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 모습을 드러낸 장벽

기업 스릴러 소설 the Trap (2)

by 공감디렉터J


최 상무의 방문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어진 몇 주 동안, 지안은 자신이 마주한 현실이 황금 새장이 아닌, 차가운 쇠창살로 이루어진 거대한 감옥일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예감을 떨칠 수 없었다.

연구는 점차 난항에 부딪혔다.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려면 새로운 시도와 그에 따른 유연한 예산 집행이 필수적이었다. 지안은 ‘시냅스’ 프로젝트의 핵심인 비동기식 처리 방식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의 범용 시뮬레이션 툴 대신 특수 제작된 고성능 병렬 컴퓨팅 클러스터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이는 수십만 개의 뉴런을 동시에 모방하며 복잡한 학습 과정을 시뮬레이션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였다.

그러나 그의 요청은 번번이 재무기획팀의 벽에 가로막혔다.


“이지안 박사님, 기존 시스템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을 먼저 모색해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신규 시스템 도입은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부적절하다는 판단입니다.”

재무기획팀 팀장이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엑셀 스프레드시트에 빼곡히 적힌 숫자를 지적하며, 지안의 요청이 예산 상의 ‘낭비’라고 단정 지었다.

지안은 분노했다.

“낭비라뇨? 이건 미래 기술 투자의 핵심입니다! 기존 시스템으로는 시냅스 칩의 독특한 아키텍처를 제대로 시뮬레이션할 수 없어요. 예를 들어, 현재 저희가 사용하는 시뮬레이터는 순차적인 데이터 처리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시냅스는 수천 개의 뉴런이 동시에 활성화되고 비동기적으로 통신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기존 시뮬레이터로 돌리면, 실제 성능의 10분의 1도 구현하기 어렵습니다. 수십 배의 시간을 낭비하고, 정확한 피드백을 얻을 수 없습니다. 이건 ‘비용 절감’이 아니라 ‘프로젝트 실패’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하지만 그의 논리적인 설명은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팀장은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규정은 규정입니다. 예산은 이미 확정되었습니다.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려면 재무기획팀의 승인 외에도, 감사팀과 상위 경영진의 특별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릴 겁니다.”


결국 지안은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R&D 부문장인 안 박사를 찾아갔다.

안 박사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지안 박사, 나도 자네 마음 충분히 이해하네. 하지만 조직이라는 게 말이야... 모든 게 절차라는 게 있고, 규율이라는 게 있어. 갑자기 큰 예산을 요구하면 위에서도 부담스러워하거든. 특히 요즘 같이 시장이 불안정한 시기에는 재무 쪽의 목소리가 더 커질 수밖에 없어.”


안 박사는 힘없는 미소를 지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일단은 기존 장비로 최대한 시도해보는 건 어떻겠나? 그러면서 필요한 부분은 점진적으로... 설득해보는 거지.”

지안은 절망감을 느꼈다. 세계적인 AI 반도체 전쟁에서 시간을 다투는 상황에 ‘점진적인 설득’이라니.

이 속도라면 경쟁사들은 이미 저만치 앞서나갈 것이었다.

그는 ‘퀀텀 코어’가 가진 기술력과 인재의 잠재력을 믿었지만, 그 잠재력이 차가운 관료주의의 벽 앞에서 맥없이 무너지는 것을 눈앞에서 목격하고 있었다.


그날 밤, 지안은 타운하우스 지하 당구장에서 혼자서 큐대를 휘둘렀다.

명품 당구대가 주는 묵직한 타격감은 좋았지만, 그의 마음속 답답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 황금 새장은 밖으로는 화려했지만, 안에서는 그의 날개를 묶는 쇠사슬이 되어가고 있었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