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뜻밖의 재능, 새로운 시작
젠장, 또 시작이다.
평범한 회사원 김민준, 스물여덟 인생에 갑자기 찾아온 ‘카피캣’ 능력.
남들은 로또 당첨이라도 돼야 인생이 바뀌려나 싶겠지만, 나한테는 이게 로또인지 똥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평범했던 내 일상이 하루하루 버라이어티 쇼처럼 흘러가기 시작했다는 거다.
어느 날 출근길, 옆에 서 있던 외국인들의 대화가 귀에 꽂혔다.
“블라블라… 샬라샬라…”
평소 같았으면 ‘또 무슨 외계어람’ 하고 넘겼을 텐데, 그날따라 이상하게 그들의 억양이 머릿속에 착착 감기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블라블라… 샬라샬라…”
어라? 내가 방금 뭐라고 한 거지?
마치 오랫동안 그 나라 말을 써온 사람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들의 발음을 따라 하고 있었다.
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
이거 완전 신기한데?
마치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세포가 깨어난 것처럼, 내 안의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기분이었다.
그날 이후, 내 ‘카피캣’ 능력은 시도 때도 없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점심시간, 회사 근처 식당에서 옆 테이블 손님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이번 주 실적 보고서 말이야… 어쩌고저쩌고…”
별로 듣고 싶지 않은 회사 이야기였지만, 그들의 목소리 톤과 억양이 마치 내 머릿속에 녹음기처럼 저장되는 걸 느꼈다.
나중에 팀 회의 시간에 부장님이 똑같은 톤으로 보고서에 대해 이야기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그들의 대화를 읊조리고 있었다.
“이번 주 실적 보고서 말입니다… 블라블라…”
옆에 앉아있던 김혜진 씨가 이상한 눈빛으로 날 쳐다봤지만, 뭐, 어쩌겠나. 내 능력인걸.
한번은 퇴근길 버스 안에서 이어폰을 꽂고 신나는 팝송을 듣고 있었다.
평소 노래에는 영 소질이 없었는데, 그날따라 그 가수의 목소리와 발음, 심지어 숨소리까지 완벽하게 따라 할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해서도 흥얼거려보니, 웬걸? 나 완전 팝스타잖아?
물론 다음 날 아침, 그 놀라운 가창력은 감쪽같이 사라졌지만, 그 순간만큼은 내가 세상에서 제일 노래 잘하는 남자였다.
이쯤 되니 오기가 생겼다. 혹시 다른 사람의 특별한 재능도 복사할 수 있을까?
퇴근 후, 나는 곧장 유튜브로 향했다.
이번엔 격투기 영상이다! 현란한 발차기와 날렵한 몸놀림. ‘저 정도는 나도 할 수 있겠는데?’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보며 동작들을 머릿속에 새겼다.
그리고 다음 날, 헬스장에서 샌드백을 붙잡고 흉내 내 봤다. 폼은 어설펐지만, 신기하게도 영상에서 봤던 기술들이 얼추 비슷하게 따라 되는 거였다.
물론 전문 격투기 선수처럼 완벽하진 않았지만, 며칠 전까지만 해도 헬스장에서 런닝머신만 뛰던 나로서는 엄청난 발전이었다.
하지만 완벽한 복사는 역시나 쉽지 않았다.
유명 셰프의 요리 영상을 보고 따라 했지만, 결과물은 처참했다. 왠지 모르게 불 맛은커녕 탄 맛만 나는 이상한 음식이 탄생했다. 또, 멋진 댄서의 춤을 따라 하려다 다리가 꼬여 넘어지기도 하고, 심지어 개 짖는 소리를 흉내 내다가 옆집 강아지를 너무 똑같이 놀라게 해서 혼쭐이 나기도 했다.
시도한 모방/재능 결과
새소리
완벽하게 흉내 내어 아침마다 새들이 창문으로 날아옴
외국어 구절
택시에서 외국인 관광객에게 길 안내를 해주고 팁을 받음
유명 가수의 목소리
노래방에서 친구들에게 박수갈채를 받았지만, 다음 날 목이 쉬어버림
복잡한 춤 동작
회식 자리에서 분위기를 띄웠지만, 다음 날 온몸이 쑤심
옆 팀장의 발표 스타일
팀 회의에서 발표를 아주 성공적으로 마침
어느 날, 친구 재현이가 내 어깨를 툭 치며 물었다.
“야, 너 요즘 춤 실력이 좀 늘은 것 같다?”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혹시 내 능력을 눈치챈 건가?
“아… 그냥 유튜브 보고 조금씩 연습했지.”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재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역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구나.”
휴, 다행이다.
내 능력은 때로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유용하게 쓰이기도 했다.
길을 걷다가 울고 있는 아이를 발견했는데, 아무리 물어봐도 부모님 연락처를 모르는 눈치였다.
순간, 예전에 드라마에서 봤던 엄마 목소리가 떠올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목소리 톤으로 아이에게 말을 걸어보니, 아이가 울음을 그치고 엄마에 대한 정보를 조금씩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결국 아이는 무사히 부모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짜릿했던 순간은 역시 범죄 현장에서 내 능력을 발휘했을 때였다.
퇴근길, 우연히 골목길에서 소매치기 현장을 목격했다. 범인은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나는 그 짧은 순간 범인의 목소리와 인상착의를 머릿속에 완벽하게 담아둘 수 있었다.
며칠 후, 경찰서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게 되었는데, 그때 내가 기억하는 범인의 목소리를 흉내 내어 진술했더니, 형사님이 깜짝 놀라며 몽타주 작성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왠지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이었다.
내가 비록 슈퍼맨은 아니지만, 내 능력으로 사회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오늘 하루도 다사다난했다.
평범한 회사원의 삶에 갑자기 찾아온 특별한 능력. 아직은 서툴고 어색하지만, 이 능력이 앞으로 내 인생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기대가 된다.
물론 불안감도 여전하다. 언제 이 능력이 사라질지, 또 언제 다른 사람들에게 들킬지 모르니까.
하지만 괜찮다. 어차피 인생은 예측 불가능한 거니까. 내일은 또 어떤 놀라운 일이 벌어질까?
벌써부터 두근거린다. 뜻밖의 재능과 함께하는 나의 특별한 일상은 이렇게 매일매일 새로운 이야기로 채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