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우리는 왜 서로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가

AI 시대의 문해력 - 4부작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을 때, 당신은 그 사람의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까?

그런데 만약 그가 "심심한 사과를 드립니다"라고 썼다면요? 어떤 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 깊은 뉘우침을 읽어낼 것입니다. 하지만 또 어떤 이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되묻겠죠. "지루한 사과가 뭐예요?"

이 작은 해프닝은 단순한 웃음거리로 소비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소통 기반에 생긴 균열을 드러내는 첫 번째 신호탄이었으니까요. '사흘'을 '4일'로 착각하는 논란도 마찬가지입니다.

몇몇 단어를 모르는 어휘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것은 세대와 집단이 서로 다른 언어로, 서로 다른 세계를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한양대학교 조병영 교수는 이 현상의 본질을 꿰뚫습니다. 어휘는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삶의 경험을 담는 그릇이라고요. 특정 세대가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에 낯선 이유는, 그들의 일상 속에서 그런 말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말들을 쓰지 않으면서 살아가고 있구나." 이것은 단순한 세대 차이가 아닙니다. 서로 다른 경험의 세계에 고립되어,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