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공연을 사랑하는 이유
살아 있다는 것은 흐르는 시간 속에 존재한다는 것.
그 시간은 멈추거나 잡아둘 수 없이
모두에게 똑같이 흐른다.
넓디 넓은 우주에 미물일 뿐인 인간들은
알게 모르게 자신의 무가치함과 존재의 사소함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단지, 외면하거나 회피해버리거나 할 뿐.
그래서 오늘도 SNS는 북새통을 이룬다.
별 것도 아닌 자신의 일상들을 찍고 가공하고 부풀려서 가장 화려한 공작새처럼 전시한다.
그래야만 본인이 세상을 살고 있다는 것이, 내가 여기에 지금 존재한다는 것이 증명된다는 것인냥.
하지만 인생은 그런 게 아니다.
어차피 없어질 것들이다.
인간으로써 살아간다는 것의 가장 큰 특권은 인간의 몸이 있다는 것이다.
손으로 잡을 수 있고 발로 딛을 수 있고 다리를 휘저어 어딘가로 갈 수 있고
혀로 맛 볼 수 있고 코로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감각이다. 인생을 풍부하게 살기 위해서는 박제되지 않는 것들을 채워넣어야 한다.
그것만이 지금 살아있는 동안에 내가 가져갈 수 있는 최대한의 성과이자 효율이다.
공연은 순간의 예술이다.
그 순간은 지나간다. 그리고 어딘가에 남지도 않는다.
같은 공연이라도 그 날의 공기와 습도에 따라 컨디션과 수많은 경우의 수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그 공연은 그 시간, 딱 그 순간만 존재한다.
아무리 큰 실수를 하더라도, 아무리 전설적인 공연을 펼쳤더라도
그 순간, 그 공간에 함께 있었던 그 눈들만 볼 수 있고 그 머리들의 기억에만 남는다.
얼마나 허무한가. 동시에 얼마나 찬란한가.
모두의 인생은 하나의 공연이다.
오늘의 내가 어떠한 큰 잘못을 해도 지구는 흘러가고 그 순간은 사라지고 기억은 흐려진다.
그 순간, 내가 거기에 있었다. 숨 쉬고 있었고 함께 있었던 사람들과만 공유할 수 있는 기억을 나눴고
그리고 미련 없이 사라진다.
공연을 볼 때면 살아있음을 느낀다.
지금 이 시대, 이 순간 내 심장이 뛰고 내 눈은 보고 내 귀는 듣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것이 같은 공연을 몇 번씩 보는 이유이고
옷을 사는 대신 가방을 사는 대신
공연장에 가는 이유이다.