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백서<웃으면 복이 와요> 제8화

슬럼프를 관리하는 기술

by 공감디렉터J

1. 신흥 아트 컬렉터

소민규의 기획자로서의 재능은 뜻밖의 곳에서 발휘되었다.

그와 이대리는 소대리의 작은 자취방을 작전 본부 삼아, 세상에 없는 한 사람을 창조해내기 시작했다.

작전명은 ‘신흥 아트 컬렉터 이지훈 만들기’.


“일단 페르소나부터 명확히 해야 해. 이름은 이지훈 그대로 쓰되, 해외 유학파 출신에 IT 붐으로 돈을 번 신흥 부자. 할아버지의 유산을 물려받아 뒤늦게 예술에 눈을 뜬 철부지 캐릭터. 어때?”


소대리는 화이트보드에 인물 관계도까지 그려가며 이지훈의 가상 인생을 설계했다. SNS 계정을 개설해 값비싼 시계와 와인 사진을 올렸고, 미술계 유력 인사들의 계정을 팔로우하며 온라인상에서의 존재감을 구축했다.


“옷차림도 중요해. 너무 정석적인 슈트보다는, 살짝 트렌디하면서도 돈 자랑하는 티가 나는 스타일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의 캐주얼 슈트에, 행커치프는 필수. 말투는?”

“오만하고 자신감 넘치게. 예술을 돈으로만 보는 속물처럼 보여야 해. ‘이 작가, 요즘 뜨는 작가라며? 얼마면 돼?’ 같은 대사들.”


이대리는 소대리가 짜준 각본을 보며 감탄했다.


“야, 소민규. 너 회사 때려치우고 사기꾼 해도 대성하겠다. 이 정도면 거의 메소드 연기 수준인데?”


두 사람은 죽이 척척 맞았다. 치밀한 기획자와 천부적인 배우의 만남.

며칠 후,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한 ‘신흥 아트 컬렉터 이지훈’이 탄생했다.

이제 그가 월척을 낚을 연못으로, 미끼를 던지러 갈 차례였다.


2. 라이벌이 내민 손

회사에서 소대리는 ‘오리지널의 대답’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었다.

그의 맨몸 투쟁은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었고, 그를 바라보는 동료들의 시선도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장대리에게서 느껴졌다.


어느 날 오후, 장대리가 기획안 뭉치를 들고 그의 자리로 다가왔다.

이전처럼 날카로운 탐색전의 기운은 없었다.


“소대리님, 혹시 잠깐 시간 괜찮으세요?”

“네? 아, 네. 괜찮습니다.”

“제가 지금 신규 뷰티 프로그램 PPL 기획안을 짜고 있는데, 이 부분에서 좀 막혀서요. ‘오리지널의 대답’ 캠페인을 기획하신 소대리님이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가실지, 의견을 좀 듣고 싶어서요.”


그것은 엄청난 변화였다. 늘 모두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그녀가, 먼저 그의 능력을 인정하고 조언을 구한 것이다. 소대리는 얼떨떨했지만, 이내 진지하게 그녀의 기획안을 검토했다.


“음... 제 생각에는, 여기서 제품의 ‘효능’을 직접적으로 강조하기보다는, 프로그램의 메인 MC가 가진 ‘신뢰도’를 활용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저 사람이 추천하는 거라면 믿을 수 있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거죠. 마치...”

“마치 ‘오리지널’이 가진 진정성처럼요?”


장대리가 그의 말을 받았다. 두 사람은 기획안을 앞에 두고 열정적으로 의견을 나누었다.

더 이상 라이벌의 경쟁이 아니었다. 서로의 재능을 존중하는 동료로서의 건강한 토론이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소대리는 가면 없이도 그녀 앞에서 자연스럽게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3. 첫 번째 입질

주말 저녁, 강남의 한 유명 갤러리에서 VVIP를 위한 오프닝 파티가 열렸다.

이대리는 소대리가 짜준 각본대로, 파티 시작 한 시간 뒤에 요란하게 등장했다. 그의 옆에는 하루 아르바이트로 고용한 미모의 여성 파트너가 함께했다.

그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작품에 대해 아는 체를 했고, 와인을 한 모금 마신 뒤에는 “우리 할아버지 서재에 있던 그림보다 못하네”라며 허세를 부렸다. 그의 속물 같은 행동은 주변의 눈살을 찌푸리게도 했지만, 동시에 몇몇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에도 충분했다.

작전의 하이라이트는 신진 작가의 작은 조각품 경매 시간이었다.

시작가 500만 원의 작품. 이대리는 다른 컬렉터와 경쟁이 붙자, 마치 돈이 아깝다는 듯이 인상을 쓰면서도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에이, 기분이다! 2천!”


결국 작품을 낙찰받은 그는, 주변에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말했다.


“요즘은 이런 신화적인 모티프가 있는 작품이 끌리더라고. 특히 그리스 쪽. 뭐, 우리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유물들이랑 좀 어울릴 것 같아서 말이야.”


‘그리스’, ‘신화’, ‘유물’. 그가 던진 미끼 단어들.


파티가 끝날 무렵, 작전은 성공했다. 파티를 주최한 갤러리의 관장이 그에게 명함을 들고 접근했다.

“이지훈 컬렉터님, 반갑습니다. 안목이 대단하시네요. 혹시 그리스 신화 관련 유물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제가 좋은 분들을 소개해드릴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아주... 특별한 분들이시죠.”


관장의 눈빛이 교활하게 빛났다. 크로노스 클럽의 문고리가, 드디어 이대리의 손에 잡히기 시작했다.


