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 숫자에 가려진 진실

기업 스릴러 소설 the Trap (3)

by 공감디렉터J


관료주의의 장벽은 예산 문제에만 그치지 않았다.

프로젝트의 진척 상황을 보고하는 방식 또한 지안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비효율의 극치였다.

매주 열리는 ‘상위 경영진 브리핑’은 기술적 본질보다는 보여주기에 치중된 전시회 같았다.


“이번 주 시냅스 프로젝트 진행 상황 보고하겠습니다.”

지안은 자신의 연구 결과와 다음 단계의 기술적 과제를 명확하게 설명하려 했다.

그는 스파이킹 뉴럴 네트워크의 학습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백프로파게이션(Backpropagation) 알고리즘의 개념과, 이 알고리즘이 기존 AI 칩의 전력 소모를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음을 역설했다. 이는 인공지능이 탑재될 모든 엣지 디바이스와 모바일 기기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핵심 기술이었다.

그러나 보고 시간 5분 만에, 재무기획 담당 전무가 그의 말을 끊었다.


“이지안 박사, 잠시만요. 지금 말씀하시는 게 일반 직원들에게 얼마나 와닿을지 모르겠네요. 저희가 필요한 건 ‘숫자’와 ‘성과’입니다. 그래서 이 기술이 얼마나 빨리 ‘돈’이 될 수 있습니까? 언제쯤 구체적인 ‘매출’로 이어질 수 있습니까?”


전무는 지안의 복잡한 기술 설명에는 관심조차 없다는 듯, 오로지 재무적 관점에서만 질문을 쏟아냈다.

R&D 부문장인 안 박사마저 전무의 눈치를 보며 지안에게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지안 박사, 핵심만 간단하게 정리해서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네. 너무 기술적인 내용은... 모두가 이해하기 어려우니.”


결국 지안은 준비했던 상세한 기술 보고서 대신, 단순화된 그래프와 예상 매출액 수치를 위주로 발표해야 했다. 그의 연구가 가진 진정한 가치, 즉 혁신적인 기술적 돌파구와 장기적인 시장 파괴력은 전혀 전달되지 못했다. 대신, 단기적인 재무 성과에 초점을 맞춘, 말 그대로 ‘보여주기식’ 보고서가 되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 번은 지안이 현재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오류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추가적인 알고리즘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이는 프로젝트의 안정성과 최종 제품의 신뢰성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었다.

하지만 중간 경영진들은 그의 보고를 불편해했다.

“지금까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하지 않았습니까? 갑자기 ‘오류’라니... 상위 보고 시기가 다가오는데, 이런 부정적인 내용은 불필요한 우려를 낳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R&D 팀의 팀장은 지안에게 “보고서에서 ‘오류’라는 단어를 빼고 ‘예상치 못한 변수 발생 및 개선 작업 진행 중’으로 완곡하게 표현하라”고 지시했다. 마치 문제가 없는 것처럼 꾸미고, 최고 경영진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진실을 왜곡하는 행위였다.

지안은 참을 수 없는 환멸을 느꼈다. 기술의 본질을 외면하고 단기적인 성과와 최고 경영진의 비위에 맞추려는 이런 태도가 결국 회사를 병들게 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는 매주 허울뿐인 보고 준비에 시간을 낭비하며, 정작 중요한 연구에는 집중하기 어려운 현실에 절망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시냅스’ 프로젝트는 점차 표류하기 시작했다.

필요한 장비는 제때 도입되지 않았고, 기술적 난관은 쉬쉬하며 넘어갔다.

지안은 자신이 이끌던 최첨단 프로젝트가 마치 낡은 배처럼 좌초하는 것을 막으려 애썼지만, 거대한 파도는 멈출 줄 몰랐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