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드백’ 제대로 주고받는 법
소민규의 싸움은 가장 조용하고, 가장 외로운 곳에서 시작되었다. 바로 그의 자취방 거울 앞이었다.
그는 더 이상 가면을 쓴 자신을 ‘상상’하지 않았다. 대신, 가면을 쓴 자신이 보여줬던 모습을 ‘분석’하고 ‘모방’하기 시작했다. 가면은 이제 그의 스승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콘텐츠기획팀 소민규입니다.”
그는 매일 아침, 신문 기사를 큰 소리로 읽었다. 목소리 톤은 한 단계 높게, 발음은 명확하게.
녹음해서 들어보고, 어색한 부분을 교정하는 과정을 수십 번 반복했다.
턱 근육이 아플 때까지 입꼬리를 올리는 연습을 했고, 어색한 미소를 자연스럽게 만들기 위해 예전 여행 사진 속에서 활짝 웃던 자신의 모습을 찾아보기도 했다.
사무실에서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장대리가 회의에서 손을 들어 발언할 때의 당당한 제스처, 정대리가 동료의 말을 경청할 때의 부드러운 눈 맞춤. 그는 그 모든 것을 머릿속에 필름처럼 저장했다가, 집에 와서 거울 앞에서 수없이 따라 했다.
이것은 가면의 힘을 빌리는 것보다 수백 배는 더 고통스럽고 더딘 과정이었다. 발전은 눈에 보이지 않았고, 거울 속의 자신은 여전히 어설펐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가면의 노예가 될 바에야, 맨몸으로 부딪혀 깨지는 한이 있더라도 진짜 ‘나’의 무기를 만들고 싶었다.
혼자만의 훈련은 곧 한계에 부딪혔다. 그에게는 길을 알려줄 ‘네비게이션’이 필요했다.
고민 끝에, 그는 큰 용기를 냈다. 라이벌이자 선망의 대상인 장대리가 아닌,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소유자 정대리에게 다가간 것이다.
“정대리님, 잠시 시간 괜찮으실까요?”
점심을 먹고 들어온 정대리에게, 소대리는 가면의 힘 없이, 오직 자신의 의지로 말을 걸었다.
목소리가 살짝 떨렸지만 눈은 피하지 않았다.
“네, 소대리님. 무슨 일이세요?” 정대리는 언제나처럼 따뜻하게 그를 맞아주었다.
“저... 실례가 안 된다면 조언 하나만 구하고 싶습니다. 저는 정대리님처럼... 사람들을 편안하게 만들면서도, 핵심을 짚어주는 그런 화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제가 앞으로 대리님의 화법을 좀 유심히 보고 배워도 되겠습니까?”
솔직하고 겸손한 그의 요청에 정대리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는 Z코스메틱 건으로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소대리가 거만해질 법도 한데, 오히려 이렇게 자신을 낮추고 배움을 청하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제가 다 부끄럽네요. 물론입니다. 저야말로 소대리님의 날카로운 기획력을 배우고 싶은걸요. 앞으로 서로 돕고 지내면 좋겠습니다.”
정대리는 기꺼이 그의 멘토가 되어주기로 했다. 그는 소대리의 보고서를 미리 읽어주고 조언해주거나, “방금 그 표현은 상대가 오해할 수 있으니 이렇게 바꿔보는 건 어떨까요?”라며 실질적인 팁을 주기도 했다.
소대리는 든든한 아군을 얻었다. 가면이 아닌, 살아있는 인간 스승을.
소대리의 변화를 가장 불편하게 지켜보는 사람은 역시 박 과장이었다. 그는 소대리가 정대리와 가깝게 지내는 모습까지 보게 되자, 더욱 노골적으로 그를 따돌리고 방해하기 시작했다.
사건은 대서양 코스메틱 후속 캠페인 준비 과정에서 터졌다. 박 과장이 핵심 부서장들만 모아 비공식 사전 미팅을 진행하면서, 실무 담당자인 소대리를 의도적으로 누락시킨 것이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소대리는 분노로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예전의 그였다면 속으로 끙끙 앓다가 기회를 놓쳤을 것이다. 가면을 쓴 그였다면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박 과장을 멋지게 비꼬며 망신을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소민규’는 달랐다. 그는 박 과장에게 조용히 다가갔다. 팀원들이 모두 들을 수 있지만, 결코 소란스럽지는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과장님, 어제 진행하셨던 대서양 코스메틱 후속 건 관련 부서장 회의에서 제가 누락된 것 같습니다. 제가 실무 담당자인데 중요한 내용들을 놓쳤을까 봐 걱정됩니다. 혹시 제가 따로 챙겨야 할 부분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공유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의 말에는 감정이 실려 있지 않았다. 오직 ‘업무’와 ‘사실’만이 있었다. 비난이 아닌 질문의 형태였기에 박 과장은 발뺌할 수도, 화를 낼 수도 없었다. 주변 동료들의 시선이 모두 그에게 쏠렸다.
“어, 어... 그거 별 내용 아니었어. 그냥 간단하게 의견 나누는 자리여서... 내가 나중에 따로 정리해서 알려줄게.”
박 과장은 당황하며 말을 얼버무렸다. 소대리는 물러서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그럼 오늘 중으로 회의록 공유 부탁드리겠습니다. 내일 오전까지 광고주에게 전달해야 할 내용이 있어서요.”
완벽한 압박이었다. 결국 박 과장은 마지못해 회의 내용을 공유할 수밖에 없었다. 소대리는 가면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오직 자신의 논리와 태도로 정면승부에서 이겼다. 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맨몸으로 싸워 얻은 첫 번째 승리였다.
