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번째 에피소드
자정을 넘긴 강남 테헤란로.
성공한 스타트업 CEO 강 대표는 40층 사무실 통유리창 너머로 자신이 일군 도시의 왕국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쉴 새 없이 울리는 스마트폰, 빼곡히 채워진 스케줄, 수백억 대의 회사 가치.
그녀는 모든 것을 가졌지만, 정작 자기 자신은 텅 비어버렸다는 공허함에 시달렸다.
그녀는 성공이라는 이름의 가장 높은 감옥에 스스로를 가둔 죄수였다.
마침내 무거운 몸을 이끌고 1층으로 내려온 그녀 앞에, 이별택시가 도시의 소음을 모두 빨아들인 듯 고요하게 멈춰 섰다. 강 대표는 늘 타던 수행 기사의 차인 줄 알고 무심코 뒷좌석에 올랐다.
“집으로.”
짧고 차가운 명령. 하지만 택시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 순간, 또다시 업무 메시지가 도착했고, 알림을 확인하는 그녀의 눈빛이 절망으로 흔들렸다.
그녀가 처음으로 기사에게 명령이 아닌 질문을 던졌다.
“제가... 뭘 위해 이렇게 살고 있는 걸까요?”
그 한마디를 시작으로 그녀의 이야기가 터져 나왔다.
가난이 싫어 앞만 보고 달렸던 20대, 남성 중심의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잠을 포기했던 30대.
그녀는 ‘성공’이라는 목표를 위해 친구, 연인, 가족, 그리고 자기 자신을 기꺼이 희생했다.
업계의 신화가 되었을 때, 그녀 곁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성공에 대한 집착이 저를 여기까지 오게 했지만, 동시에 아무 데도 가지 못하게 만들었어요. 트로피는 늘어만 가는데, 마음은 먼지 쌓인 창고처럼 텅 비어버렸어요. 이제 이 집착과 이별하고 싶습니다. 진짜 자유를 찾고 싶어요.”
택시는 그녀의 집이 아닌, 수많은 사람이 평온한 저녁을 보내고 있는 잠원 한강공원 앞에 멈췄다.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연인, 자전거를 타는 아이, 캔맥주를 마시며 웃고 있는 친구들.
그녀가 잃어버린 일상의 풍경이었다.
[ 치유 ] / [ 권고 ]
강 대표는 위로받는 법조차 잊어버린 사람이었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이 궤도를 벗어날 수 있는 명확한 ‘전략’이자 ‘지침’이었다.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권고]를 선택했다.
김기사는 그녀가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구체적인 행동을 권고했다.
“내일 아침, 첫 회의를 하나 취소하고 그 한 시간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으로 채워보십시오. 휴대폰도, 보고서도 없이, 그저 창밖을 보거나 커피를 마시는 ‘비효율적인’ 시간을 의무적으로 보내는 겁니다. 대표님의 인생에서 가장 먼저 구조조정해야 할 것은, 과도한 성공에 대한 집착입니다.”
‘구조조정’.
그 단어는 강 대표의 심장을 관통했다. 그녀는 언제나 외부의 것, 회사의 문제만을 구조조정해왔다.
정작 가장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던 것은 자기 자신의 삶이었다.
김기사의 권고는 그녀의 인생에 적용할 첫 번째 혁신안이었다.
차에서 내린 그녀는 구두를 벗어 손에 들고, 처음으로 차가운 흙을 맨발로 밟았다. 자유를 향한 첫걸음이었다.
이별택시는 가장 높은 곳에서 내려와 땅에 발을 딛기로 결심한 한 사람을 뒤로하고 어둠 속으로 나아갔다.
세상의 모든 것을 손에 넣고도 자기 자신을 잃어버렸다면,
그것은 성공이 아니라 가장 화려한 파산이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