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년차 직장인의 유형별 인간 도감 시리즈(4)
무능한 자가 리더가 되는 이유?
"이번에 F가 팀장으로 승격했다고?"
처음에는 우리가 모르는 A만의 놀라운 장점과 역량이 있었나 보다 생각했지만
그와 비슷한 C, D, E까지 이어서 팀장들이 되는 모습을 보고 나니 이게 과연 정상일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흔히 직장 내 승진이 개인의 역량과 성과에 비례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때때로 우리의 기대를 배신하곤 합니다. 능력이 출중하고 탁월한 성과를 내는 사람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옆에서 보면 딱히 특별할 것 없는 사람이 핵심 보직에 오르거나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종종 목격합니다. 이런 상황은 조직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더 나아가 유능한 인재들이 회사를 떠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걸까요?
역량보다 중요한 것, '보여주기'와 '안정성'
상사의 취미, 종교, 식성까지 분석하고 쫓아하던 E는 어마어마한 기간을 팀장으로 지냈습니다.
그가 현업에서 실무 하던 모습을 본 사람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을 만큼, 일찌감치 관리직에 올라 직장생활 대부분을 팀장으로만 지낸 셈인데요, 그에게서 엿볼 수 있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첫째,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실제 역량보다 중요하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새튼은 저서에서 '승진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탁월한 능력보다는 '자신감'과 '인맥'을 잘 활용하는 능력'이라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몇몇 기업에서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보다, 상사에게 잘 보이고, 회의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며, 자신을 포장하는 데 능숙한 사람들이 더 높은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이들은 자신감 있는 태도와 적극적인 '보여주기'를 통해 유능한 것처럼 인식될 수 있습니다.
둘째, 조직은 안정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기존 질서를 유지하려는 보수적인 조직일수록, 능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순응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을 선호할 수 있습니다.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사람은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지만, 동시에 예측 불가능한 변수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때로는 '튀지 않고 조용한' 사람이 '덜 위험한' 선택지로 간주되어 요직에 오르기도 합니다.
'정치력'과 '정보력'의 힘
C는 언제나 얘깃거리가 넘치는 사람이었습니다. 특히 고객사 고위직에 계신 분들의 최신 동향을 꿰고 있어서 상사들에게 매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첩보원과도 같았습니다. 동료들은 그다지 관심 가질만한 얘깃거리가 아니었지만 상사들은 그를 늘 가까이 두었습니다. 업무 역량 면에서는 눈에 띄는 성과나 퍼포먼스를 남긴 적이 없었지만 그 역시도 마침내 팀장이 되었던 포인트가 있었으니 바로 정치력과 정보력입니다.
조직 내 정치력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회사라는 곳은 단순히 일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작은 사회입니다. 신문 칼럼이나 회사 내 인사 관련 서적들을 보면, 조직 내에서 정보를 장악하고, 주요 의사 결정권자들과의 관계를 원활하게 유지하며,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는 데 능숙한 사람들이 승진에 유리하다고 언급됩니다. 이들은 반드시 업무 능력이 뛰어나지 않더라도, 이러한 '정치력'을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결국 힘 있는 자리에 오르는 데 성공합니다.
마지막의 경우는 의외로 흔한 경우라 할 수 있는데요, 자신이 가진 한계를 명확히 아는 사람이 힘 있는 자리에 오르는 경우입니다. 이는 언뜻 무능력과 동의어처럼 들리지만, 자신의 부족함을 인지하고 그에 맞는 사람들을 주변에 두어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지혜를 발휘하는 경우입니다. 이러한 리더는 자신이 모든 것을 다 하려 들지 않고, 각자의 강점을 활용하여 팀 전체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합니다. 물론 이러한 유형은 '무능한 사람'으로 낙인찍히기보다는 '현명한 리더'로 평가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 본인의 실무 역량이 뛰어나지 않다고 판단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적으로, 직장에서 무능해 보이는 사람이 힘 있는 자리에 오르는 현상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조직 문화와 평가 시스템, 그리고 복잡한 인간관계가 얽혀 나타나는 결과입니다. 물론 이는 건강한 조직의 모습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단순히 분노하거나 좌절하기보다는, 좀 더 솔직하고 현실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억울함은 내려놓고, 냉정하게 인정하라
'나는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왜 저 사람은?'이라는 억울함은 정신 건강에 해롭습니다. 불합리한 현실을 인정하되, 감정적으로 휘둘리지 않으려 노력해야 합니다. 모든 조직이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세요.
회사는 일만 하는 곳이 아닙니다. 비즈니스라는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실력도 중요하지만, 전략과 정치도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무능해 보이는 사람이 승진하는 이유가 그들의 능력 부족이 아니라, 당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능력(관계 형성, 정보력, 상황 판단력 등) 덕분일 수도 있습니다.
무시하지 말고, 배우고, 활용하라
그 '무능한' 사람이 어떻게 그 자리에 올랐는지 냉정하게 관찰해 보세요. 어떤 사람들과 친하며, 어떤 정보를 얻고, 어떤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는지 분석해 보세요. 그들의 강점을 파악하고, 내게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뛰어난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 실력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능력입니다. 보고서 작성, 발표, 회의 참여 등에서 자신을 어필하는 방법을 익히세요. 상사의 언어를 이해하고,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방식으로 소통하는 연습도 필요합니다.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중요한 정보가 오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양한 부서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회사 외부의 인맥도 적극적으로 만드세요. 이는 단순한 친목을 넘어, 위기 시 도움이 되거나 새로운 기회를 얻는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만약 회사 내에서 당신의 역량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고 느낀다면, 당신이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당신의 성향과 목표가 현 직장과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퇴사만이 답은 아니다, 그러나 선택지는 넓히자
모든 조직이 영원히 불합리한 시스템을 유지하지는 않습니다. 새로운 리더십이 들어서거나, 외부 압력으로 인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때를 대비하여 꾸준히 자신의 역량을 갈고닦는 것이 중요합니다.
회사가 당신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더라도, 당신 스스로는 자신의 가치를 낮게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당신의 강점이 무엇인지, 어떤 분야에서 기여할 수 있는지 명확히 인지하고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현재 회사에서 만족스럽지 않다면, 언제든 이직을 고려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합니다. 외부 시장에서 당신의 역량이 더 잘 평가받을 수도 있습니다. 끊임없이 커리어를 관리하고, 외부의 기회에도 눈을 돌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결국, 무능해 보이는 사람이 힘 있는 자리에 오르는 현실은 우리에게 불쾌할 수 있지만, 동시에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더 현명하게 대처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단순히 불평만 하는 대신, 현실을 직시하고, 필요한 능력을 익히며,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높여나가는 것. 이것이 우리가 이 불편한 현실 속에서 살아남고, 궁극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하고 현실적인 대안이 아닐까요?
여러분의 다음 스텝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