4. 내면의 적, 가면의 반격

외부의 적을 향한 작전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동안, 소대리는 내면의 적에게 기습을 당했다.

‘오리지널의 대답’ 캠페인 중간 보고를 하는 자리였다. 김 부장과 임원들 앞에서, 그는 자신감 있게 실적 그래프와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그의 훈련 성과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그의 머릿속에, 얼마 전 꾸었던 악몽의 장면이 섬광처럼 터져 나왔다. 가면이 벗겨지고, 자신을 향해 비웃고 손가락질하던 수많은 군중의 모습.


‘거봐. 네 진짜 모습은 이렇게 초라하잖아. 내가 없으면 넌 아무것도 아니야.’


가면의 차가운 속삭임이 그의 뇌리를 직접 파고들었다. 순간, 그의 눈앞이 캄캄해지고 숨이 가빠왔다. 다음 문장이 생각나지 않았다. 입은 뻐끔거렸지만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소대리? 왜 그래?”


김 부장의 목소리가 아득하게 들렸다. 소대리는 식은땀을 흘리며 입술만 달싹였다. 완벽했던 그의 프레젠테이션은 순식간에 악몽으로 변했다.

그는 결국 “죄송합니다. 잠시... 몸이 좋지 않아서...”라는 말을 남기고 도망치듯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등 뒤로 임원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비수처럼 꽂혔다.

‘쟤 왜 저래?’, ‘아직 큰일 맡기기엔 무리인가 보네.’


5. 가장 어두운 순간에 찾아온 빛

소대리는 또다시 옥상으로 도망쳤다. 그는 난간에 기댄 채 고개를 숙였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기분이었다. 겨우 한 걸음 나아갔다고 생각했는데, 가면은 보이지 않는 손으로 그의 발목을 잡아채 다시 원점으로 끌어내린 것이다.


‘역시 난 안돼. 가면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었어.’


절망감이 온몸을 휘감을 때였다. 등 뒤에서 조용한 발소리가 들렸다. 이대리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목소리의 주인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여기 계실 줄 알았어요.”


장대리였다. 그녀는 손에 든 시원한 캔커피를 그에게 건넸다. 소대리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가장 추한 모습을 그녀에게 보인 것 같아 죽고 싶었다.


“가끔은 그럴 때도 있어요.”


장대리는 그를 다그치거나 실망한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그의 옆에 서서 도시의 풍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도 그래요. 완벽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질 때. 모두가 나만 쳐다보는 것 같고, 이대로 사라지고 싶을 때.”


그녀의 고백에 소대리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아까 회의에서 잠깐 흔들린 거지, 소대리님 실력이 어디 가는 거 아니잖아요. ‘오리지널의 대답’ 캠페인, 소대리님 아니었으면 시작도 못 했을 거예요. 다들 알고 있어요.”


그녀의 말은 따뜻한 위로가 되어, 가면이 할퀴고 간 그의 마음속 상처를 부드럽게 감싸주었다. 그는 깨달았다. 진짜 자신을 지탱해주는 것은 성공에 대한 환호가 아니라, 가장 어두운 순간에 곁을 지켜주는 사람의 온기라는 것을.

그는 그녀가 건넨 캔커피를 손에 꼭 쥐었다. 차가운 캔의 온기가, 그의 뜨거운 절망을 천천히 식혀주고 있었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




소대리도 몰랐던 직장생활 꿀팁 #8. 평판을 쌓고, 슬럼프를 관리하는 기술

성공 가도를 달리다 갑작스러운 슬럼프로 좌절한 소대리.

직장 생활은 마라톤과 같아서, 늘 좋은 페이스를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좋은 평판을 쌓아두고, 갑작스러운 슬럼프를 현명하게 관리하는 기술을 소개합니다.


1. 평판은 ‘실력’과 ‘태도’의 곱셈이다

뛰어난 실력(능력)도 중요하지만, 평판은 결국 ‘태도’에서 완성됩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입니다’, ‘제가 먼저 해보겠습니다’ 와 같이 긍정적이고 협조적인 태도는 당신의 실력에 ‘곱셈’ 효과를 냅니다. 이대리가 위험을 무릅쓰고 소대리를 돕는 것처럼, 좋은 태도로 쌓아둔 ‘인간관계 자산’은 당신이 어려울 때 가장 큰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 평소에 저축해둔 평판이 슬럼프 시기의 당신을 지켜주는 안전망이 됩니다.


2. 슬럼프를 ‘고백’하고 ‘공유’하는 용기

발표를 망친 소대리처럼, 실수는 숨기고 싶은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실수를 덮으려 하거나 혼자 끙끙 앓으면 상황은 악화될 뿐입니다.

신뢰하는 상사나 동료에게 “요즘 제가 좀 슬럼프인 것 같습니다. 중요한 업무에서 실수가 있었는데,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지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라고 솔직하게 공유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당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것은 나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하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3. ‘잘했던 기억’을 소환하여 자기효능감 회복하기

슬럼프에 빠지면 ‘난 역시 안돼’라는 부정적인 생각에 갇히게 됩니다.

이때는 의식적으로 과거에 성공했던 경험, 칭찬받았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전에 성공적으로 마쳤던 프로젝트의 보고서를 다시 읽어보거나, 동료에게 받았던 긍정적인 피드백 메일을 찾아보세요. ‘나도 잘 해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는 ‘자기효능감’을 회복하는 것이 슬럼프 탈출의 가장 빠른 지름길입니다. 장대리가 소대리의 과거 성공을 상기시켜준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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