑 상관없이 멋대로 움직이는 것 같아.”
소대리는 장대리와의 일, 그리고 박 과장의 방해 공작에 대해 모두 털어놓았다. 이야기를 들은 이대리의 얼굴이 굳어졌다.
“...올 것이 왔군.”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이대리는 담배를 깊게 빨아들인 후, 무겁게 입을 열었다.
“민규야, 내가 말 안 한 게 있어. 이 가면, 그냥 힘만 빌려주는 착한 요술봉 같은 게 아니야.”
“.......”
“전설에 따르면, 겔로스의 가면은 착용한 사람의 ‘감정’과 주변의 ‘관심’을 먹고 자라나. 그리고 점점 강해지면서 고유한 자아를 갖게 되지. 이전 소유자들 중 몇몇은 가면의 꼭두각시가 되어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고 해. 웃음을 주지만, 결국 그 웃음의 노예가 되어버리는 거야.”
이대리의 고백은 충격적이었다. 소대리는 자신의 안주머니를 만졌다. 늘 든든하고 따뜻하게 느껴졌던 가면이, 이제는 그의 심장에 달라붙어 피를 빨아먹는 거머리처럼 느껴졌다.
“그럼... 난 어떻게 해야 돼?”
소대리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대리는 그의 어깨를 강하게 붙잡았다.
“정신 똑바로 차려, 소민규. 가면에게 잡아먹히지 마. 네가 가면의 주인이 되어야 해. 힘을 ‘쓰는’ 것과 힘에 ‘휘둘리는’ 것은 종이 한 장 차이야. 이제부터 진짜 싸움은, 네 자신과의 싸움이 될 거다.”
옥상 아래로 펼쳐진 도시의 불빛이 아득하게 보였다.
소대리는 깨달았다. 진짜 위기는 비웃던 동료도, 질투하는 상사도 아니었다.
그의 가장 강력한 아군이자, 가장 치명적인 적이 될지 모를 ‘웃음 가면’ 그 자체였다.
빛의 대가는 생각보다 혹독했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
갑작스러운 성공은 달콤하지만, 반드시 동료의 질투와 견제를 불러옵니다.
가면의 힘으로도 막을 수 없는 ‘사내 정치’의 파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 3가지를 소개합니다.
1. 모든 업무는 ‘서면’으로 기록하는 철칙
박 과장의 꼼수처럼 구두로 이루어진 지시나 약속은 결정적인 순간에 발목을 잡습니다.
중요한 업무 요청이나 데이터 공유는 반드시 이메일이나 사내 메신저 등 기록이 남는 ‘서면’으로 진행하세요.
“과장님, 방금 요청드린 OOO 데이터 관련해서 확인차 메일 드립니다.” 와 같이 이중으로 기록을 남기는 습관은, 당신을 교묘한 책임 회피와 방해 공작으로부터 지켜줄 가장 강력한 방패입니다.
2. ‘적’이 아닌 ‘애매한 내 편’으로 만드는 기술
나를 질투하는 동료를 적으로 규정하고 맞서 싸우는 것은 최악의 전략입니다.
오히려 그의 전문성을 인정해주며 도움을 요청하는 ‘저자세’를 취해보세요.
“과장님께서 이 분야는 최고 전문가시잖아요. 이번 보고서 관련해서 조언을 좀 받을 수 있을까요?”라고 먼저 다가가면, 상대는 당신을 적으로 공격하기 애매해집니다.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 사내 정치의 기본입니다.
3. ‘나의 성공’이 아닌 ‘팀의 성공’으로 포장하는 기술
당신의 성공을 오롯이 당신의 것으로 자랑하면, 팀원들은 박탈감을 느끼고 질투하게 됩니다.
대서양 코스메틱 건의 성공을 이야기할 때, “제가 해냈습니다”가 아니라 “우리 팀이 김 부장님의 지도와 동료들의 도움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라고 공을 돌리세요. 나의 공을 나누는 것은 손해가 아니라, 더 큰 성공을 위한 ‘투자’입니다. 당신의 든든한 우군을 만드는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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