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오피스 : 데드맨 스위치

Part2. 보이지 않는 음모 5부

by 공감디렉터J


P-1138은 악마의 속삭임처럼 최진석의 정신을 잠식했다.

하루가 지나자, 그의 편집증은 논리적인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는 복도를 스치는 동료들의 시선에서 경멸을 읽었고, 강태준의 모든 지시에서 자신을 시험하려는 함의를 찾아냈다. 그의 충성심은 이제 자기 자신을 향한 생존 본능으로 변질되었다. 그는 강태준이 자신을 '처리'하기 전에, 그의 약점을 손에 넣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유일한 약점은 '아카식' 서버에 잠들어 있는 '마스터 프로토콜'이었다.


이틀째 되는 날 밤, 최진석은 행동에 나섰다.

그는 강태준이 자신을 감시할 것이라 확신했기에, 원격 접속이 아닌 물리적인 방법으로 데이터를 빼내기로 결심했다. 그는 심장부에 위치한 서버실로 향했다. 그의 목표는 마스터 프로토콜 전체를 암호화된 외부 저장 장치에 복사하여, 자신만의 '보험'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데이터 유출 방지'를 위해 물리적으로 데이터 전송을 차단하는 보안 프로토콜, '가디언-7'을 순간적으로 비활성화해야만 했다. 시스템상 이 프로토콜의 비활성화는 90초간만 유지되며, 최고 관리자인 강태준에게도 로그가 남지 않는 유일한 비상 절차였다. 최진석은 이것이 자신만이 아는 허점이라 믿었다.


바로 그 순간, 뉴런 제약 게스트 스위트의 다니엘의 노트북 화면에 조용히 경고창이 떴다.

외부 협력자 이정훈이 심어놓은 감시 스크립트가 보낸 신호였다.

ALERT: PROTOCOL_GUARDIAN_7 OFFLINE. WINDOW: 90 SECONDS.


90초. 다니엘의 심장이 멎는 듯했다. 그는 즉시 미리 심어둔 '슬리퍼' 프로그램을 활성화했다.

그가 '아테나' 기술 실사 중 접근했던 관리자급 터미널에 숨겨둔 프로그램이었다. 슬리퍼의 역할은 단 하나, '가디언-7'이 비활성화되는 순간을 포착하여 아카식 서버의 데이터를 추적이 불가능한 암호화 데이터 파이프를 통해 독일의 서버로 스트리밍하는 것.


화면에는 데이터 전송률을 나타내는 그래프가 미친 듯이 치솟았다.

8%, 27%, 54%...


수 테라바이트에 달하는, 강태준이 쌓아 올린 범죄의 역사가 빛의 속도로 뉴런 제약의 심장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최진석은 서버실에서 자신의 보험을 만들고 있었지만, 바로 그 행위가 다니엘에게 성문(城門)을 활짝 열어준 꼴이었다.


...78%, 91%, 99%...

TRANSFER COMPLETE.

메시지가 뜨는 순간,

PROTOCOL_GUARDIAN_7 ONLINE.

경고가 뒤따랐다. 90초의 창은 닫혔다.


다니엘은 떨리는 손으로 혜인에게 '확보 완료. 퇴각 준비'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혜인은 안전가옥에서 파일을 수신하며 환희에 차올랐다. 그녀는 전 세계 주요 언론사, 인권 단체, 법무 기관의 목록을 담은 발송 프로그램을 열었다. 남편의 복수, 그리고 괴물의 심판이 눈앞에 있었다.

그때였다. 그녀의 화면 중앙에 영상 통화 창이 떠올랐다. 발신자는 강태준.

그는 여전히 자신의 집무실이었다. 분노도, 당황도 아닌, 모든 것을 초월한 듯한 묘한 평온함이 그의 얼굴에 서려 있었다.

“정혜인 씨, 그리고 그 너머의 다니엘 박사. 축하드립니다. 제 체스판에서, 당신들은 마침내 '체크메이트'를 외쳤군요”


혜인은 얼어붙었다. 강태준은 어떻게 이 상황을 알고 있는가?

강태준은 마치 다니엘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웃었다.

“제가 제 오른팔의 정신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프로토콜 하나 만들어두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습니까, 박사님? 당신이 P-1138을 주입한 순간부터, 저는 최진석의 편집증 수치가 상승하는 것을 흥미롭게 지켜봤습니다. 그가 '가디언-7'을 해제할 것도, 당신이 그 틈을 노릴 것도 모두 예상 시나리오 안에 있었습니다. 난 당신들을 막은 게 아니오. 오히려 당신들이 이 데이터를 손에 넣기를 바랐지”


그의 뒤로 거대한 세계 지도가 펼쳐졌다.

서울, 뉴욕, 런던, 도쿄, 베이징... 수십 개의 도시가 붉은 점으로 빛나고 있었다.


“당신들이 손에 넣은 것은 내 범죄의 증거가 아니오. 새로운 세상의 '소스 코드'지. ‘프로젝트 신시아’는 이 건물을 위한 프로토타입에 불과했소. 지난 2년간, 나는 이 기술을 ‘공공 스트레스 완화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주요 국가에 판매했지. 저 붉은 점들이 바로 내 시스템이 설치된 도시들이오. 공항, 금융가, 정부 청사... 수십억의 인구가 이미 내 '안정된 세상' 속에서 살고 있소”


그의 목소리는 차갑게 이어졌다.

“그 소스 코드를 공개하는 순간, 세상은 어떻게 될까? 수십억이 자신이 감정 조작의 대상이었음을 깨닫는 순간, 사회는 공포와 불신으로 무너질 거요. 금융 시장은 휴지 조각이 되고, 국가는 서로를 핵무기보다 더 무서운 불신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겠지. 당신들은 독재자 한 명을 끌어내리는 게 아니야. 인류 문명의 기둥을 뽑아버리는 거요”


그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마지막 말을 던졌다.

“그리고 마지막 보험 하나. 만약 내 심장이 멎거나 구금된다면, 저 모든 시스템은 자동적으로 최종 프로토콜을 실행하도록 설계되어 있소. 되돌릴 수 없는 광범위한 신경퇴행성 장애를 유발하는 프로토콜이지. 인류는 내 통제 속에서 안정되거나, 혹은 자유 속에서 함께 파멸하거나. 내가 바로 세상의 '데드맨 스위치'요. 자, 선택하시오, 혜인 씨. 한 남자의 복수를 위해 세상을 불태우겠소? 아니면 이 끔찍한 진실을 영원히 침묵시키고, 당신이 증오하는 나의 세상 속에서 인류의 안녕을 지키겠소?”


통화가 끊겼다. 혜인은 ‘전송’ 버튼 위에서 멈춘 자신의 손가락을 내려다보았다.

다니엘은 출국을 위해 짐을 싸던 호텔 방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승리는 가장 완벽한 절망의 다른 이름이었다. 그들은 괴물을 잡는 데 성공했지만, 괴물이 이미 세상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뿐이었다.

밖에서는 평온한 도시의 소음이 들려왔다. 저 소음 속에서 웃고, 일하고,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거대한 인질극의 일부라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혜인은 눈을 감았다. 어떤 선택도 구원이 될 수 없는, 영원한 어둠 속에서 그녀의 고독한 추적은 비로소 막을 내리고 있었다. 혹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일지도 몰랐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