소대리가 회사에서 한 뼘씩 성장하는 동안, 회사 밖의 위협은 점점 더 구체적인 형태로 그와 이대리를 옥죄어왔다. 이대리는 며칠 전부터 누군가 자신을 계속 따라다니는 듯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퇴근길에 뒤를 돌아보면 사라지고, 집 앞에 낯선 차가 몇 시간씩 서 있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물건을 보내왔다. 이대리의 오피스텔 앞으로 배달된 작은 상자. 그 안에는 값비싼 그리스 유물 도자기의 ‘파편’ 하나와 메모가 들어 있었다.
[깨진 조각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야 그 가치를 되찾는 법이다. 다음 차례는 당신이 아끼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명백한 경고였다. 다음 타겟은 소민규, 혹은 자신들의 가족이 될 수도 있다는 섬뜩한 암시.
이대리는 소대리에게 급히 연락했다.
“민규야, 이제 단순한 미행 수준이 아니야. 놈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어. 우리도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어. 이 ‘회장’이라는 놈이 대체 누군지, 왜 이 가면을 찾으려 하는지 알아내야 해.”
두 사람은 가면의 출처인 이대리의 할아버지 유품들을 다시 한번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그 끝에서, 그들은 낡은 수첩 하나를 발견했다. 그곳에는 가면과 함께 언급된 낯선 이름 하나가 적혀 있었다.
‘크로노스 클럽(Kronos Club)’.
그날 밤, 소대리는 정대리에게 받은 조언들을 정리하느라 평소보다 늦게까지 회사에 남아 있었다.
사무실을 나서는데, 아직 불이 켜진 회의실 안에서 희미한 통화 소리가 들려왔다. 장대리였다.
호기심 때문은 아니었다. 그냥 무심코 지나치려는데, 흐느낌 섞인 그녀의 목소리가 발목을 잡았다.
“아니야, 아빠. 이번에도 내가 최고가 될 수 있어. 꼭 그렇게 만들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응... 나 안 힘들어. 정말이야.”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힘겹게 떨리고 있었다.
“...나도 가끔은... 다 버리고 그냥 도망치고 싶어. 매일매일이 전쟁터 같아. 완벽해야 한다는 소리,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소리... 이제 너무 지겨워.”
소대리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늘 자신감 넘치고 완벽해 보였던 장대리. 모두의 선망을 한 몸에 받던 그녀의 진짜 모습이었다. 그녀 역시 ‘최고의 에이스’라는 무거운 가면을 쓰고, 매일 홀로 힘겨운 싸움을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눈물은, 가면 뒤에 숨어 울고 있던 과거의 자신을 보는 것만 같았다.
소대리는 조용히 발걸음을 돌렸다. 그녀가 아는 척하는 것을 원치 않을 터였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서 무언가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장대리는 더 이상 넘어야 할 벽이나 쟁취해야 할 트로피가 아니었다. 그녀는 그와 똑같이, 무거운 가면의 무게를 견디고 있는 또 한 명의 ‘사람’이었다.
그의 가슴속에 경쟁심 대신, 따뜻한 연민과 이해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어쩌면 자신이 그녀의 가면 속 눈물을 닦아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에게 놀라며, 소대리는 밤의 장막이 내린 도시의 거리를 걸었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
스스로 성장하기 위해 정대리에게 용기 내어 피드백을 요청한 소대리. 당신도 동료의 조언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하고 싶나요? 또는 후배에게 상처 주지 않고 도움 되는 피드백을 하고 싶나요? ‘
성장’을 목적으로 하는 피드백의 기술을 소개합니다.
1. 피드백을 ‘요청’할 때: ‘마법의 단어’를 사용하라
무작정 “저에 대해 피드백 좀 해주세요”라고 하면 상대는 막연하고 부담스럽습니다.
대신 “제가 이번에 작성한 보고서에서, ‘만약 대리님이라면 더 개선하고 싶은 부분 한 가지만’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처럼 구체적인 범위를 설정하고 ‘한 가지’라는 마법의 단어를 사용하세요.
상대의 부담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가장 핵심적인 조언을 얻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2. 피드백을 ‘줄’ 때: ‘I-Message’와 ‘상황-행동-영향’ 기법
상대에게 피드백을 줄 때는 “당신은 왜 맨날...”(You-Message)처럼 상대를 비난하는 말투는 금물입니다.
대신 “나는 이렇게 느꼈다”(I-Message)는 방식으로 전달해야 합니다.
여기에 ‘특정 상황에서, 당신이 이런 행동을 했을 때, 나 혹은 우리 팀에 이런 영향이 있었다’(Situation-Behavior-Impact) 모델을 적용하면 더욱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자료 제출이 늦어서 팀 전체가 힘들었어요”가 아니라, “어제 회의자료 마감 상황에서, 자료 제출이 2시간 늦어졌을 때, 보고서 취합이 어려워서 팀원들이 야근을 해야 하는 영향이 있었어요. 다음부터는 미리 공유해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죠.
3. 피드백을 ‘받았’을 때: ‘방어’ 대신 ‘감사와 질문’으로
가슴 아픈 피드백을 받았을 때, “그건 사실 오해입니다”라며 방어하거나 변명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하지만 그 순간을 참고, 딱 두 가지만 기억하세요.
첫째, “시간 내서 의견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감사를 표현하는 것.
둘째, “제가 그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면 좋을까요?”라며 추가 질문을 하는 것입니다. 이런 태도는 당신을 ‘발전 가능성이 높은 동료’로 보이게 할 뿐만 아니라, 당신의 성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다음 조언을 이끌어내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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